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도살장

커트 보니것 · SF/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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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0권. 드레스덴 폭격을 소재로 한, 커트 보니것의 대표작. 주인공 빌리 필그림은 시간과 시간 사이를 떠돌며 여행한다. 제2차세계대전 벌지 전투의 독일군 전선 후방으로, 포탄이 쏟아지는 드레스덴의 도살장으로, 트랄파마도어 행성의 동물원으로, 뉴스가 넘치는 뉴욕으로, 수소폭탄 공격을 받았다 재건된 시카고로. 유쾌하고 황당한 이야기 뒤에 숨어 있는 비관론과 허무주의, 그리고 인간에 대한 희망. 오직 보니것만이 쓸 수 있는 독특한 반전(反戰)소설이다. 전쟁을 다룬 이야기는 많다. 그러나 <제5도살장>은 조금 다른 방식을 택한다. 소설 안에서 평화를 주장하고 전쟁을 반대하는 사상적인 표현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작가는 전쟁의 참극을 결코 노골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잿빛의 달 표면, 위태롭고 고르지 못한 곡선, 돔을 이루고 있는 돌과 목재로 이루어진 레이스. 시간과 공간을 어지럽게 넘나드는 이야기 안에서 드레스덴은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묘사되어 있고, 주인공인 빌리가 겪은 드레스덴 폭격 또한 매우 무덤덤하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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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제5도살장 해설 | 커트 보니것과 『제5도살장』 커트 보니것 연보

