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그녀의 것
김혜진 · 소설
2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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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혜진의 열번째 소설책이자, 다섯번째 장편소설. 젊은작가상, 김승옥문학상, 대산문학상, 신동엽문학상 등 굵직한 문학상을 수상하는 것은 물론, 『딸에 대하여』는 세계 각국에서 번역 출간되면서 그는 이제 명실상부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간 김혜진은 우리 사회의 자리할 곳 없는 존재, 마음 둘 데 없는 오늘날의 사람들, 외면하고 싶은 사각을 천천히 들여다보며, 소외의 장을 무대의 중심으로 바꾸어내는 소설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이번 신작 장편을 통해 그가 그려내는 필드는 ‘편집’이라는 그림자 노동 혹은 종합-예술의 세계다. 1990년대 초 교열자로 출판 생활을 시작해 일생을 문학 편집자로 살아가는 한 여성의 삶을 다루는 이 소설은, 내성적이고 운명에 순종적인 주인공이 책을 만들며 만난 인연과 사건을 통해 자신의 삶 역시 느리지만 꼼꼼하게 엮어나가는 모습을 잔잔하고도 단단한 필치로 담아냈다. 『오직 그녀의 것』은 그간 작가가 천착해온 ‘일’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노동’이라는 단어로만 말해질 수 없는 ‘일’이 품고 있는 풍부한 의미와 결을 하나하나 살려낸 작품이다. “일의 얄궂음에 쉽게 마음 상하지 않고, 일의 곤란함을 일축하거나 해석하지 않고, 일이 사는 시간을 본다”(김화진)는 추천의 말처럼, 일과 사랑과 사람 사이의 역학을 과장하거나 축소함 없이, 묵묵하게 그리하여 우아하게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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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목차
오직 그녀의 것 _007
작가의 말 _273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어쩌면 가족보다 가깝고, 때로는 연인보다 내밀한
‘편집’이라는 그림자 노동 혹은 종합-예술의 세계
『딸에 대하여』 『너라는 생활』 김혜진 신작 장편소설
소설가 김혜진의 열번째 소설책이자, 다섯번째 장편소설 『오직 그녀의 것』을 문학동네에서 펴낸다. 젊은작가상, 김승옥문학상, 대산문학상, 신동엽문학상 등 굵직한 문학상을 수상하는 것은 물론, 『딸에 대하여』는 세계 각국에서 번역 출간되면서 그는 이제 명실상부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간 김혜진은 우리 사회의 자리할 곳 없는 존재, 마음 둘 데 없는 오늘날의 사람들, 외면하고 싶은 사각을 천천히 들여다보며, 소외의 장을 무대의 중심으로 바꾸어내는 소설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이번 신작 장편을 통해 그가 그려내는 필드는 ‘편집’이라는 그림자 노동 혹은 종합-예술의 세계다.
1990년대 초 교열자로 출판 생활을 시작해 일생을 문학 편집자로 살아가는 한 여성의 삶을 다루는 이 소설은, 내성적이고 운명에 순종적인 주인공이 책을 만들며 만난 인연과 사건을 통해 자신의 삶 역시 느리지만 꼼꼼하게 엮어나가는 모습을 잔잔하고도 단단한 필치로 담아냈다. 『오직 그녀의 것』은 그간 작가가 천착해온 ‘일’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노동’이라는 단어로만 말해질 수 없는 ‘일’이 품고 있는 풍부한 의미와 결을 하나하나 살려낸 작품이다. “일의 얄궂음에 쉽게 마음 상하지 않고, 일의 곤란함을 일축하거나 해석하지 않고, 일이 사는 시간을 본다”(김화진)는 추천의 말처럼, 일과 사랑과 사람 사이의 역학을 과장하거나 축소함 없이, 묵묵하게 그리하여 우아하게 펼쳐 보인다.
“그건 자신이 멀리 치워두었던 마음, 어쩔 수 없다고 단념했던 마음,
그러니까 어떻게 해도 떨쳐지지 않는 이상한 이끌림이었다.”
그녀가 한 것은 일이었을까, 사랑이었을까?
