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화이트아웃

와카스기 레쓰
300p

저자/역자

목차

편집자 서문 ─ 후쿠시마: 탐욕에 눈먼 자들의 재앙 프롤로그 ─ 원전 화이트아웃 1장 ─ 선거의 이면 2장 ─ 간사장의 예행연습 3장 ─ 후쿠시마의 죽음 4장 ─ 낙선의원 방문 5장 ─ 관료와 대중 6장 ─ 허니 트랩 7장 ─ 함정에 빠진 지사 8장 ─ 상공족의 우두머리 9장 ─ 도청 10장 ─ 수상한 신문기사 11장 ─ 총리와 검찰총장 12장 ─ 특종 기사의 진실 13장 ─ 일본전력연맹 홍보부 14장 ─ 에너지기본계획의 함정 15장 ─ 시위대 탄압 16장 ─ 지사 체포 17장 ─ 원전 재가동 18장 ─ 국가공무원법 위반 에필로그 ─ 폭탄저기압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원전 제로, 하지만 다시 시작된 재가동의 움직임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 지방 근해에서 리히터 규모 9.0에 달하는 지진이 일어났고 그로 인해 발생한 지진해일로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가 폭파되는 인류 최악의 원전 사고가 일어났다. 이는 일본 국민뿐 아니라 전세계에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원전의 위험성을 새삼 환기시켜 줬고, 또한 방사능 누출에 대해 트라우마에 가까운 공포심을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됐다.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다양한 자구책들을 마련해야 했던 일본정부는 ‘후쿠시마 이후의 에너지 정책’으로 2050년대까지 모든 원전을 닫기로 한 이른바 ‘원전 제로’ 정책을 내걸었다. 그렇게 2013년 9월 후쿠이 현의 오오이원전 가동중지를 마지막으로 일본의 원전 사태는 막을 내리는 듯했다. 하지만 원전 사고 후 계속되던 무역 수지 적자가 2013년엔 10조 6000억 엔이라는 사상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고, 일본 정부는 그 주요 원인을 원전이 생산하던 전력을 대신하기 위해 에너지 원료 수입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원전 제로’ 정책을 내건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새로운 안전 규제 기준을 통과한 원전’은 재가동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사실상 전면 재가동이었다. 원전에 덧씌워진 비리들과 원전 재가동 하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원전 재가동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고 있음을 고발한다. 정부는 ‘원전이 가장 싼 값으로 전기를 생산해내는 최선책’이라고 떠들어대지만 그 이면의 방사성 폐기물, 원전 폐로 비용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았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갈지 모른다는 불편한 진실을 숨긴 채 정부는 에너지 원료를 수입하느라 무역 수지 적자가 나고, 비싼 전기요금으로 일본의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어간다는 논리로 여론을 원전 재가동 쪽으로 몰아가고 있다. 또한 원전 마피아들이 말하는 ‘일본의 원전은 안전하다’라는 주장 역시 거짓말에 불과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단지 원전 수출에 지장이 없도록 위험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할 뿐이라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인재(人災)라고 판명이 났음에도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바뀐 것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별일 없었다는 듯이 재가동을 한다면 아무리 새로운 안전 기준을 세운다 한들 제 2, 제 3의 원전 사고는 막을 수 없다고 경고한다. 이 사회를 지배하는 괴물 그렇다면 왜 정부는 이러한 치명적인 위험을 알면서도 원전을 재가동하려고 하는 것인가? 저자는 전력업계가 고안해 낸 정·관·재계의 유착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시스템에 주목했다. 그 전모는 이렇다. 우선 전력회사는 협력업체에 20퍼센트 정도 높은 금액의 단가로 발주한다. 그렇게 발생한 수익의 일부는 친한 협력업체들이 모여 만든 임의단체에 예탁하게 한다. 그 돈은 사실상 전력회사가 쓸 수 있는 비자금이 되며, 후원금 명목으로 정계와 언론계로 흘러들어간다. 전력회사는 여당, 야당 가릴 것 없이 후원하며 심지어 다시 출마할 의사가 있어 보이는 낙선의원의 일자리마저 보장해주는 실정이다. 그 결과 전력회사는 금전적인 도움을 준 정치인들을 등에 업고 국가 정책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저자는 이 시스템을 ‘몬스터 시스템’이라 명명했고, 이것은 마치 독자적인 생명을 얻어 활동하고 있으며 일본 사회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음을 폭로했다. 이 시스템은 원전이 돌아가야만 더 강한 힘을 얻을 것이기에 원전 재가동은 그 괴물에게 불어넣는 생명의 숨과도 같다. “후쿠시마 현민도 다른 일본 국민과 마찬가지로 피폭당하지 않고 살아갈 권리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 권리가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 2011년 7월, 원전 사고 후 4개월이 지난 시점에 열린 공청회에서 후쿠시마 현민과 정부 측 사이에서 오간 대화는 국민의 인권은 도외시한 채 보신주의에만 급급한 공무원 사회의 씁쓸한 현실을 보여주었다. ‘정관재’라는 트라이앵글 속 국민이란 표와 돈만 가져다 바치는 존재일 뿐이다. 그들은 풍요로운 생활을 한껏 누리고 있지만, 몬스터 시스템을 움직이는 비자금마저 전기요금에 포함시키는 등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또 대중은 쉽게 끓어올랐다 식는 냄비와 같아서 시끄러운 일이 생겼을 땐 공권력과 언론을 동원하여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시간이 가기만 기다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부조리를 직시한 저자는 자신의 업이 국민의 혈세로 살아가는 공무원인 만큼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려야 하며, 원전 재가동은 국민의 동의하에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아직 정가에 양심세력이 남아있지만 그 힘이 미약하기에 원전 마피아와 정부 간의 유착관계를 끊어내려면 국민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침묵하는 대중에게는 책임이 없는가? 저자는 이 사태에 대처하는 대중 또한 비판의 대상으로 꼬집는다. 대중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불거진 문제들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전력회사만을 비난하기 바쁘다. 그 사이 정치 성향에 따라 원전 재가동에 찬성하는 정치인이 버젓이 당선된다. 또 전기료가 인상될까 봐 원전 재가동으로 입장을 바꾸기도 한다. 총리 관저 앞에 탈원전 시위 참가자들도 점점 수가 줄어간다. 대중은 이토록 잘 속아 넘어가고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하다. 이래서는 상황이 나아질 수 없고, 대중 역시 이 사회를 망가뜨리는 공범이라는 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다면 과연 일본만의 문제인 것인가? 지금 이 상황을 고리원전 문제에 대입해보면 우리나라의 상황과 다를 바 없음을 깨닫게 된다. 차이는 우리는 아직 사고가 터지기 전이라는 사실이다. 그린피스 등의 환경단체는 고리원전에서 사고가 나기라도 한다면 후쿠시마보다 몇 배는 심각한 상황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현재 한국은 반경 30킬로미터(방사선비상계획구역) 안에 30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고, 그 사람들을 위한 안전대책 역시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다. 끊임없이 일어나는 고장들, 원전 부품 비리들로 불안해하지만 이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은 전무하다. 지금이라도 우리의 심각한 안전 불감증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