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를 떠나 세계각지를 떠도는 청년 사드 사드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모험담!
―세계 40여 개 국에 번역된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최신작!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장편소설 《바그다드의 오디세우스》출간
이라크 바그다드를 탈출해 국제미아로 표류하다 마지막으로 정착한 영국의 런던에서조차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라크 청년 사드 사드 이야기. 이 소설의 제목 《바그다드의 오디세우스》는 고대 그리스의 대문호 호메로스의《오디세이아》에서 따왔다. 오디세우스의 목적지가 아내와 자식이 기다리는 고향이었던 데 반해 사드 사드는 정착할 땅을 찾아 모험의 장도에 올랐다. 오디세이아의 몇몇 에피소드를 현대판으로 각색한 점도 시선을 끈다. 《오디세이아》에서 노래로 사람들을 유혹해 바다에 빠뜨리는 ‘사이렌’은 이 소설에서 록밴드 ‘사이렌’으로 등장한다. 세관의 외눈박이 감시원은 오디세이아의 ‘퀴클롭스’를 연상시킨다. 오디세우스를 극진히 간호했던 ‘나우시카’는 소설에서 시칠리아의 고결한 여성 ‘비토리아’로 그려진다.
《바그다드의 오디세우스》는 소설이 분명하지만 마치 이라크 청년 사드 사드가 쓴 체험 수기 혹은 여행기라고 해도 크게 이상할 게 없어 보인다. 최대한 가공의 흔적을 없애고 리얼리티를 확보해 사드 사드가 겪는 모험의 현실감을 높이고 있는 것은 이 소설의 집필 의도와 무관하지 않다. 사드 사드 혹은 모든 불법체류자들이 겪는 아픔을 공유하고, 세계 각국에서 홍역을 앓고 있는 이 문제를 진지하게 성찰해보자는 것이 의 소설의 중요한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시작 부분은 이라크가 겪고 있는 비극적 현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 이라크 상황은 어떤가? 독재자 후세인이 미국을 비롯한 연합국에 의해 축출되고 과도 정권이 들어섰다. 현재 미군이 치안을 유지하고 있지만 내전 상태나 다름없다. 수니파, 시아파, 쿠르드 족 문제, 친미, 반미, 친 후세인, 반 후세인의 갈등이 여전히 이라크를 혼란과 죽음의 공포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 실정이다.
사드 사드는 더 이상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 이라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수시로 민간인 거주 지역까지 날아드는 로켓포, 자살폭탄테러, 질병, 각종 사고 등으로 하루에도 수십 명의 사람이 죽어나가는 게 바그다드의 현실이다. 각종 질병이 횡행하고 먹을거리가 없어 고통 받기 일쑤지만 의료시설이 문을 닫아 약을 구하기 어렵다. 자살포탄테러로 매형 둘을, 미군이 쏜 총탄에 의해 존경하고 따르던 아버지를, 치료를 받지 못해 조카 둘을 잃은 사드 사드는 마침내 가족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끝에 탈출을 결심한다. 사드 사드는 비록 어린 나이지만 바그다드를 탈출하는 것만이 부양가족을 살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도 살릴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인류애의 관점에서 불법체류자 문제 성찰!
마약업자의 도움을 받아 바그다드 탈출에 성공한 사드 사드는 훗날 반드시 성공을 이뤄 인간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할 행복을 쟁취하리라 결심한다. 카이로, 몰타, 이태리의 시실리와 나폴리, 프랑스 등을 거쳐 영국의 런던에 이르기까지 사드 사드의 모험담이 펼쳐진다.
마약업자의 도움을 받아 카이로에 도착한 사드 사드는 아프리카 출신인 붑을 만나 친구가 된다. 붑과 함께 록그룹 ‘사이렌’의 일을 도우며 탈출을 노린다. 가까스로 ‘사이렌’의 공연 장비를 실은 차에 탑승해 이탈리아 남부 섬에 도착하지만 밀입국자로 체포돼 세관의 감시구역에서 생활하게 된다. 기억상실증 환자를 연기하며 탈출을 노리던 사드 사드는 결국 외눈박이 감시자를 속이고 도망친다.
사드 사드는 붑과 함께 시칠리아로 가던 도중 배가 난파당해 바닷가로 떠밀려온다. 시칠리아 여성 비토리아가 그를 발견해 지극정성으로 보살핀다. 비토리아와 친밀한 사이로 발전하지만 사드 사드는 미련을 접고 최종 목적지로 삼았던 런던을 향해 출발한다. 다시 고난의 여행이 시작되고 여러 번 죽을 고비와 수모를 당하지만 사드 사드는 결국 목표로 한 런던에 도착한다. 그러나 런던도 사드 사드가 기대했던 도시는 아니다. 여전히 사드 사드는 불법체류자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
‘오디세우스’에게는 돌아갈 고향이라도 있었지만 바그다드를 떠난 사드 사드에게는 돌아갈 곳이 없다. 불법체류자라는 게 발각되면 여지없이 본국으로의 추방조치가 기다리고 있다. 일을 하고 싶어도 불법체류자에게는 일자리가 주어지지 않는다. 아프리카 계 불법체류자들과 함께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며 겨우 먹고 사는 처지지만 사드 사드는 결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의 이름이 아랍어로 ‘희망’이고, 바그다드에 사랑하는 가족과 결혼을 약속한 레일라가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인간이 자유와 평등의 권리를 박탈당하는 게 얼마나 큰 불행인지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인류애의 관점에서 불법체류자 문제를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라크를 비롯한 분쟁국가가 겪는 비극의 반대편에 서있는 서구인들에게는 인간 존중 차원의 관심과 반성을 촉구한다.
인류에게 국경이란 무엇이며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 유로통합에서 보듯 지구촌의 국경은 점차 넓어지고 있는 데 반해 난민들의 숫자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으며, 인권 탄압 문제도 상존하고 있다. 인류는 불법체류자 문제를 과연 어떤 식으로 풀어야 할까?
이 소설의 질문들은 작금의 대한민국에도 유효하다. 우리나라에도 불법이민자들의 수가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사드 사드는 인간이 평등하다는 말은 엄청난 모순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바그다드가 아니라 런던 파리 뉴욕 도쿄 같은 도시에서 태어났더라면 과연 가는 곳마다 멸시와 냉대를 받아야 했을까? 단지 태어난 곳이 다르다는 이유로 질시를 받는다는 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암울한 상황을 다루고 있는 소설임에도 어둡거나 음습하지 않다. 사드 사드가 결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집념의 인물이고, 그의 아버지 유령이 터뜨리는 웃음보가 만만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