이야기는 주인공 ‘석주’의 대학 생활로 시작된다. 소도시의 한 대학교 사학과에 재학중인 그녀는 “자신이 배우는 학문이 죽음과 닮았다고 생각”(8쪽)한다. 그 판단은 이내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과거의 시간과 심오하고 풍부한 대화가 가능하다는”(같은 쪽) 깨달음으로 바뀌지만, 무색무취한 대학 생활과 자신의 삶에 불쑥 생기가 자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1학년 2학기가 끝날 무렵 문학 창작 동아리에 가입하면서, 또 1년이 지나 소설 창작 수업을 들으면서 그녀의 삶에 조금씩 색이 덧입혀지기 시작한다. 주어진 몫을 받아들이는 데 전혀 거부감이 없는 그녀였지만 온 가족이 참석한 자신의 졸업식 날, 장차 교사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부모에게 석주는 처음일지도 모를 반항을 감행한다. “아니, 교사 말고,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뭔지 고민해보고 싶어요.”(35쪽) 그 용기는 문학에 대한 열정과 애정에 빚지고 있었지만, 봄이 지나고, 여름이 지나갈 때까지 직장을 구하지 못한 그녀는 스물넷의 나이로 ‘교한서가’의 교열자로 입사한다.
석주는 어쩐지 신출내기 교열자를 얕잡아보는 듯한, 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는 듯한 원고에 다가서고 싶었다.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될 그 글 속에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자신에게 알맞은 역할을 찾고 싶었다.(50쪽)
컴퓨터가 보급되고 있었으나 여전히 타자기를 사용하던 시절, 대부분의 책이 활판인쇄로 제작되던 시대. 석주는 일에 엄격하기로 정평이 난 교열과장 ‘오기서’ 아래에서 책의 본문을 제외한 부속들을 교정, 교열하는 업무로 직장생활을 시작한다. “적극적으로 손을 본 원고에 대해서는 지나치다고 질타”하고, “거의 손을 대지 않은 원고에 대해서는 무성의하다고 호통”(50쪽)치는 오기서는 깐깐한 사수이지만, 석주의 자질을 처음으로 알아본 선배이기도 했다. 이후 석주는 그의 추천을 받아 인문교양부의 편집자로 부서 이동을 하게 되고,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편집’의 세계에 입문한다. 도무지 ‘적응’이나 ‘타성’이 불가능해 보이는, “어떤 기준도 규칙도 없”고, “우연적인 동시에 필연적”(95~96쪽)인 편집 일의 매력에 눈뜨면서 그녀의 내면에서 고요하고도 뜨거운 또하나의 열정이 생겨난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찾아간 편집자 소모임에서 마찬가지로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일을 하는 잡지 편집자 ‘조원호’를 만난다.
계획할 수 있으나 계획대로 되지 않고, 예상할 수 있으나 예상을 비껴난 형태로 완성되는. 두 사람은 그런 우연적이고 불완전한 세계에 매료된 닮은꼴의 서로를 단번에 알아본 거였다.(211쪽)
첫사랑에 완전히 실패하는 동시에
정확히 성공해버리고 마는 한 생애에 대하여
“멀리서 보면 단조로워서 똑같은 하루를 이어붙인 것 같은 나날. 그러나 그녀에겐 매일매일이 새로웠”(115쪽)던 건 일 때문이기도 원호 때문이기도 했다. 그녀에게 일과 사랑은 닮은꼴이기에, “얼마간 예상을 비껴나 있었으나 그래서 마음에”(131쪽) 드는 것이자, “다른 모든 것을 압도하는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그 모든 것에 스며드는 방식으로” “언제나 결과가 아니라 과정 속에 존재하는 무엇”(211쪽)이다. 석주는 원호와 여행 같은 연애가 아니라 매일의 산책 같은 사랑을 시작하고, 더욱 깊은 관계로 발전한다. 더불어 자신에게 맞춤한 문학 편집자로 일하면서, 담당 작가가 생기면서 그녀의 일에도 점점 도톰한 양감이 생겨난다. 물론 일과 사랑은 삶의 어깨를 짓누르는 것마저 닮았다.
