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은 용의 홈타운

최정례 · 시
1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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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시선 383권. 시공간을 넘나드는 분방한 상상력과 독특한 화법으로 개성적인 시 세계를 펼쳐온 최정례 시인의 여섯번째 시집. 전작 시집 <캥거루는 캥거루고 나는 나인데>에서 놀라운 시적 변화를 보여준 시인이 4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시집은 '산문에서 시적 기미를 성취해내는' 심도 있는 통찰력으로 '산문의 시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하면서 산문이 어떻게 시가 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기획의 산물일 뿐만 아니라, 시적 의식을 확장하고 넓혀내고자 한 사투의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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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제1부 시간의 상자에서 꺼내어 시간의 가장 귀한 보석을 감춰둘 곳은 어디인가? 나는 짜장면 배달부가 아니다 딸기는 왜 이렇게 향기로운 걸까 동쪽 창에서 서쪽 창까지 꿈땜 거처 닭의 씰루엣 한짝 릴케의 팔꿈치 그 시간표 위로 가방은 필요 없었다 망각의 풀밭에서 쥐들도 할 말은 있다 존재의 서글픈 회생 제2부 개천은 용의 홈타운 코를 골다 이 길 밖에서 입구 너의 여행기를 왜 내가 쓰나 우주로 가버리는 단어들 심정의 복사본 여행 검은 눈구멍 생각의 피 빗방울 화석의 시대로 Spirit Museum 이수역 7번 출구 흙투성이가 되다 고슴도치와 헬리콥터 담쟁이네 집 제3부 있음과 있었음의 사이에서 제4부 인터뷰 흔들렸다 새의 쇠단추 눈알에 네 다리로 걸어간 말 에로틱 숫자 양초공장 말의 고민 표현 경계와 영역 여름 아침 원고와 궤도 군포라는 곳 모기를 데리고 북두칠성 해삼내장젓갈 해설 조재룡 시인의 말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서늘한 직관으로 살피는 삶의 기척들 용은 날개가 없지만 난다. 개천은 용의 홈타운이고, 개천이 용에게 무슨 짓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날개도 없이 날게 하는 힘은 개천에 있다. 개천은 뿌리치고 가버린 용이 섭섭하다? 사무치게 그립다? 에이, 개천은 아무 생각이 없어, 개천은 그냥 그 자리에서 뒤척이고 있을 뿐이야.//갑자기 벌컥 화를 내는 사람이 있다. 용은 벌컥 화를 낼 자격이 있다는 듯 입에서 불을 뿜는다. 역린을 건드리지 마, 이런 말도 있다. 그러나 범상한 우리 같은 자들이야 용의 어디쯤에 거꾸로 난 비늘이 박혀 있는지 도대체 알 수가 있나.(「개천은 용의 홈타운」 부분) 시공간을 넘나드는 분방한 상상력과 독특한 화법으로 개성적인 시 세계를 펼쳐온 최정례 시인의 여섯번째 시집 <개천은 용의 홈타운>이 출간되었다. 전작 시집 <캥거루는 캥거루고 나는 나인데>(문학과지성사 2011)에서 놀라운 시적 변화를 보여준 시인이 4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시집은 “산문에서 시적 기미를 성취해내는” 심도 있는 통찰력으로 “산문의 시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하면서 산문이 어떻게 시가 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기획의 산물일 뿐만 아니라, 시적 의식을 확장하고 넓혀내고자 한 사투의 결과”(조재룡, 해설)이다. 