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슬픔을 다독이며 치유해가는‘정직하고 감동적인 작별 일기’
《안녕, 아빠》는 소설가 패티 댄이 결혼 10년째에 맞닥뜨린 남편의 시한부 판정과 죽음까지, 그 1년 동안의 상실의 과정을 사실적이고 절제된 문체로 풀어낸 실화 에세이이다. 출간 이후 오프라 윈프리가 발행하는 매거진 《O》를 비롯해서 《뉴욕 타임스》,《시카고 트리뷴》 등에서 극찬받았다. 이 에세이가 특별한 이유는 죽음같이 무거운 단어는 언급조차 꺼리는 일반적인 방식에서 벗어나서 죽음을, 그것도 ‘가족의 죽음’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자가 암에 걸렸을 때 상대방이 느끼는 슬픔 속에는 배신감도 있다고 한다. 둘이 함께 설계했던 아름다운 미래를 암이, 암에 걸린 배우자가 망가뜨렸다는 원망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패티 댄은 ‘사랑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을 원망과 절망 속에서 보내기보다는 모두에게 위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죽음을 앞둔 남편, 남겨질 자신, 또한 너무 어려서 아직 죽음을 이해하기 힘든 아들 제이크까지 모두 함께 죽음을 이야기하고 함께 슬퍼하고 서로 위로하면서 이별을 준비했다. 정직하게 슬픔을 들여다보는 패티 댄의 경험은 우리에게 ‘가슴 아프지만 대면해야만 하는’ 상실, 이별, 죽음을 말하는 올바른 방식을 보여준다.
숨김없이 이야기하면서 치유되는 상처
그리울 땐 마음껏 슬퍼하라, 사랑은 상실을 넘어 추억이 된다
언제부터인가 남편이 볼펜, 클립같이 일상적인 단어들을 하나씩 잊어버리기 시작했다. 이상하다 싶은 순간 뇌암 판정이 내려지고, 이제 아내의 일상은 보호자로서의 책임감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 사이에서 위태롭게 이어진다. 하지만 ‘사랑하는 남편’ 대신 병마 때문에 성격이 변해가는 ‘낯선 남자’를 볼 때면 어쩔 수 없는 절망감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네 살짜리 어린 아들에게 아빠의 죽음을 알려줄 생각을 하면 그냥 어디론가 멀리 도망가버리고 싶다.
이렇듯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죽음을 알려줘야 할 때 당황한다. 그래서 키우던 애완 동물이 죽었을 때조차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어디 놀러나갔나 봐”라고 얼버무리거나 혹은 아예 얘기도 꺼내지 못하게 무섭게 군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어차피 커가면서 금방 잊는다’는 변명으로 정당화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죽음을 민감하게 감지할 뿐만 아니라 그 기억들을 평생 간직한다. 그러니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인 부모의 죽음을, 어느 날 갑자기 엄마나 아빠의 모든 물건이 사라진 집안 풍경을 본다거나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통해서 알게 되는 상처는 평생을 따라다니는 트라우마가 된다.
《안녕, 아빠》는 ‘죽음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슬픔과 고통을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배려’라고 말한다. 가슴속에 쌓아두지 않고 표현해내도록 이끌어주고, 혼란스러운 감정이 들어도 괜찮다고 다독여주는 방법을 섬세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
우리가 셋이던 특별한 시간들을 기억합니다
만남이 그러했듯이 헤어짐도 예측할 수 없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하였기에, 둘이 된 우리는 당신을 추억합니다.
안녕, 당신. 안녕, 아빠
가족은 모든 감정을 이해하고 보듬어내는 울타리다
《안녕, 아빠》의 패티네 세 식구는 생물학적인 의미에만 보자면 한 공간에 사는 동거인에 불과할 뿐이다. 네덜란드에서 목사님의 아들로 자라난 남자 빌럼과 미국에서 유대교인으로 성장한 여자 패티, 그리고 리투아니아에서 입양한 아들 제이크. 하지만 그들은 누구보다도 깊고 강하고 끈끈한 가족애를 보여주고 있다. 사랑에 빠진 달콤한 순간부터 예기치 않았던 이별의 씁쓸함까지, 모든 것을 이해하고 서로를 보듬어내는 사랑이야말로 가족을 감싸는 든든한 울타리인 것이다. 《안녕, 아빠》는 가족에 대한 전통적인 정의에만 얽매어 있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가정이 무엇인지, 가족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