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행성의 먼지 속에서

유진 새커 · 인문학
24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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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공포의 관계를 탐구하는 ‘철학의 공포’ 연작 제1권. 세계는 갈수록 사유 불가능해져 간다. 범지구적 재난, 유행병 출현, 지각변동, 이상기후, 기름 덮인 바다 풍경, 은밀하지만 언제나 도사리고 있는 멸종 위협 등으로 가득한 세계.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 일부로서 살아가는 세계를 이해하기는 나날이 어려워진다. 세계를 이해하는 우리 능력의 절대적 한계에 맞닥뜨리는 것, 언젠가부터 이런 관념은 공포 장르의 핵심 모티프가 되었다. 유진 새커는 ‘사유 불가능한 세계’라는 모티프를 통해 철학과 공포의 관계, 즉 다양한 인접 분야(악마학, 오컬티즘, 신비주의)와 겹치는 철학이 소설, 영화, 만화, 음악, 기타 미디어에서 나타나는 초자연적 공포 장르와 맺는 관계를 탐구한다. 새커의 《이 행성의 먼지 속에서》는 그간 철학이 공포를 다루었던 방식, 예컨대 문학과 영화 등에서 엄밀한 형식적 체계로, 인간적 두려움으로 제시되는 공포를 주제로 하는 한낱 ‘공포의 철학’에서 벗어날 것을 제안한다. 반대로 철학이 사유 자체의 한계에 부딪치는 순간, 예컨대 우리가 사는 세계나 지구가 아닌, 우리-없는-세계, 즉 행성을 직면할 때 드러나는 한계를 공포로 규정하며, 철학이 비철학적 언어로만 표현할 수 있는 저 사유 불가능성의 사유를 철학 그 자체로 다루는 자신의 시도를 ‘철학의 공포’로 명명한다. 새커는 비인격적이고 무심한 우리-없는-세계를 철학적으로 사유하려는 비철학적 시도를 통해 인간적 관점의 틀 내에서만 규정되어온 사유의 대안을 모색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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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문 ― 무지의 구름 Ⅰ. 악마학에 관한 세 질문 Ⅱ. 오컬트 철학에 관한 여섯 강독 Ⅲ. 신학의 공포에 관한 아홉 토론 “검은 촉수형 진공의 저조파 속삭임” 미주

출판사 제공 책 소개

공포와 철학에 대한 매혹적인 사유 무한한 공간의 영원한 침묵 속에서 파스칼은 전율을 느꼈고, 우리에게 무관심하고 냉담한 우주에 직면하여 카뮈가 부조리를 느꼈다면, 유진 새커는 ‘우리-없는-세계’, 즉 인간이 멸종하고 행성들만 남게 될 우주를 상상하며 공포를 느낀다. 사실 공포만큼 지금 우리가 발 디디고 있는 세계를 잘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는 없다. 여전히 전 지구적 유행병이 기승을 부리고 있고, 기후위기는 우리가 거주하고 있는 행성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으며, 하루가 다르게 멸종의 소식이 전해진다. 철학자 유진 새커의《이 행성의 먼지 속에서》는 철학이 공포를 만나는 장소로서의 세계를 사유하는 독특한 책으로, 10여 년 전에 출간되어 영어권의 대중문화계에 상당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국내에서도 인기를 끈 HBO 드라마〈트루 디텍티브〉의 각본가 닉 피졸라토가 이 책을 자신의 허무주의적 드라마의 주요 레퍼런스로 언급하면서 인기를 끌었고, 비욘세의 남편이자 유명 래퍼인 Jay-Z가 책의 제목인 ‘In the Dust of This Planet’을 등에 새긴 가죽 재킷을 입고 뮤직비디오에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으며, 〈폭스뉴스〉 진행자이자 보수 논객 글렌 벡이 허무주의를 멋지게 포장한다는 이유로 이 책을 비판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당연히 철학과 문화비평 사이의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매혹적인 이 책은 기독교 근본주의 성향의 전직 〈폭스뉴스〉 진행자가 오독했듯이 허무주의의 미덕을 옹호하는 일차원적인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 오컬트, 블랙메탈, 악마학, 신비주의, 마녀론, 실존주의, 불교철학 및 호러문학을 두루 섭렵하는 이 몽환적 에세이에서 새커가 추구하는 목표는 인간 사유의 한계에 대한 사유이며, 더 정확히는 사유 불가능한 세계에 직면했을 때 나타나는 공포가 드러내는 것이 무엇인지를 탐구하는 것이다. 아울러 온갖 문헌과 자료를 연결하며 독창적인 관점을 추출하는 유진 새커의 글쓰기는 그의 사유만큼이나 매혹적이다. 중세의 마녀학, 현대의 블랙메탈과〈엑소시스트〉 등 호러 영화, 이토 준지의 만화 《소용돌이》, 일본의 선불교까지 동서고금의 호러를 섭렵하는 과정을 따라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공포의 철학이 아니라 철학의 공포 새커는 먼저 자신의 관심사가 문학과 영화 등에서 한낱 인간적 두려움으로 제시되는 공포를 주제로 하는 ‘공포의 철학’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그가 말하는 공포는 인간의 사유의 한계에 직면하여 사유 불가능한 것을 사유하려 할 때 나타나는 어떤 것이다. 예컨대 기후위기와 전염병, 대량 멸종 사태 등으로 점점 가시화되는 ‘우리-없는-세계’, 즉 더 이상 지구가 아닌 것으로 나타나는 ‘행성’에 대한 사유를 들 수 있다. 그가 굳이 “철학이 비철학적 언어로만 표명할 수 있는 저 사유 불가능성의 사유”를 추구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범지구적 재난, 유행병 출현, 지각변동, 이상기후, 기름 덮인 바다 풍경, 은밀하지만 언제나 도사리고 있는 멸종 위협 등으로 가득한 세계” 속에서 철학이 인간 중심적 세계관의 틀 바깥에서 사유할 필요성이 절박해졌기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적 종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오늘의 세계는 카뮈가 말한 인간에게 무관심하고 냉담한 우주를 넘어 인간 혐오적으로 나타나기까지 한다. 이러한 비인간적 세계의 문제를 사유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철학적 세계관이 빠져있던 인간 중심적 이해의 틀 바깥에서 사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새커의 문제의식이다. 이를 위해 인간과 생명이 사라진 별들의 시체로서의 ‘행성’적 관점을 끌어들이고,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로서의 악마, 마녀, 검은 촉수의 괴물을 탐구하는 그의 시도는, 인간을 지구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공정하고 보편적인 시각에서 정의하기 위해 외계인의 관점을 끌어들이며 SF를 탐구한 바 있는 페테르 센디의 《외계의 칸트》를 떠올리게 한다. 2011년에 나온 이 책은 지금 우리에게 더욱 시급해진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다. 유행병과 기후 위기를 우주적 공포로 해석하면서 인간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사유할 것을 촉구하는 이 책은 철학적 비관주의에 관심이 있는 인문서 독자뿐만 아니라, 호러 장르를 창작하거나 연구하고 싶은 이들에게도, 호러를 깊숙이 알고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훌륭한 책이다. 또한 문학을 비판적인 관점으로 읽으려 하거나, 문학으로 자기 사유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이 책은 공포를 사유하는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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