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매체와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만화계의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주요 상들을 석권한 『지미 코리건 :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는 크리스 웨어를 미국 만화의 간판 스타, 아트 스피글먼 이후 가장 주목 받는 세계적인 만화가로 자리 잡게 만든 작품이다. 기이한 여정을 헤쳐 나가는 주인공의 모험담, 이틀 정도에 걸쳐서 일어난 사건을 중심으로 장대하게 뻗어나가는 이야기 구조,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자유롭게 구사되는 표현 기법들이 복잡하지만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종이 인형 같은 캐릭터, 따뜻한 중간색으로 가득한 그림 속에 외로움과 공허를 담아 유머로 버무린 『지미 코리건』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그리고 대물림되는 가족사의 비극 자체로 충분히 짙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다양한 표현 기법들과 비선형적 진행, 만화의 관습을 의도적으로 깨버리는 칸 배치에서 독자들은 현실과 상상, 현재와 과거, 이야기와 이야기가 아닌 것들을 스스로 구분하고, 칸들의 순서도 스스로 찾아가야 한다. 이런 독서 과정 속에서 독자들은 숨은 의미와 상징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링크를 통해 비순차적인 사건들이 상호 연결되고, 변형 가능해지는 ‘하이퍼텍스트’적 스토리텔링의 모범을 『지미 코리건』에서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수상 내역
2000년《타임 아웃》, 《빌리지 보이스》 선정 올해 최고의 책
2000년《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그래픽 노블 1위
2001년 아메리칸 북 어워드 (책 속에는 크리스 웨어가 2000년 수상이라고 표기했지만, 정확히는 2001년에 2000년 출간된 책들을 대상으로 수여한 것)
2001년 그래픽 노블 최초로 영국《가디언》에서 신인상(the first book award) 수상
2001년 아이스너 상 Best Publication Design/ Best Cover Artist/ Best Graphic Album: Reprint
2001년 하비 상 the Harvey Awards' Special Award for Excellence in Presentation and Best Graphic Album of Previously Published Work
2002년 휘트니 미국 미술 비엔날레 출품
2003년 프랑스 출간 후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에서 최우수 앨범(단행본) 선정
그래픽 노블계의 주요 상을 석권한 20세기 최후의 걸작
2000년 말, 미국의 시사 주간지《타임》은 그해 출간된 만화 10선을 정리하며 크리스 웨어의 『지미 코리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에 대해, 크리스 웨어가 시도한 시각적 장치들이 만화를 얼마나 깊이 있는 매체로 발전시켰는지, 스토리 역시 고전 문학에 비견할 만큼 보편적 주제와 정서를 탁월하게 이야기하고 있음에 찬사를 보냈다. 이런 이유로, 《타임》은 『지미 코리건』을 그해 ‘올해의 만화’ 1위로 선정했다.
이외에도 『지미 코리건』은 수많은 매체와 평단의 찬사를 받았고, 만화계의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주요 상들을 석권하며 크리스 웨어는 미국 만화의 간판 스타, 아트 스피글먼 이후 가장 주목 받는 세계적인 만화가로 자리 잡았다.
『율리시즈』에 비견되는 혁신적 스토리텔링
상징과 은유, 복선과 암시로 가득 찬 문학적, 지적 도전
이렇게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1]과 [2]가 구성되어 책을 만드는 방식은 무척 복잡하다. 위에서 말한 두 가지 다른 시간대의 내러티브는 뚜렷한 경계 없이 병치되고 비순차적으로 진행된다. 꿈과 공상도 뚜렷한 경계없이 현실과 섞여 있다. 시점 또한 손자 지미의 시점, 할아버지 지미의 시점, 그리고 이 모두를 바라보는 제3자의 시점 등 복수 시점이기 때문에 이야기는 한층 난해해진다. 사
용된 서체들도 다양하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만화책을 읽는 순서와는 다르게 칸들이 배치된 경우도 많다.
중간에는 공간 배경에 대한 설명, 복잡한 가계도, 종이 공작물 평면도 같은 것들이 삽입되어 이야기는 종종 끊어진다. 그저 ‘여담’에 불과해 보이지만 캐릭터와 스토리, 작품의 주된 정서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돕는 중요한 장치들이다.
