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얘들아, 너희 인생의 서사는 어떠니?” 수많은 장르와 소재, 연령대를 넘나드는 작가 설재인, ‘평균’이라는 선 밖의 아이들에게 주목하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25권 『열일곱의 사계』가 출간되었다. 이 ‘매운맛 성장소설’은 청소년 소설은 물론 SF, 순문학까지 다채로운 소설 세계를 구축해온 ‘믿고 보는 작가’ 설재인의 신작 청소년 장편소설이다. 『열일곱의 사계』는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시리즈 내의 ‘계절 앤솔러지’ 시리즈 첫 번째 권, 『3월 2일, 시작의 날』에 실린 단편 「메모리 카드」를 장편으로 풀어낸 소설로, ‘계절 앤솔러지 시리즈 장편화 프로젝트’의 시작이기도 하다. 소설의 구성 또한 독특한데, ‘계절’을 강조했던 앤솔러지 시리즈의 특징을 그대로 플롯에 반영했다. 「메모리 카드」의 주 서사인 주인공 ‘성아민’과 ‘신유정’이 만난 봄날의 이야기에 이어 여름, 가을, 겨울에 걸쳐 만나는 다른 세 아이와의 에피소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단편과는 또 다른 무게감 있는 스토리가 펼쳐진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깊이 있는 결말로 독자들을 이끈다.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열일곱 살 성아민은 국내 최고의 대학교 경영학과에 막 입학한 미성년자 대학생이다. 누구나 부러워할 스펙이지만, 사실은 어리고 빈티가 난다는 이유로 학과에서 노골적으로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집에 불이 나 삽시간에 거처를 잃고, 하나뿐인 가족인 어머니도 병원 신세를 지게 되고 만다. 당장 공사판에라도 뛰어들어야 할 처지에 놓인 아민은 학교 게시판에서 수상한 과외 구인 공고를 보고 바로 연락을 한다. 그렇게 고등학교 1학년이지만 스무 살 갓 성인이자 엄청난 부잣집 아들인 송유정과 조우하게 된다. 과학자 겸 교수로 이름을 날리는 유정의 부모는 아민이 유정과 호텔 펜트하우스에서 같이 살면서 그를 살펴봐 주었으면 한다고 부탁한다. 아민은 이것은 과외가 아닌 감시라고 생각했지만, 관짝 같은 고시원에서 혼자 머무르고 싶지 않았기에 제안을 수락한다. 그런데 함께 지내면서 유정은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한다. 그 둘은 사실 자신의 부모가 아니며, 실험을 위해 자신의 머릿속에 칩을 박았다고. 그 칩 때문에 자신은 타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고. 그때 아민은 그저 유정이 많이 아픈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어느 날, 유정의 떼에 가까운 부탁으로 둘은 벚꽃놀이를 하러 간다. 그러나 예보에도 없던 폭우로 꽃놀이는커녕 비만 잔뜩 맞고, 설상가상으로 아민이 껄끄러워하는 과 동기들까지 마주친다. 아민은 유정과 도망치려 했지만 친구가 필요했던 유정은 아민을 버려둔 채 그들과 술을 마시러 가버린다. 그다음 날, 유정은 길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아민은 후회감에 괴로워하며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작은 메모리 카드, 유정이 계속 이야기하던 ‘칩’을 훔쳐내 매일 그것을 손에 쥐며 다짐한다. 더는 과외생에게 마음을 주지 않겠노라고. “먼저 들어가세요. 이 사람들이 저를 더 원하는 것 같아요. 적어도 쌤보다는요. 나를 한 번도 믿지 않았던 쌤, 계속해서 내 상처를 배부른 애의 투정으로 치부했던 쌤보다는 훨씬 더…….” “배부른 애의 투정”. 아민은 그런 말을 유정에게 결코 한 적이 없었는데. _본문 중 같은 해 여름, 아민은 한 교수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그의 조카를 가르치게 된다. 아이의 이름은 ‘주성현’으로, 초등학교 5학년인데 벌써 고등학교 3학년 과정까지 공부를 끝낸 ‘영재’였다. 되바라진 성현은 아민의 가난이 부럽다며, 자신은 사실 부모로부터 벗어나고 싶다고 슬쩍 터놓는다. 가난을 특권처럼 여기는 성현의 말에 분개한 아민은 홧김에 성현에게 직접 가난을 택하라고, 가출하라고 종용한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성현은 정말로 집을 나와 아민의 고시원에 얹혀살게 된다. 성현의 과외를 할 수 없게 된 아민은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허리를 다치고 만다. 