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웃고 떠들며 작당하라
우리 집 거실에서부터 유쾌한 혁명이 시작된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남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그래서일까? 각종 SNS에는 행복해 보이는 개인들로 넘쳐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모두가 너무도 손쉽게 ‘연결’될 수 있는데도 우리 사회는 ‘무연사회’라는 진단을 받았고, ‘고독사’는 더 이상 뉴스거리도 되지 못한다. 사실 통계에 따르면 SNS를 하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더욱 불행하다고 느낀다고 한다. 남들의 ‘전시된 행복’을 보면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소셜 네트워크가 아니라 우리 집 거실에서, 근처 마트에서 실제 이웃과 관계를 맺는 것이다.
《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공동체 가이드북》은 진정한 행복이란 바로 공동체에서 시작된다고 역설한다. 우리 주위의 이웃이나 타인으로부터 오는 기쁨이야말로 공허하지 않은 행복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저자는 경쟁 사회에서 묻힐 수밖에 없었던 본능적인 공동체 능력이 극한의 상황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사례를 통해 행복의 본래 의미를 되묻는다. 그리고 잃어버렸던 공동체성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제도의 변화를 통해서 되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길이기 때문이다.
행복을 부르는 유쾌한 공동체를 소개합니다
물론 인간관계가 행복을 불러오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저자는 여기에 덧붙여 행복의 4대 요소를 주장한다. 타인과 맺는 사회적 ‘관계’,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소명’, 일상에서의 ‘유희’, 의사결정에 자신이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능력으로서의 ‘통제’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행복의 필수 요소들을 모두 갖춘 곳은 다름 아닌, ‘유쾌한 공동체’이다.
여기서의 ‘유쾌한 공동체’와 깃발 아래 사람들이 도열한 기존의 공동체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있다. 바로 개인이 온전히 존재하느냐 여부이다. 저자는 기존의 공동체가 목적의식에만 사로잡힌 나머지 참여 과정에서의 즐거움이 사라져버렸다며 우려를 표한다. 이는 한국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근래 들어 우리 사회에서도 기호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나 도시형 장터 등 ‘유쾌한’ 공동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느슨한 연대나 공동체 또는 정기적인 모임에서의 소소하고 유쾌한 대화야말로 우리가 행복을 위해 실천해야 할 것들이라는 점이다. 진정한 행복은 거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최고의 민주주의를 만든 스터디 서클
스웨덴의 전 총리 올로프 팔메는 스웨덴의 민주주의를 두고 “스터디 서클 민주주의Study Circle Democracy”라고 말했다. 스웨덴이 세계에서 민주주의가 가장 발달한 이유를 바로 스터디 서클이라는 공동체에서 찾은 것이다. 행복한 사람들의 비율이 가장 높다고 알려진 북유럽 국가들은 이와 같은 공동체가 매우 발달해 있다. 요즈음 국내에서 활발하게 생겨나고 있는 ‘인문학 공부모임’과 비슷한, 느슨한 연대의 풀뿌리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민주주의와 사회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가장 필요한 ‘스터디 서클’을 어떻게 만들어나갈 수 있는지 조목조목 예를 들어 설명한다. 구성원들이 지켜야 할 배려의 대화법에서부터 8주간 모임이 진행되는 동안 어떤 화두를 던지고 풀어나가야 할지 섬세하게 짚어준다. 특히 저자가 실제로 운영하고 있는 ‘행복 서클’의 사례는 행복을 가로막는 실질적인 문제들, 가령 개인의 행복을 위한 관계, 유희, 소명, 통제에 관한 담론에서부터 공동체 활성화와 환경문제 그리고 민주주의에 이르기까지 개인과 사회를 넘나드는 전 방위적인 화두에 대한 진솔한 대화만이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이를 실천하도록 독려한다.
공동체의 실천은 진정 ‘타인을 만나는’ 대화법에서 시작된다
저자는 공동체를 통한 새로운 문화를 실현하는 데 가장 필요한 기술로 대화법을 꼽는다. 여기서 대화법은 비즈니스에서의 ‘이기는 대화법’이 아니라, 타인과의 진정한 만남을 위한 대화의 기술이다. 타인을 목적 달성의 수단으로 여기고 설득해야 할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충만하고 신성한 경험을 주고받는 소통상대로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모두를 감화시키는 놀라운 사상 따위가 아니다. 평등한 가운데 억압받지 않고 자유롭고 열정적으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실천하기 위한 14가지 대화의 원칙을 소개한다. 명작을 탄생시킨 J. R. R. 톨킨과 C. S. 루이스의 대화 모임, 프로이드가 친구에게 보낸 가슴 절절한 편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생기를 불어넣는 대화법 그리고 저자 자신의 소소하지만 유쾌한 경험담 등을 통해 이러한 대화의 원칙이 어떻게 행복을 불러오고 놀라운 성취를 이루어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의 목적은 분명하다. 우리 사회에서 행복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며 타인들과의 소통과 사회변화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공동체 경험은 자신도 모르게 결핍되었던 삶의 기쁨을 되찾아 줄 것이다.
이 책은 시작일 뿐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책이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이 책을 통해 낯설기만 했던 타인들과의 만남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공동체 경험을 통한 기쁨을 만끽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