알면 알수록 매력 넘치는 영국 영어의 세계
우리가 익숙한 미국 영어와 완전히 다른 영어
말장난 같지만 유감스럽게도 영국에는 영국영어가 없다. 영어는 본래 영국 말이기에 영어 앞에 굳이 ‘영국’이라는 단어를 쓸 필요가 없다. 영어는 있지만, 영국 영어는 없다는 말이다. 자존심 강한 영국인들은 영국 영어라는 표현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우리는 학교에서 미국 영어를 가르치고 배워왔기 때문에 영어라면 미국 영어를 생각한다. 어떤 생각을 한다기보다 동일시하는 습성이 몸에 배어있다. 실제로 영국 영어를 만나면 무척 낯설 수밖에 없다. 이 책은 미국 영어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어, 별다른 걱정 없이 영국으로 공부하러 간 저자가 만난 영국 영어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그 경험은 낯섦에서 시작하여 애정을 넘어 그리움으로 남는데, 이는 단순히 언어를 익히는 것을 넘어 전통과 문화를 속 깊이 이해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영국 증후군의 결과물
저자는 어려서 외국 생활을 했고, 대학에서 영어를 공부했지만, 음악의 종주국으로 인정받는 영국에 음악을 공부하기 위해 머문다.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던 런던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귀국해서는 짧았던 시간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책과 음악, 드라마, 영화를 탐닉하면서 자신이 머물렀던 런던을 한없이 그리워한다. 그런 작은 생각들이 모이고 쌓여 어떤 식으로든 쏟아놓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이른다. 이 책은 그런 영국 생활 증후군의 결과물이다. 영국을 향한 과도한 애정이 보편적이라고 말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이 과도한 애정 속에서 드러나는 영국의 모습은 일종의 루트처럼 실제에 다가가는 힘을 가진다. 이 루트의 연결고리는 다름 아닌 ‘영어’다. 시중에 영국 여행의 책은 넘치지만, 영국 영어를 다루는 책들은 오래되거나 언어학적이어서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이 읽기 부적합하다. 이 책은 누구나 편히 읽을 수 있는 흥미로운 영국 이야기다.
떠나기 전과 생각이 너무 달라진 영국 영어
영국에서 공부하기를 결정한 많은 학생은 학기를 시작하기 전 한두 달 적응 기간을 거치거나 파운데이션이라는 1년짜리 과정의 밟으며 실제 학기를 대비한다. 영어에 자신이 있었던 저자는 대담하게 학기 일주일 전에 런던에 도착해 아무런 준비 없이 수업을 듣는다. 첫 수업은 그야말로 패닉. 저자는 고개만 몇 번 끄덕이다가 기숙사로 돌아왔다. 알아들을 수 있었던 말은 당연히 없었다. 이제까지 공부했던 영어와 다른 속도, 억양, 단어, 심지어는 스펠링까지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공부했던 미국 영어나, 드라마나 영화에서 만났던 표현들과는 전혀 다른 단어가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가령 흔하디흔한 ‘Thank You’라는 말보다 압도적으로 많이 쓰이는 ‘Cheers’ 레스토랑에서 음식이 나왔을 때 영국 사람들은 당연히‘Cheers’라고 한다.
‘슬랭’ 알지 못하면 끼지 못한다.
영국의 문화. 특히 영국인들은 보통 점잖고 조용하다.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 영국인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해가 될 정도로 떠드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음악을 하는 저자는 소리에 민감한 편인데, 영국에서 시끄럽다고 느꼈던 느낌을 받은 적이 별로 없었다. 이런 영국 사람들이 잘하는 게 유머와 욕이다. 이를 저자는 ‘슬랭 slang’으로 정리했다. 영국인들이 워낙 흔하게 사용하고, 친근함이 담긴 말들임으로 이를 알아두면 인간관계에서 매우 유용하다.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에서도 이런 슬랭의 표현이 비교적 자유롭다. 현실적인 대화를 이해하기 위해 슬랭을 정리했다.
영화, 드라마로 영어를 익혀라
저자의 경험으로 영어를 손쉽게 습득할 수 있는 최고의 미디어는 영화와 드라마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사용하는 영어는 곧 오늘 현재의 언어이기 때문에 이에 익숙해지면 현실에서도 유용하다. 저자는 캐릭터나 이야기를 파악하면서 편안하게 미디어를 만나다가 어느 순간 정신을 바짝 차리고 몰입하기를 권한다. 당연히 필기할 노트를 준비한다. 반복해서 세 번 이상 보면 어느 순간 다음 대사를 기억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영어의 억양과 말하는 속도, 그리고 풍자와 슬랭을 접한다. 영국 영어를 경험할 수 있는 훌륭한 영화와 드라마는 책 속에 모았다.
저자는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실생활에서 만난 영국영어를 바탕으로 문학과 예술로 시야를 넓히는 방법과 사례를 독자들에게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