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80년대의 청년들은 어두운 시대를 포기하지 않았다 30년 전 ‘청년들’이 들려주는 그 시절의 에세이 부모님의 스무 살과 교신하는 방법 ‘청바지와 음악다방’을 넘어선 ‘80년대 청년들’의 진짜 일상 ‘80년대 청년들’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시도하다 국가에 의한 폭력은 공공연했고 경찰은 학교에 들어와 대학생들을 감시했다. 흔히 ‘암울했다’고 일컬어지는 80년대의 모습이다. 당시 ‘청년문화’를 주도했던 대학생 하면 떠오르는 것은 청바지와 통기타 그리고 학생시위 행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데모’만 하지도 않았고 음악다방에서 노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지도 않았다. 시대의 일상이란, 보다 복합적이며 구체적이다. 또한 주변인들과의 관계와 감정이 뒤섞인 채로 저마다 다르게 생긴 얄따란 줄기로 흘러간다. 신간 『응답하라 독수리다방』에서는 그 다양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데모’를 하다가도 나의 첫 키스는 언제일지 궁금해했고(「‘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 민중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농활에 참가했지만 명분은 까맣게 잊은 채 그저 농촌 아이들이 좋아 신나게 놀고 오기도 했다( 「그 총각, 그 처녀」). 또한 종로의 나이트클럽에서 춤을 추다가도( 「원투쓰리 죽순이의 회상」), 하 수상한 시국에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러한 청년들이 ‘많았다’고 풀이하는 것이 80년대에 대한 보다 보편적인 정의가 될 것 같다. 적어도 ‘청바지와 음악다방’라는 틀에 박힌 은유보다는 그렇다. 당시 청년들이 살았던 일상의 구체적인 장면을 우리는 너무 모른다. 어쩌면 지금은 중년이 된 ‘80년대 청년들’은 여러 미디어에 의해 하나의 이미지로 박제되어 가두어져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응답하라 독수리다방』의 저자 정이숙은 어떤 ‘입장’에 전유되지 않은 채, 그저 당시를 살았던 당사자의 주체적 시선으로 80년대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것은 ‘80년대 대학생활’이라는 제한적 범위를 넘어선 세대적 공감대까지 시도한다. 요즘의 청년들과 사뭇 다른 당시 청년들의 일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 책을 보면 이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다. 시대를 걱정하느라 연애는 뒷전이라는 비장한 마음을 품고 학교를 그만두는 청년도 있었고 ( 「시험 보는 날, 시험에 들다」 편), 반미(反美)주의적 분위기 속에서 운동화에 새겨진 짝퉁 ‘미제(미국제품)’ 나이키 마크 때문에 대학 신문사 면접에서 장렬하게 탈락하기도 했으며( 「윤동주와 나이키」), 매캐한 최루탄 연기를 옷에 잔뜩 묻힌 채, 넉살 좋게 단골 음식점 주인 아줌마에게 애교를 떠는 청년(「1984, 연희식당」)도 있었다. 무겁고 엄숙했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도 이들은 특유의 ‘청년다움’을 잃지 않았다. 은근하고 솔직하게, ‘감성복고’적 필치로 그린 에세이 거대담론으로 쓸어 담기지 않는 구체적인 시대의 초상 『응답하라 독수리다방』은 카피라이터 출신 여성 저자의 ‘감성복고 에세이’이다. 복고는 복고이지만, 감성적이며, 에세이는 에세이이지만 픽션처럼 엮어져 있기도 하다. 책에는 43개의 사연이 3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1장 ‘그 많던 독다방 메모는 어디로 가버렸을까?’는 1983년, 저자가 대학에 입학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로, 주로 80년대의 청년문화와 대학문화를 다루고 있다. 2장 ‘그녀가 처음 뾰족구두 신던 날’은 시대의 그림자에 가려 감춰질 수밖에 없었던 저자와 친구들의 내밀한 사적 욕망을 다루고 있다. 3장 ‘엄마의 미네르바, 아들의 미네르바’는 ‘80년대 청년들’의 유년시절과 취업 이후의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1장, 2장의 대학시절 전 이들이 어떻게 성장했고, 졸업이후 어떤 삶으로 나아갔는지를 유추할 수 있다. 자신의 이야기인 듯 아닌 듯 은근하게 풀려나가는 이야기의 실타래를 따라가다 보면 80년대의 내밀한 속살이 드러난다. 