통증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어느 날, 아민은 고시원 사람 중 유일하게 연락처를 아는 히키코모리 남자 ‘사공’에게 파스를 사다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이 일은 예기치 못한 사건을 몰고 온다.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 성현은 순식간에 모습을 감춰 버린다. 유정의 죽음과 성현의 실종을 겹쳐본 아민은 혼란한 마음으로 성현을 찾으려고 길거리를 헤맨다. 아민은 바랐다. 성현이 만약 자신과 똑같은 자세로 어디선가 울고 있다면, 도움을 받았기를. 안전한 곳에 가 있기를. 이 모든 일이, 나중에 우스웠던 추억으로서 떠올릴 수 있는 에피소드가 되도록 그 애가 이미 만들었기를. 그건 자신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그 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안전하기만을 바랐다. 유정과 달리. _본문 중 열일곱 봄에 구르기 시작한 아민의 불행이라는 눈뭉치는 계절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더더욱 커다랗게 불어나기만 할 뿐, 줄어들 줄을 모른다. 외로운 마음에 스산함이 더해지던 가을, 아민은 고시원에 머무는 어떤 여자의 부탁으로 불우한 환경에 놓인 그의 아들, ‘민지원’의 과외 선생님이 된다. 지원은 똑똑하지만 학업을 계속하기보다 빨리 취업해서 자신을 학대하는 아버지를 버리고 어머니와 함께 살고 싶어 한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지원에게 동질감을 느낀 아민은 남에게 한 번도 털어놓지 않았던 속마음을 내보이며 빠르게 지원과 가까워진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게 된 과 사람들은 네가 푼돈만 받고 과외를 하니 우리 과의 격이 떨어진다고 아민을 비난한다. 그리고 그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지원 어머니와의 말도 안 되는 악연이 아민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어른에겐 아이의 미래, 꿈, 목표와 행복. 그런 것들이 당연시되죠. 하지만 그런 걸 가진 아이를 저는 본 적이 없어요. 어딘가엔 있겠죠.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았어요. 어른들을 봐도 마찬가지예요. 우린 다들 그저 먹고살기 위해 살고 있어요. 고시원만 그런 게 아니에요. 민종찬 선생님도 결국 마찬가지잖아요. 허상을 투사하지 마세요. 허상이 허상임을 인정해 주세요. 욕심부리지 마시고 살 방법을 찾아 주세요. 지원이와 함께 살아 나갈 방법을요.” _본문 중 시간이 지나 어느 겨울, 결국 아민은 경영학과에서 사범대로 전과한 후 선생님이 되었다. 지금은 한국 최고의 명문 고등학교인 제일자유고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하는 중이다. 아민은 입학 첫날부터 자신을 계속 따라다니며 관심을 얻고 싶어 하는 학생 ‘함희준’에게 유정과 성현, 지원의 이야기를 해준다. 마치 엊그제 일처럼, 생생하게. 지원과 희준이 교무실을 떠난 후 아민은 짐을 챙겼다. 교무실을 나와 운동장의 가장자리를 걸었다. 그리고 인적 드문 후문으로 향했다. 단순히 버스 정류장이 그쪽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를 가늠하기 힘든 어느 평범한 순간, 아민은 목 주위에 격렬한 통증을 느꼈다. _본문 중 독자들은 아민의 덜컥이는 매일을 보면서 괴로움이나 분노, 슬픔 같은 부정적 감정에 잠식될지도 모른다. 숨통 트일 새도 없이 구르고 또 구르는 아민이 짠할지도 모른다. 그의 힘듦이 너무나 치밀하고 촘촘하게 묘사되어 있는 덕분에(?) 마치 내가 힘든 일들을 겪는 듯한 기분이 들 수도, 그래서 책장을 넘기는 것이 괜히 망설여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민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도, 눈앞에 갑자기 낭떠러지가 나타나도 끝내 자신에게 향하는 것이 맞는지도 모르는 따스함을 향해 차근차근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그 한 걸음 한 걸음에, 아민이 사계절에 걸쳐 마주친 세 아이가 함께한다. 흔들릴 때는 손을 잡아주고, 지쳤을 때는 어깨를 빌려주고, 종종 별안간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기도 하면서. 아민의 봄, 여름, 가을처럼 우리의 삶은 종종 부족하고 불완전한 것으로만 점철되어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