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어깨에 지고 있던 무수한 ‘만약’의 멍에를 내려놓는다. 뻥 하고 터지기 일보 직전인 멍에에 걸린 꾸러미를 꺼내어 최대한 작게 접는다. 아무도 보지 못할 정도로 아주아주 작게. 티끌처럼 작아진 꾸러미를 민들레 홀씨에 얹는다. 봄볕에 때마침 불어온 보드러운 바람이 그들을 태운다. 저 너머로 날아간다. 안녕. 오직 입을 다문 흔적만 남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