치밀하게 짜인 이야기 구조 속에서 밀도 높은 감성의 언어와 서늘한 직관으로 “무사태평처럼 보이는 일상의 안달복달이 반복된다 날아”(시인의 말)가는 삶의 실감을 포착해내는 진지한 사유와 성찰이 돋보이는 시편들이 은근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지금 흐르는 이 시간은 한때 어떤 시간의 꿈이었을 거야. 지금 나는 그 흐르는 꿈에 실려가면서 엎드려 뭔가를 쓰고 있어. 곤죽이 돼가고 있어. 시간의 원천, 그 시간의 처음이 샘솟으며 꾸었던 꿈이 흐르고 있어.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달덩이가 자기 꿈을 달빛으로 살살 풀어놓는 것처럼. 시간의 꿈은 온 세상이 공평해지는 거였어. 장대하고 아름답고 폭력적인 꿈.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무너뜨리며 모든 아픈 것들을 녹여 재우며 시간은 흐르자고 꿈꾸었어. 이 권력을 저지할 수 있는 자, 나와봐. 이 세계는 공평해야 된다는 꿈. 아무도 못 말려. 그런 꿈을 꾸었던 그때의 시간도 자신의 꿈을 돌이킬 수가 없어. 시간과 시간의 꿈은 마주 볼 수도 없어.(「시간의 상자에서 꺼내어 시간의 가장 귀한 보석을 감춰둘 곳은 어디인가?」 전문)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시간과 기억의 조각들을 자유롭게 다루는 최정례의 산문시에는 삶의 슬픔과 고통을 아우르는 일상의 이야기가 선명하게 흐른다. “기억인지 상상인지”(「흙투성이가 되다」) 도무지 알 수 없는 비극적 현실의 순간들을 시인은 “도로변에 버려진 아이 신발 한짝 같은 심정”(「거처」)으로 담담하면서도 냉철한 어법으로 이야기한다. “의미없이 하루하루를 지내”며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존재의 서글픈」) 살다가 “언젠가는 여기서 없어질 존재”(「새의 쇠단추 눈알에」)들의 서글픔과 무력함을 어루만지며 시인은 “딴 세상과 이 세상 사이에 아무것도 없고/아무런 상관이 없게 되는 것”(「인터뷰」)을 못내 두려워하기도 한다. 만약 너의 엄마가 어깨에는 링거 줄이, 코에는 음식물을 밀어넣는 플라스틱 줄이, 하체에는 소변 줄이 매달려 있다면, 소리 없이 액체가 흘러내리면서 내부가 외부로 흘러 해체가 진행 중이라면, 무슨 진지한 사건이나 물건을 대하듯 간호사와 의사가 근엄하게 오가고, 소독복으로 갈아입은 네가 침대 곁으로 가서 망각으로 가는 길을 좀 늦춰보려고 이렇게 말을 하게 된다면, 엄마 내가 왔어, 나를 알아볼 수 있어? 눈까풀을 깜박여봐, 고개를 끄덕여봐, 반응 없는 대상을 향하여 옛날얘기를 들려주듯 평범한 사람이 평범한 마을에 살았어요, 평범한 가족과 평범하게 살던 평범한 사람의 육체가 여기 누워 있어요,라는 식으로 너는 너의 엄마를 오브제로 볼 수 있겠니, 객관화할 수 있느냔 말이야.(「이 길 밖에서」 부분) 시와 산문, 형식의 경계에서 드러나는 고요한 진실 시인은 또 전혀 연관이 없는 두가지 이상의 이질적인 현상이나 생경한 풍경을 기이한 문법으로 중첩시켜 “간곡한 필연”(「동쪽 창에서 서쪽 창까지」)으로서의 우연을 능숙하게 다루며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이를테면 장갑 한짝을 잃어버린 사소한 일과 “목구멍에서 먹이를 토해 부화한 새끼의 입속에 넣어줄 짝을 기다”(「한짝」)리는 펭귄의 절박한 삶을 절묘하게 엮어 생명의 고귀함을 짚어낸다. 그런가 하면 “사실이 비사실로 변해가는”(「이 길 밖에서」) 일상 속에서 “뭔가를 기다리지만 기다릴 수 없”(「나는 짜장면 배달부가 아니다」)고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입구는 거기가 아니었다”(「입구」)는 역설적인 삶의 본질과 “내 정신이 다른 육체와 손잡고 가다가 문득 손 놓아버리는 거기”가 “너무나 낯설어 여기가 어디냐고 묻고 싶은데 물어볼 사람이 없”(「코를 골다」)는 현실의 깊이를 파고든다. 