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키델릭 포크 뮤지션의 비선형적 여정과 그 너머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신인상을 수상하며 평단과 대중에 선명한 인상을 남겼던 여성 뮤지션 애리(AIRY)의 삶과 음악이 교차하는 내밀한 에세이. 사이키델릭 포크 뮤지션으로서, 생활을 위해 회사에 소속된 사회인으로서, 또 여성으로서 그가 관통하는 일상과 만들어 낸 음악에 대한 단상들을 담았다. 발표한 곡들과 미래에 발표할 곡들을 중심으로, 마치 한 장의 앨범처럼 구성한 이 책에서는 뮤지션 애리와 에세이스트 애리의 모습을 모두 볼 수 있다.
과거의 앨범에 담긴 이야기를 쓰다 보니 과거의 나 자신과 자주 마주치며 아프기도 했고, 이런 이야기를 써도 될지 두렵기도 했습니다.……하지만 글을 쓰면서도, 교정을 보면서도, 다시 떠올립니다. 내 마음이 이랬구나. 이 모든 일들을 지나왔고, 현재를 지나고 있고, 앞으로도 많은 일들을 겪겠구나.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구나. (“서[序]”에서)
“이상한 이야기……곧 스러지는 단어의 춤”
애리의 산문은 여러 겹으로 쌓인 그의 음악처럼 기묘한 리듬으로 가득하다. 누군가와의 대화처럼 읽히다가도 혼잣말로 들린다. 가까운 과거의 이야기를 풀어놓다가 먼 과거로 훌쩍 넘어간다. 독자에게 문득 직접 말을 건네기도 한다.
“이국적”, “국악”, “종교적”……애리는 그의 음악 앞에 붙는 수식어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과거를 살피기도 하고, 끝없이 가라앉는 마음을 가만히 바라보기도 한다. 그리고 조각조각 상처 난 마음의 틈 사이로 조용히 자라난 희망을 담담히 노래한다. 애리의 감성으로 가득한 글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그간 잘 알지 못한 채로 느끼던 감정들이 차츰 떠오르고 만다. 그리고 그 ‘흐름들’ 속에서, 그의 삶과 음악의 이야기가 점차 선명해진다.
나는 이렇게 살고 있다. 다들 반갑다. 오가다 시간을 보내면 더 반갑겠다. 고맙다. 즐겁고 싶다. 편안하고 싶다. 다른 사람의 환상 속에서 살고 싶지 않다. 처절하게 아프고 싶다. 도전하고 싶다. 저항하고 싶다. 섞이고 싶다. 홀로이고 싶다. 사랑하고 싶다. 이래저래 이랬다저랬다 하고 싶다. (153쪽)
이 책은 출판공동체 편않이 새로 론칭한 에세이 앨범 시리즈 〈흐름들〉 중 한 권으로, 싱어송라이터 듀오 ‘혹시몰라’(이강국·전영국)의 『우리는 이것을 꿈의 수정이라고 생각했다』와 함께 나왔다. 이 시리즈를 기획한 지다율 편집자는 “평소 좋아하고 응원하던 뮤지션의 음악을 하나의 책으로 만들고 싶었다”면서 “어쩌면 팬심으로 시작한 기획인데, 만들면서까지 이렇게 행복할 줄은 몰랐다. 많은 분들이 이 책들을 들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