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어떻게 살아남았고,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펼쳐질까
인류의 탄생에서 우주 탐사 그 너머까지
생존을 위한 도전과 승리의 대서사시
두툼한 이 책을 읽는 내내 행복해서 독서가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은 새로운 세계사를 저술하려는 사람들이 ‘세계사 책은 이러해야 한다’고 그려왔을 법한 이상적인 모습을 제시한다. 이 책에서는 동떨어진 대륙들이, 나라들이, 도시들이 만나고 있다. 로마 제국과 한나라가, 에스파냐와 페루가, 포르투갈과 앙골라가, 바이킹과 아라비아가 만난다. 만나는 과정에서 인간들 사이에는 수많은 충돌과, 그것보다는 훨씬 적은 교감이 있었다. 특히 이 책은 한쪽의 구술을 일방적으로 적지 않고 그 쌍방의 관계를 이야기로 풀어낸다.
_조한욱 |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한눈에 들어오는 인류사
다른 종에 비해 몸집도 작고 허약한 인간은 가혹한 지구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그들은 어떻게 소규모 수렵 집단에서 지구 자체를 좌지우지할 만한 힘을 지닌 지배자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인류 우리 모두의 이야기》는 최초의 인간이 오늘날의 세계 시민으로 성장하기까지, 인류가 장대한 역사에서 맞닥뜨린 숱한 도전 앞에 어떻게 투쟁하고 승리하였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특히 이 책은 인류 역사의 주요 사건들을 모두 다루면서도, 그중에서 주목할 만한 중요한 발견과 사건들을 열두 개의 장면으로 집약하여 짚어낸다. 변화의 씨앗, 철의 시대, 시민의 성장, 문명의 충돌, 전염병, 신세계, 실버러시, 혁명 등. 인류사의 중요한 전환점을 설명하는 이 열두 가지 주제를 따라가면서 빠르게 전개되는 이 책은 인간의 역사는 물론이고 자연사와 과학의 다양한 분야까지 넘나들며 설명하고 있다. 그렇기에 누구나 이 책을 통해 방대한 인류사를 명쾌하게 읽어내면서 인류사의 풍부한 광맥들을 탐사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 문명사 서술의 새로운 표본
이 책의 서술에는 한동안 역사학계를 풍미했던 미시사의 요소가 남아 있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미시사적 관심을 거대한 사회 구조의 변혁과 연결하는 미덕도 놓치지 않았다. 구조에 치중하는 역사책은 통계 숫자와 그에 대한 설명에 그쳐 사실 열거에 머물기 쉬운데, 이 책은 인류 역사 전체라는 거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미시사적인 관심과 서술 방식을 잘 녹여냄으로써 역사가 무미건조한 과거의 나열이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현장임을 알게 해주고 있다.
인류의 역사에서 주목할 만한 열두 가지 키워드
인간은 생존의 갈림길마다 결정적인 도약을 했다. 만만찮은 장애와 수수께끼를 해결하고 극복하지 않았다면 현재의 인류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인간이라는 종은 태어나면서부터 발명하고 건설하고 자기 삶의 터전을 찾아 드넓은 공간을 이동했다. 불을 발견하고 먹을 것을 조달하고 쉴 곳을 마련했다.
우리가 그 사건들을 한번 재생해본다면, 인간이 직면했던 어려움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 우리 모두의 이야기》는 그런 생존투쟁의 흔적을 찾는 작업이다.
이 책은 불의 발견에서 철의 발명까지, 고대 로마의 몰락에서 산업혁명까지, 초기 민주주의에서 공민권 운동까지, 인쇄술의 발명에서 컴퓨터의 발전까지, 이러한 역사적 발전을 이끈 동인을 철저히 내부에서 찾으며, 자연의 힘과 인간의 지능과 행운이 어떻게 교차하며 지금의 인간으로 만들었는지를 보여준다. 이를테면, 전염병이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또 사소한 기술적 발견과 발명이 어떻게 역사를 바꾸었는지, 한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어떻게 다른 지역의 삶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의 궁금증을 풀어나가며 인류의 역사를 좀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이야기와 그림으로 재현해낸 시간과 사람들
《인류 우리 모두의 이야기》는 역사가와 과학자의 최근 연구 결과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서도 수십억 개개인의 삶이 어떻게 오늘의 세계를 일구어냈는지 보여준다. 율리우스 카이사르, 칭기즈칸, 조지 워싱턴, 에이브러햄 링컨 같은 동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 역사의 방향을 바꾸는 현장을 그려내고 있다.
