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빛

정지아 · 소설
24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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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삶에 각인된 우리 현대사의 질곡과 모순을 탐구하는 작품들을 꾸준하게 발표해온 소설가 정지아의 단편집이다. 2006년 제7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 '풍경'을 포함, 총 열한 편의 소설이 수록되었다. 특히 '치매'를 겪는 노년의 삶에서 잃어버린 기억의 의미를 찾고 삶을 복원하여 역사에 맥락화하는 단편들은, 폭넓은 사유와 인생에 대한 묵직한 깨달음을 보여준다. 등단 초기부터 작가 정지아의 작품세계의 주조를 이루었던 것은 역사적 모순에서 비롯된 개인적 삶의 희생과 질곡이라는 무거운 주제의식이었다. 이것이 2008년 출간된 소설집 <봄빛>에 이르러서는 늙는다는 것, 기억을 잃는다는 것, 삶을 복원한다는 것의 의미를 탐구하는 작품들에 탁월하게 녹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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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역자

목차

못 봄빛 풍경 소멸 순정 양갱 스물셋, 마흔셋 운명 길 1 길 2 세월 해설·김경수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지면

출판사 제공 책 소개

개인의 삶에 각인된 우리 현대사의 질곡과 모순을 탐구하는 작품들을 꾸준하게 발표해 요즈음 우리 문단에 보기 드물게 묵직한 문학적 감동을 선보여온 작가 정지아가 4년 만에 신작소설집 『봄빛』을 출간하였다. 이번 작품집에는 2006년 제7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인 단편 「풍경」을 포함하여 발표 당시부터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11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일상과 심리를 탐색해 변주하던 지난 소설집과 달리 이번에는 편편이 폭넓은 사유와 인생에 대한 깨달음으로 주제의 무게와 깊이가 더해졌다. 특히 ‘치매’를 겪는 노년의 삶에서 잃어버린 기억의 의미를 찾고 삶을 복원하여 역사에 맥락화하는 단편들은 정지아가 지금껏 작가적 숙명처럼 여겨왔던 주제의식을 궁극으로 끌어올린 수작들로 눈에 띈다. 잃어버린 기억의 의미와 삶의 복원 차안(此岸)과 피안(彼岸)을 포용하며 웅숭깊은 세계를 지향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2006년 이효석 문학상을 수상한 「풍경」의 주인공은 평생 홀로 노모를 모시고 사는 예순의 노인이다. “해가 뜨면 새로 주어진 하루를 살아내듯” 육십년을 살았다. “어머니였고 세상이었으며 유일한 동무”였던 어머니는 벌써 삼십년 전부터 기억을 잃기 시작해 막내아들인 자신을 여수 14연대를 따라 떠난 형들로 착각한다. 집 떠난 자식들을 기다리던 습관을 버리지 못한 어머니는 집을 찾는 누구라도 자식인 듯 대한다. 어머니에게 잃어버린 기억이란 평생 동안 기다린 자식들이기도 하고 한많고 곡절많은 자신의 젊음이자 한평생이기도 하다. 마침내 어머니는 정신의 기억 다음으로 곡기마저 끊음으로써 육체의 기억까지 내려놓는다. 이제 예순이 넘어 함께 늙어가는 아들은 그런 어머니를 연민과 그리움으로 대할 뿐이다. 어머니의 잃어버린 과거와 기억은 곧 자신의 청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못」의 주인공 건우씨는 여든을 넘긴 작은어머니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성치 못한 몸을 갖고 있고 매년 봄 자운영이 필 무렵 찾아오는 시집간 누이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신세이다. 작은어머니는 평생 몸 성치 않은 조카 뒷바라지에 고생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건우씨가 차곡차곡 모은 돈을 호시탐탐 노리지만 건우씨는 그 돈이나마 꼭 간직하고 있으라는 누이의 말을 되새기며 작은어머니와 티격태격한다. 봄이 와도 집에 오지 않는 누이를 원망하는 건우씨와, 그런 건우씨를 애처롭게 바라보는 작은어머니는 함께 늙어가는 서로의 처지를 안쓰러워하며 연민의 감정을 품는다. 표제작 「봄빛」에서는 젊은 시절 서슬이 퍼렇던 아버지가 치매에 걸린 듯하다는 어머니의 걱정스러운 전화에 아들이 시골을 찾는다. 밥상머리에서 ‘뚜부’(두부) 반찬을 내놓으라고 막무가내 호통을 치는 아버지와 평생 큰소리 한번 못 냈지만 남편의 보살핌 속에 살아온 어머니의 변한 모습을 보고 아들은 두려울 만큼 가슴이 먹먹해진다. “내동 일렀는디 또 뚜부가 없그마이!” 귀가 좋지 않은 아버지의 고함소리는 어린 그였다면 경기를 일으켰지 싶게 컸다. “아이고, 점심에 뚜부를 그렇게 묵고 또 먼 뚜부를 찾소? 저녁은 그냥 자씨요. 오랜만에 재만이가 왔는디 그라먼 재만이 좋아하는 것을 해야제 당신만 묵는 것을 해야 쓰겄소? 