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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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내는 작가 ‘다와다 요코’의 대표 소설 비늘 너머로 보이는 환상과 이상 언어를 통해서는 다다를 수 없는 그 세계를 마주하다 독일어와 일본어 두 가지 언어로 글을 쓰는 작가 다와다 요코의 대표 소설. 이 책은 우리나라에 10년 만에 복간되는 다와다 요코의 초기 소설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 작가의 초기 언어관과 세계관이 잘 드러난 이 소설은 다와다 요코라는 작가를 알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대표적인 작품이다. 다와다는 1987년 데뷔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글을 써 왔으며 독일과 일본에서 괴테 메달, 샤미소상, 클라이스트상, 아쿠타가와상 등 유수의 상을 받았고, 지금은 노벨문학상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는 작가로 거듭났다. 그는 두 가지 언어를 사용하며 언어 자체에 대해 천착하는데, 기존의 디아스포라 문학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다와다’만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언어로 쌓아 올린 장벽을 무너뜨리려 한다. 독특하게도 다와다 요코는 1989년 독일어로 먼저 작품을 발표한 이후 2018년 일본어 원문이 함께 실린 새 판본을 출판했다. 이처럼 외국어에서 모국어로 역행하는 과정을 통해 언어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해체하고 탈경계적 글쓰기를 지향하는 것이 다와다 요코 작품의 큰 특징이다. 『목욕탕』은 독일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 여성을 주목함으로써 언어가 사라진 인위적 상황에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일종의 실험 문학이다. 독자는 주인공을 따라가며 환상적이고 모호한 세계 속에서 규정된 것들에 대한 질문을 품으며 소설이 주는 신선한 자극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경계를 허무는 방식이 아니라 어쩌면 근본적으로 경계를 다르게 이해하는 방식일 수도 있다. ― 옮긴이 해제 중에서 언어가 사라진 자리에 보이는 것들 『목욕탕』의 주인공인 ‘나’는 독일에 거주 중인 일본인 여성으로, 동시통역 일을 하고 있다. 어느 날 그는 한 일본 무역 회사가 독일 파트너를 초대한 모임에서 일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 간에 진정한 소통은 이루어지지 않고, 주인공은 아무도 하지 않은 말로 통역을 하다 이내 말을 더듬고 위가 뒤틀린다. 정신을 잃은 그는 한 호텔 직원의 방에서 깨어나지만 자신이 먹었던 생선이 자신의 혀를 잡아먹은 꿈을 꾼 이후 더는 말을 하지 못하게 되는데……. 인위적으로 설정된 언어 부재의 상황에서 주인공은 애인, 죽은 여자, 경찰관 등 다양한 인물을 만나며 “몸뚱이로 쉬지 않고 암석을 들이받”(10쪽)았던 ‘비늘 짐승’처럼 맨몸으로 세계와 맞부딪치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 나선다. 소설 속에서 ‘언어’는 세계와 자아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아닌 진정한 정체성을 찾지 못하게 하는 방해물로 작동하며, 이런 인식은 추후 다른 다와다 요코의 작품에서도 꾸준히 등장한다. 『목욕탕』은 줄거리나 구성, 사건 등에 의존하지 않고, 인위적으로 언어를 없앤 상황을 혀를 없앤 환상적 사건으로 배치하여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독자들이 ‘언어’와 ‘몸’ 그 자체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하게끔 만든다. 그리고 이것은 다와다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자 그가 가진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비늘 달린 여자들아, 죽어라! 소설에서는 과거의 비늘 짐승 설화와 현재 주인공의 이야기가 연결된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비늘의 존재는 한편으로는 경계 자체를 가리키기도 한다. 비늘 때문에 마을에서 쫓겨난 여자와 이방인 여성으로 일본과 독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떠도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겹쳐지며 펼쳐진다. 이들 ‘비늘 달린 여자들’은 경계 밖으로 추방당하고 배척당한 사람들이며, 이들이 세계를 대하는 방식은 곧 작가가 경계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이해할 단서가 될 것이다. 다와다는 ‘경계’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이러한 경계에 대한 질문을” “몸(육체)을 가진 대상을 상대로 던진다.”(104~105쪽) 우리는 다와다가 던진 질문을 따라 경계의 안과 밖을 넘나들며, 환상적이고 이상적인 세계 속에서 정답을 찾아 소설의 마지막 문장에 다다르는데, 그때 비로소 “경계를 다르게 이해”(108쪽)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