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인생에는 카프카의 말이 필요한 때가 있다
20세기 최고의 작가, 프란츠 카프카가 고독의 심연에서 건져 올린 자기 구원의 언어
《절망은 나의 힘》은 20세기 최고의 소설가로 불리는 프란츠 카프카가 남긴 편지, 일기, 산문 등에서 절망적인 자기 고백의 문장 86개를 가려 뽑은 책이다. 이 책에는 비관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힘겨운 인생을 살았던 고독하고 예민한 영혼이 남긴 처절한 혼잣말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카프카는 자신이 경험한 절망의 극치를 위대한 문학 작품으로 승화시킨 대작가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실린 그의 말들은 불행 중에서 행복을 느낀 카프카적인 매력의 정수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카프카가 남긴 절망의 문장들은 우리로 하여금 절망 그 자체에 집중하게 만듦으로써 역설적으로 희망을 발견하게 하는 기묘한 체험을 선사한다. 왜소한 몸과 심약한 마음뿐만 아니라, 미래, 부모, 학교, 직업, 꿈, 결혼, 인간관계, 음식 등 모든 것에 절망했던 카프카는 진정 세상에서 가장 부정적인 사람이었다. 누구보다 약하고 예민했던 탓에 지나칠 정도로 절망적일 수밖에 없었던 그의 고백을 읽다 보면 카프카에게는 오히려 절망이 살아가는 힘의 원천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멘붕의 시대, 절망한 당신에게 필요한 말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용기만 있다면, 모든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월트 디즈니)
세상에는 위인들이 남긴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은 명언들이 수없이 많다. 실제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이런 명언을 읽고 감동하거나 위로 받고 있다. 힘든 삶에 절망하고 상처 받는 사람이 많아져서인지 종교인이나 교수, 심리학자가 쓴 심리 치유서나 힐링 서적들도 꾸준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견디기 힘들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이런 위로나 긍정의 말이 어떤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좋은 말로 격려하고 위로한다고는 하지만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배부른 소리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든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말은 어쩌면 '괜찮아, 잘 될 거야' 같은 긍정의 말이 아니라 가만히 손을 잡아주며 같은 입장에서 공감해주는 말일지도 모른다. 긍정적인 말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괴로움에 빠진 사람에게 아무리 좋은 말을 들려준다고 해도 마음에 와 닿지 않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슬플 때는 슬픈 말로, 절망적일 때는 절망적인 말로 공감해주는 일도 필요할 거라 생각한다.
부정성을 대표하는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진솔한 고백
<변신>, 《성》, 《소송》 등의 작품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프란츠 카프카는 평생 실패를 반복했고, 작가로서 인정받지 못한 채 평범한 월급쟁이로 생을 마쳤다. 그는 직장생활을 너무도 싫어했지만, 생계 때문에 그만둘 수 없었다. 그토록 결혼하기를 원했지만 죽을 때까지 독신으로 살았으며, 허약했고 불면증까지 있었다. 가족과도 사이가 나빴고, 특히 아버지 때문에 자기 성격이 삐뚤어진 거라며 평생 원망하며 살았다. 그가 쓴 장편소설은 모두 도중에 막혀버려 미완성으로 남았으며, 죽을 때까지 끝내 만족스런 작품을 쓰지 못했고, 그동안 썼던 모든 작품을 소각해달라는 유언을 남기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그가 남긴 일기나, 편지에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한탄하고 푸념하는 목소리들로 가득하다. 그의 관심은 오직 자신에 관한 것뿐이었으며, 대부분 섬뜩할 만큼 부정적인 것들이었다. 이 책에 실린 그의 문장들을 읽다 보면 이렇게 소심한 사람이 남긴 찌질한 푸념 따위를 왜 읽어야 하는지 반문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카프카는 어떤 누구보다도 우울했고, 나약했으며, 보통사람이 상상하기 힘들 만큼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찬 사람이었다. 우리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현실에 냉소하지 않으면서 절망의 극한까지 다다른 심정을 글로 남겼고, 그로 인해 위대한 작가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가진 매력의 정수는 바로 그런 절망적인 말들에 담겨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때로는 절망이 살아가는 힘이 된다
아무리 깊은 절망에 빠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카프카가 남긴 극단적인 절망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이 정도까지는 아닌데" 하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카프카만큼 절망할 수 있는 사람도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카프카는 속 좁고 비관적인 자신의 내면을 편지나 일기에 솔직하게 드러냄으로써 우리에게 인간은 누구나 연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그리고 그 솔직한 고백의 문장들은 절망에 빠진 우리에게 어차피 세상은, 인생은 절망으로 가득 차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지금은 ‘긍정적인 사람이 되자’는 메시지가 범람하는 세상이다. 노래도, 소설도, 영화도. 유명인들도 자주 희망이 담긴 말을 한다. 그런 긍정의 신앙에 억눌려 사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사람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긍정의 힘뿐이라고는 할 수 없다. 부정의 극한에서도 에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카프카는 작품으로 훌륭히 보여주었다.
산다는 것이 너무 힘들게 느껴질 때,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을 때, 도저히 긍정적인 기분이 들지 않을 때, 죽고 싶은 생각이 들 때 부디 이 책을 펼쳐보시기 바란다. 카프카의 부정적인 말들은 어떻게든 살아가야 할 현실을 견뎌낼 수 있는 힘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