얼둥애기도 아니고 한끼를 못 참아서 소리는 버럭버럭 지르고 난리디야 난리가.” 그는 놀란 눈으로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그가 대학 포기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단 한번도 아버지에게 대든 적이 없는 어머니였다. “나가 원제 점심에 뚜부를 묵어!” “환장하겄네. 노망이 들어도 단단히 들었그마이. 인자 점심에 멀 묵었능가도 모리겄소?” 어머니는 한마디도 지지 않고 따박따박 말대답이었다. 목청도 아버지 못지않게 시끄러웠다.(「봄빛」) 다음날 검사 결과를 위해 찾아간 병원에서 뇌에 문제가 있다며 아버지는 치매 초기 진단을 받는다. 돌아오는 길에 두 노부모가 나란히 자동차 뒷자리에서 잠든 모습을 보며 아들은 그동안 그 부모네에게 받은 것을 돌려줘야 할 때가 돌아왔음을 깨닫는다. 이 작품에서 잃어버린 기억은 자식들을 키우고 평생을 살아내야 했던 아버지의 역사이다. 치매에 걸린 부모와 자식의 이야기라는, 감동의 발생 지점마저 예상 가능할 정도로 익숙한 유형의 단편인 「봄빛」이 주는 감동을 문학평론가 정홍수는 ‘뚜부’라는 생생한 사투리 생활어 표현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마침내 근대 리얼리즘이 일상의 범속한 현실을 심각하고 진지하게 다루기 시작했을 때, 현실의 묘사 혹은 재현의 중심에 섰던 소설은 그 자신이 비추어낸 역사나 인간이 생각 이상으로 초라하고 옹졸한 모습을 하고 있는 데 짐짓 놀라지는 않았을까. 그러나 장식적인 세련을 거부하고 장삼이사의 사람들이 실제로 쓰는 말로 그들의 감각적 진실을 묘사하고 드러내면서 소설은 인간의 자기이해에 새로운 국면을 열어젖혔다. 「봄꽃」의 ‘뚜부’는 그같은 근대소설의 근본적 책무를 새삼 돌아보게 하면서 현실의 충실한 재현이 단순한 모사의 기술이 아니라 인간 진실을 상상하는 절실하고 비범한 열정의 소산임을 다시 확인케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 밥상을 둘러싼 언어들이 ‘고리대금업자 같은 세월의 수금’ 앞에 선 늙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강퍅한 일생을 요약하는 강렬한 문학적 위엄에 어찌 닿을 수 있었으랴. 이것은 결단코 닥치는 대로의 현실에서 수집한 소박한 언어일 수가 없다.(『창작과비평』 2006년 가을호) 「세월」에 이르러서는 치매와 노화가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서 우리 역사의 질곡으로까지 맞물려 확장된다. 빨치산이던 남편을 따라 산에 오르고, 첫아이를 눈물로 보내고, 평생 남편을 하늘같이 믿고 따라온 아낙이 기억을 잃은 남편 옆에서 그동안 말하지 못한 속내를 넋두리로 늘어놓는다. 이녁이 준 삐라를 읽고 이녁 따라 동네걸음을 할 때도 나는 몰랐어라. 그것이 나라가 금허는 질인 중도 모리고 나라가 금허는 질을 가는 일이 월매나 고된가도 몰랐어라. 이녁 말만 철썩같이 믿고 그것이 사램답게 사는 질인중만 알았지라. 쪼깨만 참고 지둘리먼 존 시상이 온다던 이녁은 겡찰헌티 쫓겨 산으로 가부렀소. (…) 갓난 아를 들쳐업고 그 질로 나는 산으로 갔소. 워차피 죽을 목심 이녁 졑에서 죽고 싶었어라. (「세월」) 젊은 시절 아낙은 결혼날을 받아놓고 공부를 하고 싶어 밤도망을 쳤다가 붙잡혀왔고, 그런 사연을 알게 된 남편은 이런저런 책을 가져다준다. 책 가운데에는 단선반대 삐라도 섞여 있었고, 남편은 결국 단선반대운동을 하다가 지리산으로 들어간다. 아낙은 남편이 떠난 뒤에 뱃속에 아이가 생긴 사실을 알고 숨어지내다 갓난아이를 안고 남편의 뒤를 따라 산에 들어가지만 아이는 끝내 잃고 만다. 남편은 산을 내려와 옥살이를 했고, 출옥 후에는 무뚝뚝하니 정다운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건만 이제 끝내는 기억마저 잃었다. 이 작품에서 남편이 잃어버린 기억을 복원하고 되새기는 일이란 곧 역사의 복원이고 증언이 된다. 작품 전체에 걸쳐 넋두리를 읊는 아낙은 시종 진한 남도 사투리를 구사하여 살아 있는 입말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한다. 문학평론가 김윤식은 「세월」을 두고 귀가 멍멍해질 정도로 오랜만에 듣는 육자배기요, ‘지리산 타령’이라고 평한 바 있다(김윤식 『현장에서 읽은 우리 소설』, 강 2007). 배움이 많았다면 능히 ‘노래’가 되었겠으나 이 아낙의 넋두리는 ‘타령’이요, ‘잡가’라는 것이다. 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치매’라고 명명된 노화현상일 뿐 아니라 자신의 존재와 과거를 잃는다는 뜻이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혹은 기억할 수 없는 과거의 존재와 사건 들은 부정과 망각을 통해 차라리 인생의 어느 시점인가로 돌아가기도 한다. 「풍경」의 어머니는 아들들을 잃기 전으로, 「봄빛」의 아버지는 젊은 시절로, 「세월」의 남편은 빨치산 시절로 돌아갔을지도 모른다. 인생의 깨달음과 넓고 깊은 사유의 세계 한많은 평생의 기억을 잃고 자신의 존재조차 잊는 노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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