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대전이 남긴 깊은 상흔으로 고통받던 사람들과, 질풍노도의 계절에 접어든 모든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한 줄기 눈부신 등불이 되어 준 『데미안』의 작가, 헤르만 헤세가 ‘청춘의 화신’ 에밀 싱클레어의 음성으로 써 내려간 글을 엮은 『싱클레어 노트』가 민음사 쏜살 문고로 출간되었다. 1918년 독일 제국의 항복으로 마침내 전대미문의 참혹한 전쟁(1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정신적 파산 상태로 폐허 위에 남겨진 독일 청년들에게 영혼의 각성을 호소하고자, 헤르만 헤세는 ‘중견의 서정시인’이라는 이름표를 떼고 ‘동시대 청년’ 에밀 싱클레어로서 일련의 글을 집필한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작품을 꼽자면 단연 『데미안』이지만, 헤세는 싱클레어라는 새로운 페르소나를 가지고 여러 정치적이고 참여적인 글을 꾸준히 발표한다. 하지만 (독일의 패배로 끝난) 전쟁 직후에 반전과 평화를 강조하며, 독일인을 향해 과오를 반성하라고 촉구하는 발언은 그 자체로 위험을 감수하고, 또 용기를 필요로 하는 행동이었다. 그런 까닭에 『데미안』의 저자, 에밀 싱클레어의 정체는 한동안 베일에 휩싸여 있었고, 그의 이름으로 여러 지면을 통해 발표된 글들 역시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채 흩어져 버렸다. 마치 그러한 아쉬움을 해갈하듯, 헤르만 헤세를 전공한 옮긴이(박광자)가 각각의 작품을 엄선해 엮고 해설을 붙인 『싱클레어 노트』는 ‘『데미안』 시기’의 저자가 (독일 민족에 대한 자기 연민적 여론에 굴하지 않고) 과감한 논조로 기고한 시사적인 글들과, 니체의 영향 아래 집필한 철학적 에세이 「차라투스트라의 귀환」 그리고 나치의 등장을 예견하고 세계 대전의 되풀이를 목도한 뒤 기록한 수필들, 1946년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감」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던 다채로운 산문들을 아우르고 있다.
"우리가 사랑한 마법의 공간"
35주년 기념 재개봉, 극장에서 다시 만나요
왓챠
"우리가 사랑한 마법의 공간"
35주년 기념 재개봉, 극장에서 다시 만나요
왓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