출판사 제공 책 소개

★ 2009년 뉴스위크 선정 ‘역대 최고의 명저 100’ ★ 2005년 타임 선정 ‘20세기 100대 영문소설’ ★ 1998년 모던라이브러리 선정 ‘20세기 100대 영문학’ ★ 미국대학위원회 선정 SAT 추천 도서 풍자와 블랙유머의 대가 커트 보니것의 대표작 『제5도살장』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0번으로 출간됐다. 『제5도살장』은 제2차세계대전의 드레스덴 폭격을 소재로 한 소설로, 보니것의 문학 세계가 그대로 담겨 있는 걸작이다. 시간과 시간 사이를 떠돌며 여행하는 주인공 빌리 필그림의 이야기는 얼핏 보면 허무맹랑하기만 하다. 그러나 유쾌하고 황당한 이야기 뒤에는 인간에 대한 희망과 정교하게 계산된 아이러니가 숨어 있다. 20세기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을 이끈, 오직 커트 보니것만이 쓸 수 있는 독특한 반전(反戰)소설. 반전(反戰)과 반문화(反文化)의 작가 냉소적인 휴머니스트 커트 보니것 미국 최고의 풍자 작가, 블랙유머의 대가, 마크 트웨인의 후계자 커트 보니것. 그는 미국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을 이끌고 60년대 반전 운동과 반문화의 흐름을 대표한 작가로 꼽힌다. 메타픽션 기법과 날카롭고 통렬한 독설로 사회를 비판한 그의 작품은 시대를 풍미하며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았다. 리처드 브라우티건, 무라카미 하루키, 더글러스 애덤스 등 많은 작가와 영화감독, 음악가 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했다. 커트 보니것은 기계 문명, 시간 여행, 외계인 같은 소재를 즐겨 사용하며 장르의 경계를 허물었고, 스스로도 현대를 사는 작가가 기계 문명에 무지하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 말했다. 실제로 아버지 커트 보니것 시니어는 MIT 출신 건축가였고 형인 버나드는 저명한 과학자였으며, 본인 역시 코넬 대학교에서 생화학을, 테네시 대학교와 카네기 공과대학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했다. 과학을 사랑하고 인간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던 청년. 그대로 흘러갔다면 그는 조금 다른 스타일의 소설을 쓰게 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드레스덴 폭격은 그의 인생을 바꾸고 말았다. 제2차세계대전에 보니것은 미 육군으로 참전했고 미국은 전쟁에서 승리했다. 승전국의 군인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독일이 항복을 선언했을 때 그는 폐허가 되어버린 드레스덴에서 산처럼 쌓인 시체를 옮기고 있었다. 아군이 만든 지옥에서 죽어버린 적국의 사람들을 수습하던 시간. 이후 아이러니와 부조리는 그의 작품 세계를 이루는 근간으로 자리잡았다. 전통 서사를 뒤집는 독특한 반전소설 1945년 2월 13일, 독일 동부의 드레스덴에 포탄이 쏟아졌다. 사흘간 폭격이 있었고, ‘엘베 강의 피렌체’라고 불릴 만큼 아름답던 도시는 화염에 휩싸여 폐허로 변했다. 전세를 굳히기 위한 미영 연합군의 공격이었다. 건물 대부분이 파괴되었고, 추산 3만 5천 명에서 15만 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나왔다. 드레스덴 폭격에서 “우연이 허락한” 덕에 살아남은 보니것은 전쟁에서 돌아온 후 이 사건에 대해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실제로 책이 출간된 것은 1969년, 전쟁이 끝나고도 20년 넘게 지난 후였다. 전쟁을 다룬 이야기는 많다. 그러나 『제5도살장』은 조금 다른 방식을 택한다. 소설 안에서 평화를 주장하고 전쟁을 반대하는 사상적인 표현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작가는 전쟁의 참극을 결코 노골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잿빛의 달 표면, 위태롭고 고르지 못한 곡선, 돔을 이루고 있는 돌과 목재로 이루어진 레이스. 시간과 공간을 어지럽게 넘나드는 이야기 안에서 드레스덴은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묘사되어 있고, 주인공인 빌리가 겪은 드레스덴 폭격 또한 매우 무덤덤하게 그려진다. 등장인물 역시 일반적인 서사와 다르다. 이 소설에는 전투에서 동료와 나라를 구하는 영웅도, 전쟁으로 모든 걸 잃고 고통받는 희생양도 등장하지 않는다. 주인공 빌리 필그림은 우연히 시간에서 해방되어 삶의 여러 시간을 발작처럼 여행한다. 외계인에게 납치되기도 한다. 빌리가 어떻게 한 행성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지 묻자, 모든 시간을 로키 산맥처럼 한눈에 볼 수 있는 트랄파마도어 행성의 생명체는 이렇게 말한다. “오늘은 그렇죠. 하지만 다른 날에는 당신이 보거나 읽던 어느 전쟁 못지않게 끔찍한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그건 우리도 어쩔 도리가 없기 때문에 그냥 안 보고 말지요. 무시해버립니다. 우리는 기분좋은 순간들을 보면서 영원한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므로 모든 죽음 앞에서 트랄파마도어인은, 그리고 빌리는 이렇게 말한다. “뭐 그런 거지.” 그러다 보니 『제5도살장』은 얼핏 보면 그저 숙명론의 결과물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허무와 비관론을 한 겹 들치고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작가가 설치해둔 정교한 아이러니가 숨어 있다. 작품 속 화자는 초반부터 전쟁이 미화되는 것을 경계한다. 또한 가장 주인공다운 인물인 에드거 더비가 아주 사소한 일로 죽음을 맞이한 일을 ‘전쟁 소설’의 클라이맥스로 꼽는다. 작가는 화자와 주인공을 분리시켜 서로 다른 의견을 전하고, 독자들에게는 전쟁이 불러온 비극의 윤곽만을 전달한다. 이렇게 전통적인 서사를 전복시킴으로써 이 소설은 전쟁의 비극적인 면모를 더 분명히 드러내게 된다. 모든 죽음을 그저 그렇게 구조화되어 있는 것이라 받아들이는 빌리의 덤덤한 태도는 결국 비극과 부조리를 향한 방어기제인 셈이다. 커트 보니것 식의 웃음과 유머로 절망에 맞서는 방법 한 인터뷰에서 보니것은, 드레스덴 폭격은 종전을 앞당기지도 독일군을 약화시키지도 못했고 포로들을 구하지도 못했으며 오직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그 사건으로 이익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는 무익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 한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바로 접니다. 이 책을 쓴 덕에 큰돈을 벌었으니까요.” 부시 정부의 정책을 맹렬히 비판하고 반전 운동에도 활발히 참여한 커트 보니것. 그가 사회를 비판하며 휘두른 가장 날카로운 무기는 바로 유머였다. 보니것 특유의 냉소와 블랙유머는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젊은이들 사이로 크게 퍼져나갔으며, 반전과 민권 운동, 자유의 물결을 타고 『제5도살장』은 미국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 되었다. 소설 안에서 모든 죽음에 따라오는 “뭐 그런 거지(So it goes)”라는 대사는 60년대 당시 반문화를 제창한 청년들에게 일종의 슬로건으로 자리잡았다. 그가 제2차세계대전 최악의 학살을 겪고도 인간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싸울 수 있었던 것은 시니컬한 유머의 힘이었다. 『제5도살장』이 당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반문화의 상징이 되었던 것도 유머가 지닌 힘이었다. 커트 보니것이 살아 있었다면, 지금 혼란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 역시 유머라 말했을 것이다. “유머는 인생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한 발 물러서서 안전하게 바라보는 방법이다. (…) 내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일은 사람들에게 웃음으로 위안을 주는 것이었다. 유머는 아스피린처럼 아픔을 달래준다.” _『나라 없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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