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관계 곤란한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한 가지 방법 좋은 것보다 싫은 게 훨씬 많은 ‘프로 불평꾼’ 사노 요코의 취향 전 세계에서 40여 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은 밀리언셀러 『100만 번 산 고양이』의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일본의 국민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를 남편으로 두었던 사노 요코. 『이것 좋아 저것 싫어』는 마음산책에서 펴낸 사노 요코의 네 번째 산문이다. 전작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의 사노 요코가 독설을 거침없이 내뱉던 시한부 암 환자, 『자식이 뭐라고』에서는 아들을 관찰하고 몰래 기록한 따뜻한 엄마로서,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면 『이것 좋아 저것 싫어』의 사노 요코는 좋고 싫음을 좀 더 박력 있게 말하는 작가 자신이다. “있지, 내가 낙천적인 사람일 리 없잖아. 친절할 수나 있겠어?” 좋은 것보다 싫은 것이 훨씬 많은 사노 요코, 이 범상치 않은 독거 작가의 독특한 ‘취향’을 살펴본다. 정말 읽기 싫었던 책, 독특한 예술가 군상, 유명 연예인에 대한 논평 등 매일 주위에서 일어나는 탐탁지 않은 사건 사고가 사노 요코의 신경을 자극한다. 빼놓을 수 없는 고양이 이야기와 먹고사는 괴로움에서 인생의 위기, 시대 담론까지 처음 만나는 작가의 면모가 새롭다. 십 년 이상 앓은 극심한 우울에서 벗어나 격렬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하나하나 파고들었던 작가의 부끄러운 잔걱정은 읽는 이에게 뭉클함을 선사한다. 사노 요코가 포착해낸 사소한 싫은 것들은 정말이지 곤란한 지금,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웃음을 준다. 그리고 『이것 좋아 저것 싫어』에서 찾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인 이야기가 있는 섬세한 그림은, 현재 일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인 아들 히로세 겐의 작품으로 엄마 사노 요코와 긴밀하게 호흡을 맞춘 것이다. 행복하고 아름다운 세계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멋대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 세계는 사실이 어떻든 억지로 만들어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영혼은 이 세상을, 견디기 힘든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돈보다도 연애보다도 절대적인 필수품이다. -210쪽 눈치 보지 않고 싫다고 말하는 법 사노 요코에겐 매력적인 비뚤어진 작가들 하숙했던 집의 아주머니가 틈만 나면 게으르게 문고본을 읽는 내게 “책은 읽어도 책에 먹히면 안 돼”라고 말했다. 나는 딱히 다자이를 읽던 것도 아닌데 ‘아, 이 사람은 다자이 얘기를 하는 거구나’라고 순간적으로 생각했다. 다른 때에 “소설은 읽어도 소설의 독은 조심해야 해”라고도 말했다. 나는 밥그릇을 행주로 닦고 있었는데 그때도 하늘의 계시처럼 ‘앗, 이것도 다자이 오사무 얘기다’라고 생각했다. -226쪽 “아, 싫다, 귀찮아, 시끄러워”를 입에 달고 살며, 만사를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면부터 생각하는 ‘프로 불평인’ 사노 요코. ‘인간은 낙천적이어야 한다, 친절해야 한다, 서로 도와야 한다, 집에 틀어박혀서는 안 된다’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비관적으로 사는 사람이야말로 고독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며 고집불통에, 자신을 고립시키는 예술가들을 동경하고 닮으려 한다. 모든 것이 너무 싫어서 견딜 수 없었던 시절. 심한 신경증으로 “온몸이 톱으로 잘리고 절구로 갈려 작열하는 태양 아래의 사막에서 피투성이 심장을 끈으로 동여매어 질질 끌며 걷는 기분”에 사로잡혀 있던 때, 사노 요코는 비뚤어진 인간들, 완고하게 그들만의 세계를 공고히 확립한 작가들의 삶을 부러워하며 먼발치에서 바라본다. 이들의 책과 소설 같은 인생은 사노 요코가 괴로움을 딛고 다시 “세상은 살 만한 곳이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넣었다. “새로운 것은 낡지만 이 세상을 굴복시킨 시대착오는 영원하다”며 “녹색 위장약을 먹은 다음 날의 똥색에 털 뭉치가 빼곡하게 모여 있는 찜찜한 스웨터”를 입은 모리 마리(모리 오가이의 딸)의 고립된 세계를 동경한다. 