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광장, 여자들… 꽃이 되다
촛불 집회를 소재로 한 최초의 소설!
위로와 환대, 따뜻한 우정의 서사
2010년을 여는 화제의 소설, 시인 김선우의 두 번째 장편소설 『캔들 플라워』가 출간되었다. 이 소설의 주요무대는 2008년 촛불의 밤들이다. 그해 봄, 신비로운 한 소녀가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이름은 지오. 나이는 열다섯 살. 캐나다 깊은 오지마을에 사는 지오는 ‘자연의 감각’을 가진 아이. 학교에 다니지 않지만 십여 개 언어를 사용할 줄 아는 특이한 다문화 소녀. 지오는 한국이 궁금하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
인터넷을 통해 지오를 알게 된 소심한 직장인 희영, 당돌한 아마추어 영화감독 연우, 싸가지 있는 강남녀 수아, 그리고 떠돌이 개 사과. 이들이 지오를 맞아 서울 대탐험을 시작한다. 2008년 5월의 어느 저녁, 촛불 집회에 나온 이들은, 소를 데리고 광화문 한복판에 나타난 정체 모를 할머니를 만나면서 사건 속으로 휘말리는데…….
촛불 정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 소설은 촛불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드라마틱하고 예술적이며 문화적이자 강력한 생명의 메시지를 통해 사랑스러운 젊은이들, 소년들, 소녀들… 미래 세대 아이들이 서로 사랑하고 울고 웃으며 성장해 간다. 위로와 환대, 따뜻한 우정의 서사를 통해 21세기적 생명의 감각에 대해 이 소설은 묻고자 한다.
캔들 플라워, 촛불이 모여 꽃으로 피어나다!
“2008년의 촛불 속엔 ‘새로운 생명의 감각’이라고 할, ‘생명에 대한 예의’를 고민하게 하는 평범하고 소박한 사람들의 질문과 호혜적 연대의 열망이 있었습니다.”-김선우
이 소설은 우리가 미처 눈 돌리지 못한 가치들에 주목하고 있다. 촛불 집회의 주요 화두였던 ‘광우병 쇠고기’ 논란 속에서 병든 소를 먹지 않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 때문에 병들어가는 동물들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떠돌이 개 ‘사과’가 주인공들을 엮어주는 단단한 끈이 되는 것도 결국 인간과 자연이 공존해야 한다는 절대적인 가치를 보여준다. 또한 왜 우리의 십 대들이 촛불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는지, 그들이 꿈을 잃고 ‘시험지옥’과 ‘미친 교육’의 희생양이 된 채 얼마나 억압되어 살아가는지에 대해 캐나다 소녀 지오의 모습과 대비시켜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이 땅의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열고 따뜻한 우정으로 손을 맞잡았던 그 순간, 우리 모두가 ‘캔들 플라워’가 되었던 그 순간을 소설에 담아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가치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볼 것을 권한다.
관능적 미학의 시인, 김선우의 두 번째 장편소설
자연과 여성의 아름다운 생명력을 시적 언어로 표현해내는 시인 김선우는 그녀의 두 번째 장편소설에서도 소설가적 재능을 유감없이 펼쳐 보였다. 다소 딱딱해 보일 수도 있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소설 곳곳에 묻어난 김선우 시인의 독특한 표현과 시적 감수성은 마지막 장을 읽을 때까지 강한 흡인력으로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그 속에서 소녀들의 성장과 여자들의 일상이 섬세한 미학으로 그려지고 있다.
『캔들 플라워』는 Yes24 문화 웹진 '나비'에서 최고 조회 수를 기록하며 넉 달간 독자들의 열띤 참여와 호응 속에서 연재되었고, 두 달 간의 퇴고 작업을 거쳐 책으로 출간되었다.
해설 (소설가 장정일)
바슐라르는 촛불이 우리를 몽상으로 이끈다고 말했고, 김선우는 자신의 두 번째 산문집 『김선우의 사물들』(눌와, 2005) 어느 곳에, “촛불 밑에선 누구나 시인이 된다”고 받아썼다. 그런데 『캔들 플라워』를 보면, 촛불은 시인에게 소설까지 쓰게 만드는 모양이다. 물론 시인은 『캔들 플라워』이전에 첫 번째 장편소설『나는 춤이다』(실천문학, 2008)를 상재했었으나, 원래 그 소설은 자신이 쓴 시나리오를 모본으로 했던 것이다.