좋아하는 게 이렇게 무섭습니다. 밉고 싫고 그만두고 싶어도 꾸역꾸역 해나가게 되거든요. 예전에 제 사수가 그러더군요. 뭘 좋아한다는 게 원래 그런 거라고. 더 좋아하고 많이 좋아할수록 마음 다칠 일이 많다고.(253쪽)
일견 잔잔하게 흘러가는 듯한 이야기는 후반부, 장편소설만이 선사할 수 있는 스펙터클과 압도적인 울림을 숨겨두었다. “대단할 것도, 내세울 것도 없는 그 여정”(264쪽)이 다다른 곳은 과연 어디일까? 나아가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의 여정은 그녀와 얼마나 같고 얼마나 다를까? 『오직 그녀의 것』은 한 사회 초년생이 제 역할을 찾아 분투하는 성장소설로, ‘편집’과 출판계를 리얼하게 다룬 노동소설로, 한 남자와 생활 같은 사랑을 하는 연애소설로도 읽힌다. 문학, 일, 나아가 운명에 대한 사랑까지 초월하는 ‘생애(生愛)’라고 부를 법한 크고도 너른 사랑. 대신 할 수도, 대체할 수도 없는 오직 그녀(나)만의 것을 독자 역시 이 소설 속에서 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떨림과 설렘, 서투름과 투박함, 선망과 두려움이 뒤섞인 마음.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도, 그만둘 수도 없는. 백지와 같은 자신의 삶에 높이와 깊이를 만들고 명암을 부여한 바로 그것.(271쪽)



혜인
4.0
석주는 나중에 알았다. 그 시절, 원호와 나눴던 것이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데서 오는 희열이었음을. 계획할 수 있으나 계획대로 되지 않고, 예상할 수 있으나 예상을 비껴난 형태로 완성되는. 두 사람은 그런 우연적이고 불완전한 세계에 매료된 닮은꼴의 서로를 단번에 알아본 거였다.
rushmore
4.0
석주는 낯익은 그 모습을 주시했다. 그리고 그제야 오래전 선배들이 자신에게서 무엇을 보았는지 알 것 같았다. 떨림과 설렘, 서투름과 투박함, 선망과 두려움이 뒤섞인 마음.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도, 그만둘 수도 없는. 백지와 같은 자신의 삶에 높이와 깊이를 만들고 명암을 부여한 바로 그것.
zjhonee
4.0
좋아하는 마음의 크기만큼 마음 다칠 일 또한 많겠지만 그럼에도 내 삶에 명암을 부여하는 일이 있다는 것.. 또 그것을 온전히 누릴 날이 앞으로도 무수히 남아있다는 것을 잊지않고싶어요 ...
skysurfing
4.0
스포일러가 있어요!!
🪷쩡
3.5
한 세계를 계속해서 두드리면 그게 내 것이 되기도 한다
광식이
4.5
사는 내내 이 삶을 의심하면서 그와 동시에 오직 그녀의 것을 아주 긴긴 시간 동안 쌓아가는 과정이 좋음… … 그리고 이걸 전해준 사람은 무슨 마음으로 우리에게 넘겨줬을까? 떠올리게 되는 것도
다연
4.5
편집자editor라는 단어가 등장한 이후에 편집edit이라는 단어가 역형성되었다고 한다. 편집이라는 일은 애초 존재하지 않았으며, 편집자의 업무를 모조리 편집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라고. 마치 사람이 살아가는 그 모든 장면을 일컬어 삶이라고 부르듯이. 그 무수한 가능성 속에서도 ‘오직 그녀의 것’이었던 편집과 삶이 이 책 속에 있다. ‘오직 나만의 것’은 여기 내게 있고.