이렇게 다양한 표현 기법들과 비선형적 진행, 만화의 관습을 의도적으로 깨버리는 칸 배치에서 독자들은 현실과 상상, 현재와 과거, 이야기와 이야기가 아닌 것들을 스스로 구분하고, 칸들의 순서도 스스로 찾아가야 한다.
기이한 여정을 헤쳐 나가는 주인공의 모험담, 이틀에 걸쳐서 일어난 사건을 중심으로 장대하게 뻗어나가는 이야기 구조,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자유롭게 구사되는 표현 기법들 때문에 『지미 코리건』은 종종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에 비교되곤 한다.
“일찍이 『율리시즈』가 그 현란한 언어 사용으로 독자에게 커다란 도전이 되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인체 묘사와 극도로 정교한 배경을 혼합시킨 웨어의 그림체야말로 만화라는 매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겐 만만찮은 도전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두 작품이 주는 즐거움은 똑같다. 현란한 언어에 의해서나,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인 그림에 의해서나, 독자가 압도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니까.” ?월 스트리트 저널
『지미 코리건』은 『율리시즈』만큼이나 오래오래 두고 천천히, 반복해서 감상할 만한 묵직하고 의미 깊은 책이다. 독서 과정 속에서 독자들은 숨은 의미와 상징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링크를 통해 비순차적인 사건들이 상호 연결되고, 변경 가능해지는 '하이퍼텍스트'적 스토리텔링의 모범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섬세하게 직조된 그래픽 디자인의 정수
크리스 웨어는 만화가이기도 하지만, 그래픽 디자이너로도 활동하고 있다. 뮤지션들의 앨범 재킷이나 포스터, 책 표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디자인을 선보인 크리스 웨어에게 글과 그림이 결합되고 칸들이 연결되면서 이야기를 구성하는 만화는 그래픽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줄 수 있는 장르이다. 웨어는 『지미 코리건』을 통해 만화는 곧 디자인이라는 기본 개념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인 작가가 우리나라에서도 만화팬들 보다는 디자이너들 사이에 크리스 웨어와 『지미 코리건』의 인지도가 더 높은 편인 것에도 그런 이유가 있다. 그는 이질적인 요소들을 조화시키고, 접속사를 과감하게 한 칸 안에 꽉 채워 넣어 문자를 시각화 하는 등 독특한 표현 기법을 다양하게 사용했다. 그리고 재킷부터 속표지, 면지에까지 책의 내용과 연관된 그림이나 상징, 문구들을 정교하게 넣어, 어느 하나 버릴 것 없게 만들어 놓았다.
이는 《타임》의 평에서도 드러난다. “『지미 코리건』은 한 중년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이라는 테마와 현대 사회의 불안을 어두운 유머를 곁들이며 탐구한다. 크리스 웨어는 만화에 최고의 디자인 감각을 불어 넣었고, 도표부터 1930년대식 글씨체까지 모든 수단을 사용하여 스토리와 캐릭터를 표현해 냈다.”
『지미 코리건』의 혁신적 그래픽 디자인은 표지에서 극대화된다. 커다란 포스터를 접어서 책을 싸도록 만들어진 표지는 방향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읽어내야 한다. 구석구석에는 책 소개와 지미 코리건 캐릭터 소개, 잘라서 지미 코리건 만드는 종이 공작물 전개도, 지미의 하루 일과와 잡념들, 심지어 이 책에 대한 서평까지 잡다하게 실려 있다. 뒤집어 보면, 지구 그림을 둘러싸고 있는 오밀조밀한 그림들을 볼 수 있는데, 이 책의 내용 전체를 요약해 놓은 것이다.
한국어판에서는 작가의 원래 의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한국어판 출간의 의의도 버리지 않도록 섬세한 한글화 작업에 더욱 심혈을 기울였다. 원서의 다양한 서체가 주는 느낌을 살리는 서체를 사용했고, 필요한 부분은 원문을 그대로 둔 채 한글 번역어를 작게 병기했다. 또한 좁은 칸 안에 빼곡히 들어찬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