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지한국희곡선집>은 개화기 이후부터 현대까지 문학사와 공연사에 길이 남을 작품을 선정했습니다. 희곡 연구와 창작을 돕고 공연에 활기를 불어넣기를 기대합니다.
**동학농민운동을 소재로 민중 혁명과 계급을 초월한 사랑의 좌절을 함께 그린 작품이다. 전체 4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극단 아랑이 1941년 5월 2일부터 3일 동안 부민관에서 초연했으며 이후 아랑의 가장 인기 있는 레퍼토리가 되었다.
김성현을 비롯해 부패한 양반들은 향교에 불을 지른 범인을 색출하는 과정에서 박달을 심문한다. 한편 이들에게 억울하게 아버지를 잃은 농민 수만은 김성현의 아들 상수와 우정을 나누고 상수의 여동생 윤주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그러던 차에 전봉준 밑에 있던 수만의 형 수영이 돌아와 봉기를 일으키고, 동학군은 김성현을 잡아들인다. 윤주에 대한 사랑 때문에 번민하던 수만은 동료들의 눈을 피해 김성현 일가를 놓아주고 이 일로 수영과 수만 형제는 갈등한다. 박달의 도움으로 동학군에서 빠져나온 수만은 김성현 일가와 도망쳐 산골에서 생활하는데, 패배해 쫓겨 올라온 수영 무리에게 은신처를 발각당한다. 수영은 수만에게 총상을 입히고 두 번 다시 눈에 띄지 말라는 경고를 남긴 채 무리와 함께 떠난다. 동학군이 떠나자 김성현은 부상당한 수만을 버려 두고 윤주, 상수만 데리고 돌아간다. 수만은 동료들을 배신하고 김성현을 살려 준 것을 후회하며 뒤늦게 잘못을 뉘우친다. 이 극은 ‘동학’을 소재로 한 동시에 이를 상민 수만과 양반 윤주의 애정 갈등 뒤에 놓이게 함으로써 상업성을 획득하고 검열을 피하는 이중의 효과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또한 박달과 수영이라는 주변 인물을 통해 사건 전개 과정에서 동학 이념과 혁명의 정당성이 자연스럽게 표출되도록 배려했다. 현전하는 대본은 1947년 낙랑극회 공연 대본이며 함세덕의 손질을 거친 것이다. 이재명이 발굴해 처음 지면에 소개한 ≪현대문학≫(1993. 12)에는 함세덕이 손질한 부분이 별도로 표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