신군부의 국가폭력이나 독재 정치 등의 거시적 용어가 담긴 표현은 일언반구도 없지만, 특유의 감성적인 필치로 그려낸 ‘80년대 풍경화’ 곳곳에 이것이 녹아 있다. 흔히 억압과 폭력의 시대라고도 불리는 80년대가 당시 이십 대 초반의 여성이었던 저자의 예민한 감수성에 한 장 한 장 걸러진 모습이다. 실제로 옛날 일기장과 앨범을 뒤적이며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저자의 후일담(「에필로그」)처럼 책에 담긴 사연에는 현장감이 가득하고 ‘80년대’라는 시대의 공기가 짙게 묻어 있다. 도서관 앞에서 “여자가 어디서 담배질”이냐며 담배 피우는 여학생의 따귀를 때렸던 남학생을 목격한 일(「담배가 있는 풍경」),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은 적이 없어 일찍 결혼한 학생 부부 친구에게 첫날밤을 치르는 방법을 물을 정도로 성에 무지했던 여학생(「순진이의 야한 이야기」), 치마를 사놓고도 언제 어디서든 최루탄 가스에 도망가기 편한 청바지만 주구장창 입게 되는 사연(「그녀가 처음 뾰족구두 신던날」,「그녀는 정말 예뻤다」)까지. 모두 ‘80년대’였기 때문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폭력의 시대, 80년대’라는 거대 담론으로는 쓸어 담기지 않는 티끌만 한 일상들이다. 억압적인 시대를 포기하지 않았던 ‘베이비붐 세대’. 지금은 중년이 된 30년 전의 ‘청년들’, 다시 모이자 베이비붐 세대, 학력고사, 386세대. ‘80년대의 청년들’을 대표하기 위해 시도되었던 키워드는 많다. 하지만 인구 증가율이나 대학진학률을 설명하기 위해 혹은 정치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도입된 키워드들은 뉴스 화면을 벗어 날 수 없었다. “우리는 ~했다”라는 주체적인 표현으로 설명되는 키워드가 한없이 부족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자의 시점이 의미를 가진다. 감정과잉 없이 설명에 열을 올리지 않은 채 덤덤하게 그 시절을 회고하는 당사자의 주체적인 문체 속에 ‘80년대 청년’이 새롭게 되살아난다. 수업시간 도중에 뱀을 잡아오는 엉뚱함(「땅꾼 김상사」), 신입생들 미팅에 낀 복학생 선배(「회춘미팅의 선문답」)의 뺀질거림을 보고 킥킥거리다 보면 젊은이들만의 가질 수 있는 당돌함에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이들은 ‘청년 문화’라고 말해질 만한 것들을 만들어냈다. 문화가 소비주의의 그늘에 드리워지기 이전 시절의 일이다. 삐삐도 핸드폰도 없던 그 시절의 청년들은 약속시간에 늦으면, 서로 만날 수가 없었다(「누난 내 여자라니까」). 이렇게 만나기 힘들었기에 애틋했던 동시대 또래들을 향한 저자의 메시지는 아마 이런 게 아닐까. ‘우린 그때 참 예뻤어. 그동안 아등바등 사느라 수고했고, 이제 다시 만나 같이 놀자.’ 2015년 현재의 ‘독수리다방’은 어디일까 ‘윗세대(중년) 청춘’을 소환하는 이유 ‘독수리 다방’은 1971년부터 44년째, 연세대학교 앞을 지키고 있는 카페이다. 음악에 조예가 깊은 독수리다방의 DJ가 들려주는 음악을 들으며 술을 마시고(「독다방 ‘DJ조’의 전설」) 시대를 논하고 청춘을 불태웠다.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없고, 뉴스는 오로지 종이에 인쇄된 신문으로만 존재했던 그 시절의 ‘카페’는 오늘날의 프랜차이즈 카페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테이블과 테이블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교류의 장이었던 것이다. 장사가 끝나면 손님과 DJ, 종업원들의 막걸리 파티가 열렸다. 사람에 대한 호기심을 인터넷과 모바일로 해소할 수 없었던 그 시절의 청년들은 ‘만남’을 선택한 셈이다. 2015년, ‘만남’을 회피하는 청년이 증가하고 있다. 굳이 만나지 않아도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늘어났다. 인터넷 쇼핑, 모바일 쿠폰, 메신저 등등은 분명 디지털 혁명, 정보화 시대가 일구어낸 ‘발전’이다. 하지만 ‘독수리다방’과 같은 ‘문화’는 눈에 띄게 사라지고 있다. ‘동시대성’에 대한 감각도 무뎌지고 있다. 하지만 SNS 등에 대한 수요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사람에 대한 희구가 완전하게 없어진 것은 아닌 듯하다. 90년대 음악 흥행, 복고 열풍, ‘응답하라 드라마’ 시리즈 등의 인기 등은 지나간 시절을 계속해서 소환하려는 시도들이다. 물론 현 시대에 대한 불만이 복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