폭설 다음 날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눈처럼 시간이 뭉텅 사라져버렸다. 망가진 인공위성이 공중을 달려오는 사이 나는 전에 살던 사당동 708번지를 지나고 있었다. 집은 온데간데없고 거기엔 이수역 7번 출구가 서 있다. 그럴 리 없다. 내 기억이 고집스럽게 그걸 인정하지 않고 있다. 기억은 직조하듯 잘 나가다가도 느닷없이 움찔한다. 그 집은 가압류당했다가 결국 날리지 않았던가. 벌써 수십년 전 얘기를 마음이 짜나가다가 찢는다. 전철 문이 스르르 열려 사람들을 뱉어놓고 다시 닫힌다. 근처를 지나던 블랙홀 속으로 나의 일부가 뭉텅 빨려들고 있다.(「이수역 7번 출구」 부분) 이 시집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시집의 한 부(部)를 온전히 차지하는 장시 「있음과 있었음의 사이에서」이다. ‘낙태’를 소재로 한 이 시에서 시인은 장중하고 유려한 필치로 기억 속의 시간과 “모양도 부피도 냄새도 없”이 “형태를 잃은” 존재에 대한 성찰을 펼쳐나가면서 시적 호흡을 잃지 않는 산문시의 위력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를 오가며 육신과 영혼, 현재의 ‘있음’과 과거의 ‘있었음’은 서로 무관한 것이 아님을 통찰하는 이 시야말로 ‘산문시집’을 표방하는 이 시집에서 산문과 시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글쓰기의 기투”(조재룡, 해설)를 여실히 보여주는 회심의 역작으로 내세울 만하다. 내가 쓰러진 빈 병들과 함께 어둑한 곳에 있기 전에 나는 더러운 쓰레기와 함께 개천에 버려진 오물이었다. 핏덩이였다. 그것이 당신 쪽 세상에서 가져본 마지막 형상이었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그렇게 있었다. 나는 곧 더러운 악취뿐인 나의 몸을 벗어났다. 부패하는 열기의 힘을 빌려 상승했고 배회했다. 지독히 쓸쓸하여 나는 허망한 에너지를 흩뜨려 산화할 수가 없었다. 말하자면 나는 아직 흩어지지 못한 에너지였다. (…) 병원에서는 매일같이 수도 없는 아기들, 아직 아기가 되지 못한 것들이 지워진다. 핏덩이들이, 가위 핀셋 주사기들과 엉켜 조용히 쓰레기 더미 속으로 또는 하수도 구멍으로 사라진다. 차가운 금속들이 부딪는 소리, 이상한 알 수 없는 냄새들과 함께 당신들은 그것들을 죽인다고 말하지 않는다. 버린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지운다고 말한다. 그리고 당신은 그것이 지워졌다고 믿었다.(「있음과 있었음의 사이에서」 부분) 시인은 2012년 백석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2013년과 2014년 내리 ‘미당문학상’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될 만큼 남다른 시적 성취를 일구었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등단하여(1990년) 이제 시력 25년차에 이른 시인은 짐짓 냉소적으로 “어떤 시는 오래 공들여도 거기서 거기다”(「동쪽 창에서 서쪽 창까지」)라고 말하고는 있지만 “나는 시 같은 걸 한편 써야 한다”(「나는 짜장면 배달부가 아니다」)는 자각 속에서 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시에 몸 대고’ 시의 새로운 길을 찾아 끝없는 갱신을 도모한다. “산문시를 향한 탐험”의 길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멀리 나아갈”(이수명, 추천사)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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