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당신이 무사히 타락하기를

무경 · 소설
24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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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개막 <치지미포, 꿩을 잡지 못하고> <폐문조거, 문을 열지 못하고> <부복장주, 뱃속에 숨기지 못하고> <낭패불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폐막 작가의 말

출판사 제공 책 소개

● 2024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 수록 ● 2025 서울국제도서전 화제작 1928년 근대 부산을 배경으로 한 《마담 흑조는 곤란한 이야기를 청한다: 1928, 부산》을 통해 역사 미스터리의 매력을 선보였던 무경의 신작.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이야기꾼 무경(無境)이 이번에는 진짜 ‘악마’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는 자신을 악마라 부르는 자와 위스키를 나누며 그의 수상한 고백을 밤새 듣는다. 실재한 한국 현대사와 작가의 상상력이 교차하는 이야기 속에서, 악마는 속삭인다. 누구에게나 언젠가 피할 수 없는 선택의 순간이 올 것이며, 그 선택이 곧 나 자신이 될 것이라고. 이 책이 보여주는 역사의 비극은 나약함과 야욕에 휘둘려 타인과 자신의 인생을 망치는 평범한 인간의 선택 그 자체다. 인간의 복잡한 본성과 역사의 어두운 층위를 드러내는 데 탁월한 작가 무경은 악마의 목소리 뒤에서 묻는다. 타락하지 않는 인생은 가능한가. "무경, 악마 같은 작가가 들려주는 진짜 악마 이야기" 바(bar)를 찾은 나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와 말을 건네는 정체불명의 인물. 독특한 석탄 향을 풍기는 아드벡 10년과 무난한 발렌타인 17년 중 무엇을 마실지 신중하게 고르라며, 오늘 밤 내가 자신의 긴 이야기를 들을 자격이 있다는 엉뚱한 이야기를 꺼낸다. 그의 이야기는 사실인지 허구인지 모호하지만 묘하게 매혹적이다. 그는 태연히 이야기한다. “나는 악마입니다.” 그는 수십 년 동안 어떻게 영혼들을 타락시켜 지옥으로 보냈는지 이야기한다. 나는 점점 궁금해진다. 왜 그는 하필 내 옆에 앉았는가. 마지막에 나를 기다리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오늘 밤, 내게 무사 타락을 기원하며 술잔을 내미는 자가 있다. 그는 내 속에 있는 것들을 알고 있다. 그가 나를 보며 웃는다. 첫 번째 이야기 <치지미포, 꿩을 잡지 못하고> “인간이 봐도 인간 같지 않은 자들이 있지요? 그런 영혼을 지옥으로 보내는 건 내 직업의식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12월의 매서운 겨울. 아기가 갓 태어난 허름한 초막에 멀리서 낯선 세 사람이 찾아온다. 동방박사 같은 모습의 윤 소위, 박 상사, 마 상병. 그들은 몸을 푼 지 별로 되지 않은 여인과 노파에게 총부리를 겨눈다. 그러나 그들이 찾던 이는 이미 산속 깊숙이 사라진 뒤였다. 굶주림이 밀려온다. 밥을 요구하며 기다리는 동안, 군인들은 동료에게 아내의 안부를 묻고, 누군가는 언젠가 다시 대학에 돌아가 공부하리라 상상한다. 삶과 죽음, 배고픔과 희망이 기묘하게 뒤섞인 고요한 초가집. 여인과 노파가 차려낸 소박한 밥상 앞에서 그들은 허기를 달랜다. 그제야, 태어난 지 하루도 채 안 돼 눈도 뜨지 못한 아기가 눈에 밟힌다. 새빨간 아기의 작은 손. 그 손을 살며시 건드리며 생각한다. 과연 이 아이는 훗날 지옥으로 거둬갈 만큼 영혼이 무르익을 수 있을까? 1951년 겨울, 지리산의 바람은 유난히 차가웠다. 두 번째 이야기 <폐문조거, 문을 열지 못하고> “믿음을 잃은 신도가 그 종교의 중심지에 있는 것만큼 곤란한 일이 있을까요?” 총재는 도망치지 않았다. 휴거를 약속받으려고 ‘구원의 문’에 홀로 올라간 것이다. 그는 기도로 휴거의 기적을 보일 것이다! 사이비 교단 총재의 신도 학대 제보를 받은 경찰과 기자가 천당원에 들이닥친다. 그들을 막아서는 신도와 비아냥거리는 기자. ‘구원의 문’은 평범한 기도실에 불과하고, ‘휴거의 기적’이란 총재가 세력이 기운 교단을 버리고 도망간다는 뜻이 아닌가? 믿음과 불신 사이에서 굳게 닫혀 있던 ‘구원의 문’이 서서히 열린다. 과연 그 너머의 진실에 구원의 힘이 있을까. 혼란스러웠던 1992년. 휴거 소동이 무위로 돌아간 뒤 상처받은 영혼들은 어디로 향했는가. 세 번째 이야기 <부복장주, 뱃속에 숨기지 못하고> “땅속 저 밑은 늘 음침하다. 흡사히 무덤 속 같이 귀중중하다. 싸늘한 침묵.”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조선에 금괴를 숨겼다는 소문을 시작한 자, 믿는 자, 이용하는 자, 속을 알 수 없는 자가 1987년 여름 부산의 폐광에 모인다. 폭우가 쏟아지는 태풍 전야. 마침내 금괴에 가까이 다가선 순간, 각자에게 끔찍한 나락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틈에서 이 광경을 즐기며 웃는 누군가. 타락하지 않는 인생은 가능한가. 네 번째 이야기 <낭패불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2024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 “그 향기로운 악의라니! 인간은 악마보다 더욱 위대하게 잔인해요. 지옥 가장 깊은 곳의 그분도 인간에게 경의를 표할 겁니다.” 누구에게나 엉망인 첫 경험이 있다. 단정히 차려입은 셔츠가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열심히 일하는 신 경장. 출세를 꿈꾸고, 곧 둘째 아이도 태어날 예정이라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싶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는 오늘, 용의자 고문으로 인생 첫 취조를 완수해야 한다. 아무리 목봉으로 구타해도, 욕조에 머리를 몇 번씩 담가도 들려오지 않는 용의자의 대답. 마음이 연약한 것인가. 기술이 부족한 것인가. 지지부진한 일처리에 급기야 선배까지 윽박지르자 신 경사가 동요한다. 그때, 동료가 나서 그를 돕는다. “신 경사님, 집에 있는 가족을 생각하십시오.” 1973년 여름, 10월 유신을 앞둔 서울의 한 경찰서 취조실에서 신 경장이 가족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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