이와 동시에 이 책은 누구나 아는 이런 유명인 외에도 역사를 바꾼 거대한 사건에 휘말린 보통 사람들의 모습도 놓치지 않았다. 예컨대, 씨앗을 발견한 여성, 빙하시대를 견뎌낸 사람들, 피라미드를 건설하는 이집트의 건축가, 스파르타의 전사들과 민회에 참석한 아테네의 시민, 바이킹 식 장례를 치르는 볼가 강가 사람들, 페루의 은광산에서 일하는 사람, 뉴햄프셔의 제재소에서 소나무 폭동을 일으킨 사람들, 콜레라 확산의 한가운데에 휩쓸린 엄마와 아기 등이 그 속에 포함된다.
특히 각 장마다 삽입되어 있는 일화들은 구체적으로 묘사한 이야기체 서술로 저마다의 시간을 살아내는 사람들을 생생하게 재현해내고 있다. 인류의 역사라는 거대한 흐름을 굵직굵직하게 그려내면서도 짧은 일화와 적확한 그림을 통해 역사의 어느 한 순간, 한 장소에 일어난 크고 작은 사건이 어떻게 사회의 커다란 흐름과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다큐멘터리의 영상미가 책장의 다채로움으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는 책장마다 자리 잡은 사진과 그림이다. 다큐멘터리의 매력이 돋보이는 사진은 물론, 각 시대에 알맞게 묘사된 그림과 도표가 절묘하게 배치되어 있다. 그와 함께 고고학, 인류학, 천문학, 물리학, 생물학, 지질학 등을 총망라하는 지식들이 때로는 상세하게, 때로는 간략하게 적절한 순간에 등장한다.
각 시대의 인류 분포를 한눈에 파악하게 해주는 수십 장의 지도, 종이와 화약·인쇄술의 발달과 같은 문명의 중요한 계기가 된 지점들, 기술의 도약을 보여주는 여러 징후, 중국의 석궁에서 생물학전·원자폭탄까지 온갖 무기의 발달, 오래된 도시와 새로운 도시의 건축물 등 ‘우리 모두의 이야기’에 걸맞은 다양한 범위의 이미지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독자의 호기심을 한껏 채워줄 것이다.
또한 이런 이미지와 함께 등장하는 조각글들은 칭기즈칸의 정벌에 지구 온난화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려던 포르투갈 뱃사람들이 어떤 바람과 어떤 조류를 만나 고투를 벌였는지, 천연두가 어떻게 잉카 제국을 멸망으로 몰아갔는지 등, 여타의 책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았던 사실들을 알려줌으로써 독자들에게 또 다른 충족감을 선사할 것이다.
다시 도약하기 위하여, 인류사의 퍼즐 맞추기
“동양과 서양 사이에는 황무지가 놓여 있었고, 제국과 식민지 사이에는 대양이 놓여 있었다. 그 양측의 인간들은 어떻게 대면했을까, 인간과 자연 사이 그리고 인간과 발명품 사이의 연결고리는 무엇일까.”
결국, 《인류 우리 모두의 이야기》는 그동안 역사가들이 내버려두었던 ‘연결 고리’로 독자들을 이끌어주고 있다.
▶ 《인류 우리 모두의 이야기》 속으로
1. 변화의 씨앗
농업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영구 경작지가 개간되고 수확량도 증가했다. 수확량 증가는 잉여 곡물을 낳았고 잉여 곡물은 공동체의 확대로 이어졌다. 처음으로 모든 사람이 먹을거리 생산에만 매달릴 필요가 없었다. 이제 몇몇 사람은 공동체에 필요한 다른 것을 생산했다. 최초로 토기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도공이 생겨났고, 뒤를 이어 방직공·무두장이·벽돌공·금속세공인이 탄생했다.
2. 철의 시대
금속을 녹여 무기로 만들 방법을 알아낸 것은 인간의 독창적인 발명 능력이었다. 힘센 부자들이 전유하던 무력 정복이 배고픈 대중도 할 수 있는 영역이 되어버렸다. 전쟁의 주체와 방법이 바뀌었다. 자연과 다른 인간의 위협에 대항할 필요가 지구에서 가장 흔한 금속을 길들일 수 있게 되는 시점과 일치하면서 폭력은 지금까지와는 규모가 달라졌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