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는 브루스 핑크Bruce Fink의 The Lacanian Subject: Between Language and Jouissance(1997)을 완역한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브루스 핑크는 라캉의 난해하고 복잡한 이론을 간명한 언어로 전달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는 영어권 학자들이 가진 장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라캉의 주체>는 그의 첫 저술이다.
이미 라캉을 소개하는 책들이 여러 권 한국어로 소개되어 있다. 그런 가운데 이 책이 갖는 장점이 있다.
첫째, 이미 번역된 그의 <라캉과 정신의학>이 임상적 관점에서 집필되었다면, 이 책은 일반적인 인문학의 독자들의 입장에서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집필되었다. 따라서 신경증, 도착증, 정신병 같은 특수한 주체성의 구조를 다루기보다는 인간 주체성 일반의 구조를 설명하고자 한다.
둘째, 정신분석이 기본적으로 주체에 관한 이론이라고 할 때, 바로 그 주체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데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이 책의 바로 그 제목에 반영되어 있다.
셋째, 주체에 대한 설명 말고도 이 책은 라캉의 정신분석 이론에 대한 상당히 포괄적인 설명을 제시하고 있다. 가령, 라캉의 악명 높은 대상 a 개념에 대한 상세한 설명, 라캉의 성구분 공식에 대한 새로운 접근, 라캉의 담화 이론에 대한 교과서적인 설명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넷째, 2장과 부록에서 핑크는 라캉이 의존하고 있는 수학적 자원을 매우 정교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그 어떤 라캉 소개서에서도 볼 수 없었던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장점들은 라캉읽기에서 미로에 갇혀 분통이 터지는 독자들로 하여금 출구를 찾을 수 있도록 친절한 안내자의 역할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