그리고 “태어나서 미안합니다라니, 누구나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다. 그걸 말하면 끝장이야” 하고 화를 내다가도 우왕좌왕하던 청춘 시절, 몰래 탐독했던 다자이 오사무 사랑에 대해서도 부끄럽게 고백한다. 뿐만 아니라 “똥도 안 쌀 것 같은 얼굴의 녀석들에게 침 뱉을 용기를 주는” 후카자와 시치로, “인간은 죽을 때까지 살아가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 가와이 하야오, “음흉함이 전혀 없는” 와다 마코토 등 사노 요코는 ‘요코다운’ 당찬 세계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 예술가들에 대해 차분하게 써 내려간다. 작가는 우울과 고독 속에서 간신히 찾은 행복 한 가닥을 소중히 여길 수 있게 된 배경을 『이것 좋아 저것 싫어』에 하나하나 무겁지 않게, 특유의 위트를 담아 밝힌다. 나는 문호라 불리는 사람들의 전집 마지막에 정리되어 있는 일기나 서간집을 매우 좋아하는데, 그 마음은 와이드 쇼를 좋아하는 아줌마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훌륭한 사람에게 ‘비열한 마음가짐’이라는 말을 들을 것은 알고 있지만 멈출 수 없다. 대부분은 뭔가 까다롭고 지루한데, 하지만 그 지루함을 참으면 지루함의 산 속에서 ‘앗’ 하고 놀랄 만한, 훌륭한 작품 가운데서는 결코 발견할 수 없는 가슴 뛰는 문장이나 비밀 한 조각을 맞닥뜨리는 것이 기쁨이다. -219쪽 싫다고만 하기엔 가끔은 무리 좋아할 때는 최대한 시크하게 고양이라면 두세 마리쯤 주인의 이불 근처에 둥글게 모여 있어도 ‘어머, 귀엽네’라고들 생각할 것이고, 실제로도 귀엽다. 그러나 고양이는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전혀 쓸모가 없다. 때때로 나는 우리 집 뚱뚱보 고양이를 향해 “전화 정도는 받아!”라며 화를 내곤 한다. 정말로 쓸모가 없다. -260쪽 까칠한 아티스트 사노 요코는 어쩌다 마음에 드는 일이 생겨도 ‘좋다’고 순순히 말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엔 옆집 아주머니가 가르쳐주던 다도 예법을 우습게 여겼고, 탈피한 뱀 껍질을 모으는 것이 취미에, 뱀을 쥐고 빙빙 휘두를 줄 아는 사촌을 너무나 닮고 싶어 하던 아이였으며, 친구의 기모노가 자신의 것보다 훨씬 고급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채는 영리해서 미운 소녀였다. 환갑이 되어서는 “요즘 젊은 애들은……”이라고 말하면서도 스티커 사진을 찍고,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고등학생 때로 돌아가서 루즈삭스를 신고 싶다고, 못 신어본 것이 평생의 원한이라고 울분을 토한다. 아들 친구와 함께 남의 밭에서 수박을 훔치고 그 열에 달떠 ‘도둑 회사’를 설립하려고 하지만 실패. 또한 이웃과 복지의 손을 단호하게 거절하고 화장실 마룻널을 헛디뎌 홀로 죽은 할머니의 ‘혼자 있을 자유’까지 부러워한다. 만약 인생의 위기를 마주친다면 죽은 척을 합니다. 그 어떤 불행이라도 한순간 눈을 돌릴 때가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아무리 끈질긴 불행이라도 방심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 한순간에 미끈미끈 달아나 살아남읍시다. -94쪽 하지만 내로라하는 독설가 사노 요코의 염세적이고, 냉소적인 말들이 차갑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마도 어쩔 수 없는 따뜻함이 배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덤을 보러 다니는 친구를 보며 “죽으면 볕 따위 아무짝에 쓸모없어. 무덤을 고르는 건 아직 살아 있는 인간이야”라고 하지만 “친구가 곁에 있으면 죽은 뒤에도 꽤 외롭지 않을 것 같다”며 슬쩍 무덤을 곁눈질한다. 사노 요코는 싫어, 싫어 하고 모두를 거부하며 기운차게 살 수 있었던 것은 친구들이 곁에 있어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면 싫어하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싫다고 할 수 있는 것은 행복이고, 행운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사노 요코가 “고양이의 말에 따라 썼더니 한동안 먹고살게 해주었다”고 고백한 작가의 대표작 『100만 번 산 고양이』의 키워드 역시 ‘싫어’다. 주인공 고양이는 모두를 싫어하고 거부했기에 100만 번 죽었고, 100만 번 다시 살아난다. 길고도 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