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글은 가장 평화로운 무기다 이란의 인권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시린 에바디는 ‘글은 가장 평화로운 무기’라고 했다. 폭력에 대항해 인간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써 글은 가장 고결하다. 그러나 세계인권선언이 선포된 지 6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인권 문제가 끊임없이 논의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아직도 현실 속에 인권은 없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반증한다.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는 끊임없이 인권문제가 제기되고, 각종 구호단체가 기부와 나눔을 실천하고 있지만 인권의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인권을 선언해 놓고 기념하면 그만인가? 『왜 분노하지 않는가』는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한 방편으로 ‘2048 프로젝트’를 제시한다. 2048은 모든 사람이 함께 인권을 이야기하고, 이를 강제력 있는 문서로 만들자는 국제적 움직임이다. 중요한 것은 인권을 문서로 만드는 행위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의 집행 문제다. 2048은 세계인권선언 100주년이 되는 2048년까지 집행력을 갖는 세계인권 조약을 집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책은 2048 프로젝트를 통해 인권의 진정한 의미를 되짚어보게 하고, 인권 실현의 길을 안내해 줄 것이다. 인권에 대한 사려 깊고 전문적인 글은 소수의 눈을 위해 쓰이는 경우가 많다. 사회 주류에 편입되는 대신 주변부로 강등되곤 한다. 주변부에서는 충분히 춤을 췄으니, 이제 중심부로 옮겨 가자. - 『왜 분노하지 않는가』 중에서 (196쪽) 1. 인권을 선언 안에 가두지 마라 당신은 인권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우리는 누구에게나 인권이 있다는 사실에 동의하면서도 인권 문제를 다룰 때, 인권을 쥔 자가 인권을 상실한 자를 배려해주는 태도의 오류를 범한다. 인권 침해라는 단어는 자주 장애인과 연결되고, 빈민국의 어린이들은 우리가 도와줘야 할 대상으로만 여겨진다. 하지만 누구나 인권을 말할 수 있고, 우리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인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 인권을 사유한다는 것은 더 나은 삶을 고민한다는 의미이기도 해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대통령인 프랭클린 D. 루스벨트는 국정연설에서 언론의 자유, 종교의 자유, 공포와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라는 4가지 자유를 이야기했다. 아내인 엘리너 루스벨트가 그의 뜻을 이어 1948년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을 선포했다. 세계인권선언은 오늘날 인권의 기본 틀을 제공했다는 의의가 있다. 법적 구속력은 없더라도 강력한 도덕적 강제력을 바탕으로 그 역할을 다할 것이며, 미래에는 집행 가능한 문서로 작성될 것이라는 열망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문서 자체에 구속력이 없어 실질적으로 집행되지 못했다는 점은 커다란 한계로 작용했다. 이 책의 저자이자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법대에서 ‘국제 인권의 법적 집행’을 위해 노력해온 존 커크 보이드는 지금이야말로 모두가 함께 법적 구속력을 가진 인권선언문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세계인권선언의 마지막 조항인 제28조에도 집행력 있는 문서로 작성될 수 있다는 표현을 추가해 인권조약으로의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이를 위해 2048 프로젝트를 제시한다. 2048 프로젝트는 21세기 인류 공존을 위한 인권운동이며, 현재도 진행 중이다. 신문 기사나 텔레비전에서 다루었던 충격적인 인권 남용 사례를 잠시만 떠올려보라. 얼마나 더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과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볼 것인가. 끔찍한 모습을 보며 겨우 항의 서한이나 쌀 몇 포대, 모기장이나 보내고 있을 것인가. 이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인가? 관대한 기부도 계속 해야겠지만, 더 많은 일을 할 때가 왔다. - 『왜 분노하지 않는가』 중에서 (59쪽) 할 말이 있는 사람들은 말하도록 두어야 한다. 