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공간

알라이다 아스만 · 인문학
5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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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비 ‘프리즘 총서’의 여섯번째 책. 독일 문화이론의 거장 알라이다 아스만의 책으로, 2003년 경북대출판부에서 냈던 것에서 상당부분의 번역을 수정하고 오류를 바로잡아 재출간했다. 이 책에서 아스만은 문자의 탄생과 함께 확산된 존재(명성)의 영구불멸성에 대한 기원이 어떻게 현대의 문화적 정체성을 규정하는 원리로 변화·발전했는가를 다양한 고전작품과 역사 사료의 분석을 통해 보여 준다. 인류의 역사는 매체 발달의 역사이자 동시에 과거의 회고를 통해 현재를 구성해 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변화된 매체환경 속에서 기억은 현재의 우리 삶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가? ‘문화적 기억’이라는 개념을 문화이론의 핵심 화두로 정착시킨 이 고전에서 우리는 그 해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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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역자

목차

감사의 말 … 4 여는 말 … 9 제1부 기능 1장 ‘기술’과 ‘활력’으로서의 기억 … 30 2장 추모의 세속화: 기억, 명성, 역사 … 39 3장 셰익스피어 사극에 나타난 기억투쟁 … 81 4장 워즈워스와 시대의 상흔 … 119 5장 기억의 상자 … 151 6장 기능기억과 저장기억?: 기억의 두 가지 유형 … 175 제2부 매체 1장 기억의 메타포 … 198 2장 문자 … 241 3장 그림 … 294 4장 몸 … 326 5장 장소 … 410 제3부 저장소 1장 기록물보관소 … 471 2장 보존, 몰락, 잔재: 보존의 문제와 문화의 생태학 … 478 3장 망각의 휴한지에서의 기억 시뮬레이션: 현대 예술가들의 설치 예술 … 493 4장 ‘고통의 유물’로서의 기억 … 509 5장 기록물보관소의 저편 … 523 맺는 말 … 557 / 초판 옮긴이 후기 … 565 / 개정판 옮긴이 후기 … 570 / 찾아보기 … 575

