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인사

전윤호 · 시
12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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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시선' 211권. 1991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전윤호 시인의 4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은 삶의 비극적 조건을 넘어서려는 고투를 시로써 여실히 형상화해온 전윤호 시인의 시작(詩作) 여정이 한 정점을 이룬 시집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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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제1부 메기 낚시|기초 입문|얼음배|낮달|수면사(睡眠寺)|전당사(典當寺) 1|전당사(典當寺) 2|중산충(中産蟲)|내가 고향이다|봄|하프타임|아들의 나비|조각보|동해에서 폭설을 만나다|첫차 제2부 해제(解題)|유래(由來)|물거울|소들의 월동지|하늘 닭|나무 돼지|편지 고양이|아이 마당|술 샘|여자 성인식|남자 성인식|일하는 솥|사는 법|푸른 집의 흔적|물속에서|강가의 소나무 몇 그루|아라리 한 소절 1|아라리 한 소절 2|그곳|유호|입구에서|고개 들어보면 제3부 숟가락 거울|사장|부동산 천국|대관식|도서관에서|노란 발전소|내 안의 발전소|사소한 시인|골키퍼|내 안의 야만 시대|천안함에게|설거지|천오백 몇 십 미터짜리의 그리움|수몰 지구|봄눈 내리는 아침|섬 주막|전산옥|실연|겨울 저녁|강릉여인숙 1|강릉여인숙 2|작은 감자|삼월의 망명|늦은 인사 해설 구모룡|시인의 말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실패와 상처를 넘어선 신생의 거처 1991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전윤호 시인의 4번째 시집이 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 『늦은 인사』는 삶의 비극적 조건을 넘어서려는 고투를 시로써 여실히 형상화해온 전윤호 시인의 시작(詩作) 여정이 한 정점을 이룬 시집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소통 부재의 미학, 자폐적 미학이라 부를 수 있는 시적 경향들이 만연한 시대에 전윤호 시인은 모든 거추장스러운 수사를 버리고 담백한 고백의 어조를 통해 실패와 상처를 넘어서 신생의 거처를 궁구하고자 한다. 모성과 화해의 공간으로서의 ‘도원(桃源)’ 시인은 어린 날 뼈아픈 이별을 겪어야 했다.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와의 이별이었다. 상처는 몸속으로 파고들어, 소년은 어디가 아픈 줄도 모르고 아파했다. 아니, 아픈 곳이 어딘 줄 알면서도 하소연할 곳이 없어서 오래 침묵해야만 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아주 오랫동안 잃어버린 도원(桃源)을 찾아 헤맸다. 시인의 고향에서는 까닭 없이 사라지는 사람들은 모두 도원으로 갔다고 생각했다. 그곳에 가고 싶었다 떠나는 모습을 기억도 못하는 어린 나를 두고 사라진 어머니가 보고 싶어 보채면 사람들은 도원에 마실 간 거라고 실컷 놀고 나면 내가 생각나 쪽배 타고 돌아올 거라고 우리 동네에서 무덤도 없이 사라진 사람은 도원으로 놀러간 거라고 했다 괜히 울적한 저녁이면 강변으로 뛰어가 산 너머로 사그라지는 노을을 보면서 어머니가 돌아오기 전에 그곳에 가고 싶었다 _ 시 「그곳」 부분 도원(桃源)은 어디에 있을까? 그곳이 어디인 줄 명확히 알 수는 없으나, “큰 산 아래 강이 휘몰아 넓은 땅덩이를 만드니 마을을 이룰 만한 자리”로 사람들이 “전란”과 “징발”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관리가 오면 “바위를 굴리고” 홍수가 나도 “다리도 보수하지 않고 가진 배도 묶인 채 썩어가니” 시간이 흘러 “안과 밖이 서로 잊으니 애달픈 일이 없고 마침내 도원이 되었다”(「유래(由來)」)고 한다. 도원은 피난과 유민의 공간이자 상처와 고통이 없는, 가장 처음의 완전한 공간이다. 도원에서 “소들은 산과 강변에서 풀을 뜯는다 인간의 소유가 아니니 뿔도 자르지 않고 코도 뚫지 않는다”(「소들의 월동지」), “아이들은 짐승의 울음을 흉내 내다가 노래를 터득하게 된다 비 오는 소리와 바람이 부는 소리를 배운 아이도 있다”(「아이 마당」), “눈이 많이 내리면 산에서 소나 개 같은 짐승들이 내려오기도 하는데 일단 마당 안으로 들어오면 광을 열어주고 제 발로 갈 때까지 둔다 한 집을 정해 일정하게 내려오는 일도 많으며 밖에서 마주치면 알아보고 길동무가 돼주기도 한다”(「사는 법」). 자폐적 시대에 울리는 서정미학의 핵 시인에게 도원은 어머니의 자궁과 같은 삶의 근원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그곳은 어머니를 잃어버린 공간, 그래서 어머니를 찾기 위해 돌아가고 싶은 공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도원으로 간 사람들은 모두 죽음의 문인 소(沼)를 거쳐 갔다. 시인이 기억하는 상상의 공간으로서 도원은 실제적 장소로 변환될 경우 상처와 고통을 주는 곳으로 변한다. 그런데도 시인은 소음이 가득한 살아 있는 것들의 세계에서 눈을 뜨면 곧 사라질 것 같은 도원을 그리워하며 “머릿속에 예쁜 문신을 새겨놓은 것처럼…… 도원이 그립다”(「시인의 말」)고 한다. 시인에게 일상은 삶을 비루하게 만드는 현실이다. 그는 그곳으로부터 벗어나 도원으로 회귀하고 싶어 한다. 시인은 비록 상처투성이일 뿐인 삶일지라도 트라우마의 늪에 빠져 존재를 망각하지는 않고 ‘물봉숭아’에 매개된 어머니를 찾아 상처와 고통이 없는 가장 처음의 완전한 실존이 보장되는 세계 도원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첫차 타고 떠나려고 앞강에서 머리 감다 물봉숭아를 건졌다 어머니가 좋아했던 꽃 꽃밭 찾으려고 안개 속으로 무릎 적시며 걸어갔다 기차역과는 반대편 (중략) 허방을 짚었다 발밑이 꺼졌다 깊은 쪽으로 머리가 빨려 들어간다 물살이 나를 빙빙 돌렸다 잃어버려 잃어버려 다 잃어버려 _ 시 「첫차」 부분 세상은 시인으로 하여금 고향을 잊게 한다. 고향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시인은 도원이 부르는 소리를 들으며 도원을 영영 잃어버릴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하지만 시인은 소통 부재의 미학, 자폐적 미학의 시대에 휘황찬란한 수사를 버리고 대신 담백한 고백의 어조로 자신의 상처를 위무한다. 나아가 도원이 비단 시인만의 자폐적 공간이 아닌, 누구든 상처 입은 사람들은 가지고 있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누구든 언제든 어딘가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자신이 떠나온 도원에서 흐르는 물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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