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세기’가 지나고, 자유주의국제질서는 허물어졌다. 우리는 일극체제의 황혼을 바라보면서 미국 헤게모니 이후의 세계를 예감하고 있다. 맨부커 국제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은 미국이 전쟁을 말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말대로 전쟁에서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알던 ‘어제의 세계’는 더 이상 없다는 것이다. 자유주의 국제질서라는 이상, 세계화라는 마법은 모두 끝났다. 이제 모든 국가는 전쟁의 세상에 던져졌다. 인류는 역사상 가장 위험한 한 때로 빠져들고 있다.
이 책은 평화에 관한 글이라기보다 오히려 전쟁에 관한 이야기다. 탈냉전 번영의 30년이 끝나고 전쟁의 시대가 도래하는가? 미국과 중국의 비극은, 미국이 ‘일극의 저주’ 걸렸다면 중국은 ‘G2의 주술’에 갇혀있다는 것이다. 다가올 세계는 우리가 몰입해 있는 미·중 G2 담론이 아니라 여러 강대국이 주조하는 이야기들로 채워질 것이다. 지정학이 귀환을 알리고 있고 역사에서 활약한 강대국들도 곧 돌아올 것이다. 우리 시대는 모든 것이 귀환하는 시대이다. 어찌하든 오늘날의 위기도 다 지나갈 것인데, 그것으로 창조되는 세계는 보편성universality이 아니라 균형equilibrium이 지배하는 세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