출판사 제공 책 소개

홀로코스트 이후, 기억의 역사적 의미를 묻다!! 21세기 기억의 문화이론을 위한 고전 『기억의 공간』!! “20세기 말의 기억 예술가들은 …… 재난의 현장을 사후에야 비로소 보았다.”(494쪽) 고대 그리스의 시인 시모니데스는 한 연회에 참석해 연회장 지붕이 무너지는 것을 목격한다. 파편이 된 연회장에는 시체 더미가 쌓이고, 사람들은 얼굴이 일그러진 시체들 앞에서 절규한다. 살아남은 자들은 일그러진 시체들의 신원을 파악해야 했다. 신원 파악을 위해 그들은 지붕이 무너지기 전과 후의 모습들을 머릿속에서 잇기 시작한다. 남겨진 자들의 몸부림 속에서 기적같이 등장한 이가 바로 시모니데스였다. 그는 탁월한 기억력을 통해 일그러진 시체들과 연회 과정에서 봤던 이들의 모습을 연결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모니데스가 했던 것처럼, 고대 그리스에서 기억은 경험했던 사실, 자신이 방금 마주했던 사실을 회고하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긴다. 미처 경험하지 못한 것들은 어떻게 기억할 수 있을까? 경험했지만 트라우마로 각인되어 더 이상 기억될 수 없게 된 것들은 어떻게 될까? 홀로코스트를 한번 생각해 보자. 홀로코스트는 기억될 수 있는가? 기억될 수 있다면, 누가 수백만 유대인의 죽음을 온전한 언어로 재현할 수 있는가? 홀로코스트 이후 기억연구의 흐름은 근본적으로 이러한 재현(기억)의 불가능성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바로 그 문제의식의 한복판에서 기억이론의 고전 『기억의 공간』(Erinnerungsr?ume)이 탄생했다. 그린비출판사에서는 ‘프리즘 총서’의 여섯번째 책으로 홀로코스트를 전후로 이루어진 기억양식의 변화를 추적한 알라이다 아스만(Aleida Assmann)의 『기억의 공간』을 출간했다. 2003년에 경북대출판부에서 출간되었던 이 책은 개정판의 출간을 통해 초판의 상당 부분을 재번역했고, 사실관계상의 오류들을 바로잡음으로써 20세기 서구 지성계에 이정표를 세운 기억이론의 대가 알라이다 아스만의 손길을 한글로 더욱 생생히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고대 그리스 이후 전개된 기억에 대한 사유가 매체 발달사를 통해 어떻게 변화했는지, 홀로코스트 이후 트라우마로 남은 사건을 재현하기 위한 어떤 노력들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망각이 기억에 선행했다는 것, 기억하기 전에 먼저 기억을 가능케 할 언어를 잃어야 했다는 것이 홀로코스트가 우리에게 던진 시대적 과제였다. 여기에 이 책 『기억의 공간』이 홀로코스트 이후 난관에 봉착한 기억에 역사적 전망을 제공한다. 매체와 예술작품에 담긴 기억의 가능성과 불가능성 아스만이 이 책에서 던지는 화두는 크게 두 가지다. 매체의 발달사는 인류의 기억가능성을 어떻게 확장시켰는가? 매체를 통해 재현되지 않았던 것들은 어떻게 재현(기억)될 수 있는가? 인간의 필멸성과 문자의 불멸성 매체는 기억의 지평을 변화시켰다. 그렇다면,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이 물음과 관련해 아스만이 주목하는 것은 ‘문자’의 역할이다. 문자는 필멸의 존재인 인간을 기록에 남게 함으로써, 그의 고유명을 후세에 전달하고, 그리하여 기억의 가능지평을 확장시켜 준다. 마케도니아의 왕 알렉산드로스의 예를 들어보자. 알렉산드로스는 어느 날 아킬레우스의 무덤에 가서 눈물을 흘린다. 호메로스라는 위대한 시인을 가졌던 아킬레우스와 대비해 자신에게는 자신의 이름을 후세에 알려 줄 뛰어난 시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왕은 자신의 명성을 후세에 전달하기 위해 시인을 필요로 했고, 시인은 문자를 통해 왕의 존재를 영구불멸의존재로 격상시켜 주었다. 문자에 대한 이러한 관념은 고대 그리스 이후 서구의 사유를 규정하는 핵심원리로 기능했다. 예컨대, 한스 게오르크 가다머(Hans-Georg Gadamer)의 다음과 같은 주장에서 아스만은 서구의 ‘문자 형이상학’에 담긴 존재의 영구불멸성에 대한 희망을 발견한다. “과거로부터 우리에게 전승된 그 어떤 것도 이것에 비교할 수 없다. 지나간 삶이 남긴 잔여물, 건축물의 잔해나 도구들 혹은 무덤 속에 들어 있는 것은 그 위로 불어닥친 시간의 폭풍으로 풍화되고 없다. 그러나 문자의 정신은 어찌나 순수한지 그것이 전승되어 해독되고 읽히면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체이기라도 한 듯 우리에게 말을 한다.”(본문 256쪽에서 재인용) 시간의 폭풍에 풍화되지 않는 것, 오랜 시간이 지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이 바로 문자라는 매체의 특성이다. 문자의 발명과 더불어 인류는 세대를 넘어서는 기억의 지평을 확보하게 되었다. 그러나 기록된 것의 저편에는 기록되지 않은 것들이 또한 부유하고 있다. 아스만의 두번째 화두는 이 기록되지 않은 것들에 집중된다. 기록된 것과 기록되지 않은 것 “트라우마는 몸에 직접 각인되어 그 경험을 언어적으로 작업하여 해석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따라서 트라우마의 경험은 서사가 불가능하다.”(359쪽) 폭력의 충격으로 몸에 트라우마처럼 각인되어 기록 가능한 언어가 되지 못한 것, 그것은 기존의 문자와는 다른 매체를 통해 재현되어야 했다. 특히, 나치의 유대인 학살은 시대의 충격처럼 다가와 20세기 서구 지성의 재현능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아스만에게 홀로코스트 재현은 근본적으로 언어와 문자 매체의 재현가능성의 한계를 폭로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말을 빌리면, 홀로코스트는 신체에 각인된 트라우마였으며, “신체적으로 각인된 것은 언어나 생각으로 옮길 수 없고, 그 때문에 기억이라고 말할 수 없는 어떤 것”이기 때문이다(381쪽). 여기서 홀로코스트를 전후로 한 기억양식의 변화가 나타남을 알 수 있다. 기존의 기억이 자신이 보고 경험한 것을 회고하는 것이라면, 홀로코스트 이후의 기억은 근본적으로 먼저 망각의 심연을 건너야만 가능한 것이기2 때문이다. 그 망각의 심연을 규정하는 것이 바로 유대인 학살의 트라우마였다.3 그렇다면, 이 트라우마의 경험은 어떻게 재현될 수 있을까? 아스만이 주목한 것은 문자나 말이 아니었다. 그녀는 20세기 후반 독일에서 나타난 몇 편의 실험적 예술작품들에 주목한다. 아스만이 주목한 예술작품의 사례들 중에서 흥미로운 것 하나는 크리스티앙 볼탕스키(Christian Boltanski)의 건축물 「상실의 집」(The Missing House)이다. 볼탕스키는 1990년 베를린의 동부 지역에 2차 세계대전 중에 붕괴되었던 집 하나를 복원하고, 전쟁 중 그곳에서 살았던 이들의 명단을 팻말에 달아 전시한다. 그 팻말 속에는 이곳의 세입자였던 이들 개개인의 이름과 함께 그들이 폭격으로 인해 집이 붕괴되기 전까지 얼마나 함께 살았는지가 기록되었다. 이를 통해 실종자, 전시 희생자라는 익명의 이름으로 불리던 이들이 자신만의 고유명을 얻게 되었고, 전쟁의 공포로 추상화되던 그들의 삶이 구체적인 역사의 현장으로 환기되었다. 아스만은 이러한 볼탕스키의 작업이 “실종된 것을 가시화하는 하나의 공간을 형상화한다”고 평가한다(517쪽). 주거지를 박탈당하면서 역사 속에서 잊혀진 이들, 오직 희생자라는 익명의 집단적 명칭 속에서만 존재하던 이들이 1990년 베를린 동부 지역의 구체적인 장소로 돌아와 자신만의 고유명을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아스만은 나오미 테레사 살몬(Naomi Tereza Salmon)의 연작 사진 「아세르바테」(Asservate), 일리야 카바코프(Ilya Kabakov)의 설치물 「넝마주이」(M?llmann) 등을 분석하며 기록에서 지워진 것들, 매체에서 재현되지 못했던 것들이 특정한 공간적 조직방식에서 되살아나고 있음을 발견한다. 지워지고 재현되지 못했던 것이 되살아나는 장소를 아스만은 ‘기억의 공간’이라 불렀다. 트라우마의 경험은 서사화될 수 없기 때문에 그녀는 말과 문자의 영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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