안태준
5.0
책을 좋아했던 사람이 책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가는 이야기. 책을 동경했던 주인공 ‘석주’는 교사를 하라는 선생과 부모의 권유에 사학과에 입학해 교직 이수를 하려했던, 삶의 결정에 있어서 본인의 의지가 크지 않은 학생이었다. 그러나 책과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한계를 무릅쓰고 소설 창작 수업을 청강하게 되고, 졸업 후엔 부모의 기대와 다르게 출판사에 입사하고 여러 사람과 회사를 거치면서 편집자로 거듭난다. 평범한 삶 속 일의 이야기가 처음엔 단정하면서도 고저가 없는 것 같이 느껴져 서사가 조금 약한 거 아닌가 싶었는데, 후반부 석주가 ‘안정묵’ 작가의 소설을 담당하면서 일어나는 변화들, 오십 대에 이른 석주가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는 장면에 이르면서 작가가 이 모든 걸 예상하고 이 마지막을 위해 이야기를 구성한 거구나, 감탄하게 되었다. ‘교한서가’에 입사해 교열부 ‘오기서 씨’ 밑에서 일하다, 편집부 ‘장민재 씨’ 밑에서 일하다, 회사 사정으로 퇴사 후 신생 출판사 ‘산티아고북스’에 입사해 대표 ‘차인석’과 편집장 ‘손유라’ 밑에서 일하고, 여러 동료를 만나고, 편집자 모임에 나가고, 동료이자 연인 ‘원호’를 만나고, 차차 승진하는 등-사건, 변화, 성장 세 요소가 고루 담긴-서사가 차분하게 정리돼 있어 장편소설 구조를 분석하기 좋을 듯하다. 출판사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을 다루고 있어서 좋았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출판일은 출판사 사람들, 작가들, 독자들, 시대까지 얽혀서 예상하기 어렵고 또 복잡하다. 그런 복잡한 얽힘 속에서 일어날 만한 일들이 고르게 분배돼 있어, 작가가 철저한 조사와 객관적인 시선으로 소설을 써내려갔다는 인상을 받았다. 구체적인 연도가 언급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출판 역사를 따라가고 있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석주가 입사하고서도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헷갈려하는 점, 강압적인 필자를 만났을 때, 좋은 필자를 만났을 때, 좋지 못한 원고를 받았을 때, 좋은 원고를 받았을 때, 좋은 상사를 만났을 때, 좋지 않은 동료를 만났을 때, 처음 혼자 필자를 대면했을 때, 책이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떴을 때, 한 책에 온 힘을 쏟느라 다음 책을 신경 쓰지 못했을 때, 독자와 작가가 긴밀하게 연결됐을 때, 오로지 작가만을 믿고 일을 추진할 때 등등. 그런 일들이 모두 지나고 석주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점에서, 제목의 의미가 확 와닿으면서 이 책이 평범한 일을 하며 살아온 평범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경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그토록 빈번하게 다양한 각도에서 다룬 일들은 석주의 성실함과 정직함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증거였다. 그런 삶을 살았으니 석주에게 오직 나만의 것인 무언가가 자리잡힌 걸 테다. 남들은 평범하다고 평가할지 몰라도 스스로는 그렇지 않다는 걸 너무나 잘 안다는 건 얼마나 소중한 확신이며 가치인가. 활자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느라 가족과 주변에 신경을 쓰지 못한 석주지만, 삶이 실로 풍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도 자신이 아직 이 일을 좋아하는지 확신하지 못한다는 그 사실이 좋았다. 모든 걸 다 알면서 살 수는 없다는 걸,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려주는 것 같아서. 안정묵 작가와의 일화는 어디까지 예술이라 볼 수 있는지 그 경계를 다루고 있어서 흥미롭게 보았다(마광수 작가의 일화가 생각나는 부분이었다). 그의 소신과 편집자인 석주의 원고에 대한 애정과 의지가 얽히면서 보여주는 시너지가 좋았다. 가치라는 게 시대와 다수 집단에 의해 파묻히기도 하지만, 소수의 의지와 집념으로 다시 발굴되기도 한다는 게 느껴져서 좋았다. 책이 가지는 가치가 무한하다는 뜻 같았다. 한 사람의 생을 다루고 있다 보니 소설 속에 계절과 계절에 따른 사람들의 모습이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반복된다. 그 면면들을 유심히 보면서 시간의 흐름을, 삶의 흐름을 느껴보았다. 삶이 주는 감동은 잔잔하고도 묵직한 거란 사실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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