이국적이고 여성적인 느낌을 강하게 뿜어내는『캔들 플라워』라는 제목은, 곧바로 요즘의 젊은 소비 여성층에게 인기 있다는 칙릿(Chick-lit)을 떠올려 준다. 하지만 그런 작품을 기대하고 이 소설을 집어든 독자는 얼마 읽지 않아 속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칙릿을 연상시킨 이국적이고 여성스러운 제목『캔들 플라워』는, 모름지기 제목이란 독자의 눈길을 확 잡아 끌 수 있도록 요염해야 하는 만큼, 독자를 홀리기 위한 작명술일 뿐이다. 동시에 이 제목은 두 가지 또 다른 필요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상처나 패배로 남은 어떤 기억을 낯설게 명명하고 토로하고 싶어서다. 2008년 봄과 여름 사이에 벌어진 촛불집회는 거기에 참여했던 사람들에게 하나씩의 정신적 외상(Trauma)을 안겼다. 그래. 아직까지도 ‘촛불’이라면 화들짝 놀라거나 우울해지는 터에, 누가 그것을 직면하고자 할 것인가? 따라서 이 소설의 제목으로 ‘촛불’과 같은 단어가 들어가서는 곤란했고, 그걸 살짝 피해나간 이런 ‘낯설게 하기’는 작가의 감각을 가늠하게 해준다.
둘은 이 작품의 내용이나 주제와 상관된다. 좀 엉뚱하게도 이 소설의 서두는 청계광장도 광화문광장도 아닌, 인천국제공항에서 시작된다. 캐나다 밴쿠버 섬의 해안마을에서 히피 공동체나 같았던 가족들 틈에서 자라난 여주인공 지오는 열다섯 성인이 된 기념으로, 부모로부터 혼자 외국 여행을 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는다. (중략)
소설의 제목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듯이, 이 작품은 2008년 봄, 가을 사이에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광우병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를 다룬 소설이다. 단편소설이 나와 있는지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지만, 아마도 이 소설은 광우병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를 소재삼은 첫 장편소설일 것이다. 언젠가 2008년의 촛불집회를 소재로 삼은 문학을 누군가가 정리한다면『캔들 플라워』는 일착으로 검토되어야 할 소설일 것이다.
어떤 소재나 주제를 선점한다고 해서 문제작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더 정밀하고 종합적인 해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캔들 플라워』를 환영해야 할 이유가 있다. 대개의 우리나라 작가는 현실이나 징후를 신속히 반영하지 못하는 문화적 지체遲滯를 고질병으로 앓고 있다. 그런데 본작의 경우, 작가는 마치 기동타격대인양 빠르게 현실에 접근해서, 현실과 반영(작품) 사이에 벌어져있는 한국 문학의 지체 현상을 가차 없이 메우고 있다. 이게 이 소설을 쓴 작가의 생래인지, 이 소설을 쓰도록 이끈 ‘촛불’의 힘인지는 작가의 후속작이 명확히 해줄 것이다.
작가 인터뷰 Q&A
Q. 이 책의 제목 ‘캔들 플라워’는 무슨 뜻인가요?
A. 초꽃. 캔들(candle)과 플라워(flower)의 합성어입니다. 촛불이 꽃 같다는 의미, 촛불 하나하나가 한 송이씩의 꽃이라는 의미에서 사용하게 된 말입니다. 한국을 방문한 이 소설의 주인공 지오가 촛불 광장에서 이렇게 말하는 대목이 있어요. “캔들 플라워! 꽃 피기 직전에 체온이 올라가는 꽃들처럼 촛불을 든 사람들이 따뜻했다.” 이 땅의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열고 따뜻한 우정으로 서로 손을 잡는 순간, 우리 모두가 ‘캔들 플라워’인 거지요. 촛불은 화려하게 밝지는 않지만 자기 자신의 밑자리를 밝히고 아주 소박하게 자신의 옆자리를 밝히니까요.
Q. 첫 소설에서도 무용가 최승희의 삶을 그리시는 등 남다른 소재를 고르셨는데, 이번에 ‘촛불’을 소재로 소설을 쓰시게 된 계기는?
A. 2008년 촛불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놀라운 경험이었지요.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에너지가 넘치는 사건이었지만, 정작 우리는 어느 틈엔가 너무나 빨리 ‘한 여름 밤의 꿈’ 쯤으로 그 사건을 치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었어요. 아름다운 경험은 기억하고 기록해야하지요. 어제의 아름다움으로부터 오늘의 아름다움이 성장할 수 있도록 말이죠. 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