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같지 않을 수 있는 용기를 칭송하는 가운데 마법과도 같은 첫사랑의 떨림을 순수하고 감동적으로 그려낸 뉴베리 상 수상작가의 성장소설. 다른 나라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친근하게 느껴지는 주인공들은 우리 고등학교 아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작가는 1인칭 서술자 시점을 활용하여 주인공 리오의 심리 변화를 생생하게 보여주면서 청소년들 사이의 사랑과 우정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덧없고 무정한 인기의 속성과 집단따돌림 문제까지가 한 편의 소설 속에 기막히게 잘 어우러져 오래도록 마법과 같은 여운을 남긴다.
스타걸은 2000년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페어런츠 초이스 금상, 퍼블리셔스 위클리 선정 올해의 좋은 책, 미국도서관협회 선정 10대 청소년 도서, 뱅크 스트리트 교육대학 선정 올해의 좋은 책, 북 센스 선정 올해의 좋은 책, ABC가 선정한 아동/청소년 도서 판매원 추천 도서, 뉴욕 공공도서관 선정 10대를 위한 책, 가든 스테이트 청소년 도서상 수상, 애리조나 청소년 도서상 등을 휩쓸며 현재에 이르기까지 청소년과 어른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스타걸』이 처음 출간되었던 2002년 어느 날, 한통의 메일을 받았다. 스타걸 노래가 나와 있는 걸 아느냐는.
대학을 졸업하고 순위고사를 준비한다는 그 예비 선생님은 스타걸을 읽고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스타걸, 나의 사랑을 받아다오]란 노래가 있다는 것을 알고 메일을 띄우게 되었다고 했다.
반가운 마음으로 찾아본 결과, 우리는 언더 록 그룹 블독맨션의 싱어 이한철이 스타걸을 읽고 감동을 받아 그 자리에서 노래를 지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침 블독맨션 콘서트가 곧 열린다 하여 우리는 『스타걸』 책을 청중에게 선물하는 이벤트를 하기로 하고 공연장을 찾았다.
[스타걸, 나의 사랑을 받아다오]를 부른 뒤 이한철은 그 노래를 만든 사연을 이야기했고, 무대에서 『스타걸』을 날렸다. 스탠딩 공연의 청중들은 펄쩍펄쩍 뛰어오르며 환호했다. 우리는 잠시 오코틸로 무도회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조금 지나면 토끼춤이 연주되고 어디선가 스타걸이 튀어나와 춤을 추기 시작할 것 같은.
그로부터 5년이 지났다.
마치 리오가 에필로그에서 지난날을 회상하는 것처럼 우리는 그때를 회상한다. 그 사이 우리에게 메일을 보내주었던 예비 선생님은 어엿한 고교 선생님이 되어 ‘스타걸’들을 가르치고 있고, 블독맨션은 해체되어 이한철 밴드로 새롭게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노래는 그대로 남아 있다. 높은 인기순위를 기록하는 유명한 노래는 아니지만, [스타걸, 나의 사랑을 받아다오]는 주인공 리오의 목소리처럼 우리 가슴속에 내내 살아 있다. 『스타걸』이 영원하듯이.
처음엔 미처 몰랐어 눈부신 사랑에 빠질 줄은
멀리서 전학 온 이상한 아이가 너란 걸
누군가 얘기했을 뿐
그러던 어느 날인가 조금씩 내 눈에 띄더라구
픽픽한 모습과 촉촉한 너의 마음까지
난 네가 좋아졌어
*내 맘을 받아라 놓치지 마라 착한 너 변하지 않도록
그런 네 마음 지켜줄 테니
내 맘을 받아라 놓치지 마라 너도 날 좋아한다면은
깊이 간직한 나의 사랑을 받아다오*
이제 넌 나만의 stargirl 도무지 헤어날 수 없어
모두 괴롭히다 시집간 나의 누이보다
난 네가 좋아졌어
*내 맘을 받아라 놓치지 마라 착한 너 변하지 않도록
그런 네 마음 지켜줄 테니
내 맘을 받아라 놓치지 마라 너도 날 좋아한다면은
깊이 간직한 나의 사랑을 받아다오* [스타걸, 내 사랑을 받아다오], 이한철 작사·작곡(Bulldogmansion-Funk에 수록)
tm타걸을 읽고
아직 출간도 안 한 책을 읽는 건 참 재미있는 일이다. 마치 미래에서 온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게다가 미래에서 온 그 사람이 매력적이기까지 하다면 그야말로 퍼펙트!
스타걸은 매력적이다. 그애가 내가 닿을 수 없는 천상의 소녀이기 때문이 아니다. 바로 내 안에 있는, 그리고 우리 모두가 억누르고 있던, 하지만 용기만 있다면 언제든지 발현할 수 있는 우리들 모두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스타걸이 매력적이었던 만큼 그애가 ‘수잔’으로 연극을 해야 했을 땐 정말 마음이 아팠다. 그건 분명 연극이었다. 그애가 수잔으로 ‘돌아왔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애는 포켓마우스, 헐리걸리 그리고 스타걸이지만 수잔은 아니다. 수잔은 그애의 영혼과는 아무 상관없는, 우리를 억압하는 세상에 순응한 거짓 이름이다. 개인의 고유한 영혼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세상, 상식이란 이름의 고정관념으로 개인의 가치를 판단하는 세상, 바로 그런 세상에 복종해버린 거짓 이름인 것이다.
고교 시절, 나는 스타걸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사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용기가 없었다. 김현영이란 이름에는 진짜 내가 들어 있지 않다는 걸 잘 알면서도 나는 김현영인 척 연극을 하며 살았다. 그렇다고 내가 김현영으로서, 즉 고교생으로서 이 사회가 내게 요구하는 역할을 완벽하게 연기했냐 하면 또 그렇지도 못했다. 나는 그저 스타걸과 김현영 사이에서 갈등만 하고 있었다. 스타걸을 사랑했음에도 마음대로 다가가지 못했던 리오, 불쌍한 그 녀석처럼 말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 그것이 세상을 보는 절대적인 기준이 되어버렸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 아닌 것들로 인해 내가 규정되던 그 시간 속에서 어쩌면 나는 조금 병들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스타걸을 보니 그토록 비뚤어진 내 시선을 바로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긴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지도 모른다. 나는 포켓마우스, 헐리걸리 그리고 스타걸이었지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삶은 단 한 번뿐. 주어진 이름에 얽매어 진짜 나를 방치한 채 가짜 삶을 살 수는 없다. 단 한 번에 불과한 인생을 그렇게 낭비할 수는 없다. 우린 모두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가 아니니까. 아치 선생의 말마따나 우린 모두 스타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