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우습지 않아? 너는 되고, 난 안 된다는 거 정말 안 되는 건지 끝까지 가보려고 가르쳐줄게... 내가 왜 이러는지 계약직 여교사 효주는 자기 차례인 정교사 자리를 치고 들어온 이사장 딸 혜영이 몹시 거슬린다. 기억조차 없는데 학교 후배라며 다가와 살갑게 굴지만, 어딘가 불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다 우연히, 임시 담임이 된 반에서 눈여겨보던 무용특기생 재하와 혜영의 관계를 알게 된다. 처음으로 이길 수 있는 패를 가진 것만 같은 효주는 다 가진 혜영에게서 단 하나를 뺏으려 하는데… ‘질투와 의심, 거짓말의 끝은 어디인가’, ‘자존감을 잃은 사람이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을까’. 효주 가지지 못하는 것보다 가지고 싶은 것이 없을 때 더 불행하다. 삶의 의욕도 욕망도 변화도 최소한의 감정을 소모하는 것조차 효주는 불편하고 힘이 든다. 능력 없는 남자와의 미래 없는 오랜 동거도 늘 위태롭고 비굴해지는 계약직 인생도…… 그저 이렇게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남자와 직업을 지키고 버텨내기 위해 자존감을 버리고 무중력 상태로 살아간다. 항상 그렇게 비어 있는 효주의 일상에 들어오는 낯선 공기들…… 어둡고 서늘한 바람이지만 효주에겐 봄바람 같은 욕망이다. 혜영 예쁜 외모와 학벌, 집안…… 뭐 하나 부족함 없는 그들에게 가장 절박하고 아쉬운 건 무엇일까? 매사 친절하고 겸손하고 애교 많은 혜영. 상대방의 편의를 배려하고 먼저 다가가지만 그런 티 없이 맑고 건강한 여유가 누군가에겐 굉장한 치욕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악의를 배제한 우월감’은 무엇인가. 그 순수한 선의는 언제까지 혜영을 지켜줄 수 있을까. 간절하고 아쉬운 것이 생기면서 서서히 변해가는 혜영의 본능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재하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영악함이다. 어리고 앳된 얼굴 뒤로 내가 무슨 죄를 저지르는지조차 모른 채 내 욕망에 충실한 아이들의 모습. 재하는 회한의 순간이 오더라도 금세 내가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잊어버릴 것이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한 맑은 얼굴로 욕망의 상대를 다시 쫓아가겠지. 그래서 재하의 눈빛이 항상 두렵다. <여교사>는 여교사와 여교사, 여교사와 남학생이라는 치정 관계 혹은 금기의 선을 넘는 시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여교사’ 효주라는 인물 안 깊숙이 숨겨진 내면과 타인으로 인해 인간이 어디까지 흔들릴 수 있는가에 대해 입체적으로 주목한다. ‘다 가진’ 혜영을 만난 후 효주에게 갑자기 들이닥친 질투, 열등감, 모멸감 이상의 감정, 불안과 의심이 요동치는 파격 전개, 자존감이 무너진 인물의 극단적 양상 그리고 반전과도 같은 파국적 결말은 끊어질 듯 팽팽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대목들이다. 난도질 하나 없지만 미세한 떨림에도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줄타기로도 긴장이 터져나올 것 같은 충격 서스펜스는 독자들의 심장에 슬픈 파문을 일으킬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질투에서 비롯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 기저에는 흙수저와 금수저, 계약직과 정규직 등의 현실 문제와 사회적 갈등을 내재하고 있다. ‘못 가진 자’가 ‘다 가진 자’에게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패배감, 무력함과 분노는 ‘효주’ 캐릭터의 출발이자 인물 관계와 감정의 동력이며 사건 전개의 중심축으로 작동한다. 자존심 하나만은 지키려고 인생을 수비 자세로만 살던 계약직 여교사 ‘효주’ 앞에 등장한 이사장 딸 ‘혜영’. ‘가진 자’가 ‘못 가진 자’에게 일으킨 균열과 파장은 악의 조차 없었으나 생각보다 상당했고, 혜영과 남학생의 관계를 우연히 목격하게 된 효주는 이를 전세 역전의 패로 활용하며 처음으로 판을 뒤집는데 성공한다. 이후 흙수저가 작정하고 펼치는 반격과 압도적으로 우월한 금수저의 우위가 엎치락뒤치락을 거듭하는 심리전은 현실만큼 치열하고 액션만큼이나 박진감 넘치며 스릴러보다 살벌한 쾌감을 전하기도 한다. 결국, 정말 안 되는 건지 끝까지 가보려는 ‘효주’의 서늘한 폭주, 그 끝에 찾아오는 강력한 결말은 슬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고 있다. 소설 <여교사>는 각 인물들의 독백과 설정에 중점을 두어 영화와 또다른 색깔의 새로운 이야기와 해석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