사실 비판을 적극 권장해야 한다. 하지만 글로 쓰게 해서 신중하게 평가되고 글로 비판받을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 조너선 사이먼 (2048 프로젝트 책임 연구원) 2. 2048 프로젝트가 전하는 사람과 인권, 그리고 미래 사람들은 단기적이고 즉각적인 문제 해결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나를 포함한 우리 대부분은 2048 프로젝트와 같은 장기 프로젝트를 마주하면, 우선 시선을 돌려 눈앞의 문제에 집중하고픈 충동을 느낀다. 당장 우리는 캔과 종이를 재활용하여 환경을 보호하고 구호단체에 자금을 보내는 일이 훨씬 시급한 일이라고 합리화한다.(사실 그렇다.) 사회 체제를 바꾸려는 어려운 일은 재빨리 잊어버린다. 그러나 공자는 이런 가르침을 주었다. “멀리 있는 것을 보지 못하는 자는 가까이에서 슬픔을 찾게 될 것이다.” - 『왜 분노하지 않는가』 중에서 (58쪽)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2048 프로젝트란 무엇인가. 2048 프로젝트는 2008년 2월 29일 버클리 법대에서 시작되었다. 아일랜드 전 대통령이자 UN 인권고등판무관인 메리 로빈슨, 리바이스의 전 회장이자 CEO인 기업가 로버트 하스가 기조 연설자였다. 연설에서 로버트 하스는 ‘인권과 기업을 위한 국제 의무 체제’를 요구했고, 이 제안이 받아들여져 2048로 구체화되었다. 우리는 인권 문제를 마주할 때 흔히 두 가지 편견을 갖는다. 인권 실현을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할 거라는 생각과 영향력 있는 사람이 의견을 제시해야 할 거라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2048 프로젝트는 이러한 편견을 배제한다. 누가 의견을 제시했느냐보다는 그 의견의 영향력을 중시한다. 또한 누구나 프로젝트에 참여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권장한다. 막대한 자금이 들 거라는 편견에는 ‘1% 해법’으로 대응한다. 1% 해법은 공존을 위한 합의문을 작성하는 데 인류의 1%가 합의에 이르고, 1%가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하여 인권 실현의 길을 안내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협의의 대부분은 이미 쓰여 있다. 우리는 모두의 의견을 모아 그 적합성을 판단하고 함께 결정하기만 하면 된다. 저자는 세계인권선언의 탄생 당시 논제였던 언론의 자유, 종교의 자유, 공포와 결핍으로부터의 자유, 이 4가지에 ‘환경의 자유’를 더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4가지 자유를 말했을 당시만 해도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하지만 최근 수십 년간 환경 파괴로 인한 문제들은 환경에 대한 자유가 필요함을 인지시켜 주었다. 우리는 우리가 누린 것들을 다음 세대도 누릴 수 있게 보존해야 한다. 5가지 자유가 모든 사람의 삶에서 현실이 되었을 때, 모두가 자연스럽게 인권을 누리는 시대가 올 것이다. 3. 인권 실현을 위해 행동할 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권의 확장에 긍정적이면서도 2048년이 너무 먼 미래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2048 프로젝트의 최고 책임자이자 저자인 존 커크 보이드가 말했듯이 “진정한 역사적 변화는 서서히 일어난다.” 2048 프로젝트는 인권 실현을 위한 100년의 터닝포인트를 위해 구체적인 4가지 단계를 제시한다. 함께 집중하고, 생각하고, 작성하고, 결정하자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함께 집중한다는 것은 2048 프로젝트를 일상 속에서 나누자는 것이다. 2048 프로젝트에서 각자는 작은 부분에 불과하지만, 각자가 모이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함께 생각한다는 것은 인권을 생각함에 있어 사회적 지위나 배경과 상관없이 누구든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를 ‘함께 조사해본다’는 의미다. 함께 작성한다는 것은 글로 옮김으로써 말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오해를 제거하고, 문서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행위다. 글은 의도를 더욱 명확히 밝힐 수 있고 아이디어 경쟁을 통해 발전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함께 결정한다는 것은 최선의 권리를 모두의 동의아래 결정한다는 의미다. 각 단계는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진정한 관심과 참여를 필요로 한다. 이 책은 2048 프로젝트라는 100년의 약속을 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