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에 우리가 알아야 하고 가야 할 길을 열어 줄 인간의 조건.
인간이란 무엇이며, 인간답게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가!
우리는 아직 진화의 종점에 도달하지 않았다. 지금도 그곳을 향해 가고 있다.
※ 출판사 서평
문명을 통해 획득하고 채용한 명확한 ‘변형’을 사람의 마음에 새겨 주어야 한다. 이 ‘변형’이야말로 인간 특유의 산물, 즉 충실하게 보존되고 오랜 세월을 거쳐 천천히 쌓아올린 전통의 토대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우주에서의 인간 존재를 귀결하고자 한다. 그것을 알기 위해 결국 진화에 대한 섬세한 연구에까지 이른다. 거기에는 인간의 진화를 진화 전체 속에 짜 넣는 것 같은 가설이 도출되고 다시 그 가설에서 온갖 논리가 펼쳐진다.
저자의 목표는 인간 그 자체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개개인의 생활에 하나의 의의와 노력의 근거와 달성해야 할 고매한 목표를 심어준 교리를 통해 지성이 아직 요람기에 머무르고 있는 과학의 이름으로 파괴하여 인간의 존재 이유를 모두 빼앗아버린 그것에 현대의 주된 불안 요인이 있다고 확신한다.
자유의지와 도리의 책임을 부정하고 개인을 단순한 물리·화학적 한 단위, 다른 동물과 전혀 다르지 않은 하나의 생물체로 본다면 도덕적인 인간의 죽음, 모든 정신과 희망에 대한 억압과 모든 것이 무익하다는 끔찍한 절망감을 피할 수 없다.
인간을 ‘인간’으로서 특징지을 수 있는 것은 그 인간 내부의 추상적인 관념, 도덕적인 관념, 정신적인 관념의 존재 때문이다. 이런 관념 이외에 인간이 자부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이것들은 인간의 육체와 마찬가지로 현실적이며 육체만으로는 도저히 손에 넣을 수 없는 가치와 중요성을 부여해 준다.
인생에 하나의 의미를 부여하고 하나의 근거를 부여하고 싶다면 이런 관념들을 과학적, 합리적으로 재평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이 관념들을 진화 속에 편입시켜 눈과 손과 명료한 말과 같은 진화의 표출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재평가는 결코 달성할 수 없다.
인간은 각자 연기해야 할 역할을 가지고 있으며 그 역할을 할지 말지는 각자의 자유이다. 인간은 격류에 쓸려 내려가는 한 올의 지푸라기가 아니라 서로 이어진 하나의 고리이다. ‘인간의 존엄’은 공허한 단어가 아니다. 이 점을 확신하지 못한 채 존엄을 손에 넣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인간은 스스로를 짐승의 수준으로 전락시키고 말 것이다. 이런 것들에 대한 증명이 지금 요구된다는 사실을.
※ 이 책에 대하여
인간 ‘진화’의 필연성
물질주의는 아쉽게도 기술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확산되었다. 이렇게 병든 이성에 대해서는 똑같이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무기로 싸워야 한다. 어떤 수학적 논거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수학적 논거인 것처럼 어떤 과학적 추론은 그와 비슷한 추론에 의해서만 그 논거를 깰 수 있다.
어떤 법률가가 당신의 잘못을 입증하고자 할 때 감정적으로 자기 뜻을 변호하거나 혹은 논리적으로 항변해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법률가를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법률을 근거로 상대의 법률적 근거에 반론을 제시하는 수밖에 없다. 설령 당신이 공평하게 판단하고 옳다고 해도, 당신의 말이 아무리 이치에 맞는다 해도,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주관적, 감정적인 반론으로 상대의 주장에 이기려고 하는 것은 엉뚱한 열쇠로 문을 열려고 하는 것과 같다.
이 책의 목적은 인간이 비축해 온 과학적 자산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그것을 통해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결과를 끌어내는 데 있다.
따라서 이 책은 확고한 신앙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쩌면 그들에게 새로운 과학적 논거를 제공할지는 모르겠지만 원래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평생의 어느 한순간, 어떤 대화나 체험을 통해 마음속의 의문을 느껴본 적이 있는 사람을 위해 쓴 책이다. 합리적인 자아라고 믿었던 것과 정신적, 종교적, 혹은 감정적인 자아와의 갈등으로 고민하는 사람을 위해 쓴 책이다. 또한, 인생의 목적이 고매한 양심의 실현에 있으며 인간이 지닌 고유한 자질의 조화가 융합을 통한 자기완성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노력과 시련이 주는 의미를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은 자신의 노력이 우주적 질서 속에 편입되기를 바라고 또 그 우주적 질서에 공헌하여 스스로 존재와 바람에 개인적 이해라는 좁은 틀을 뛰어넘어 진정한 가치를 부여하려고 갈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인간적 존엄이 실재하며 우주에서의 인간 사명이 확실하게 있다고 믿는 사람들, 혹은 그것을 믿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쓴 책이다.
인간답게 살아야 하는 이유-나를 생각해 본다
인간의 사고 체제를 연구해야 한다. 우리의 개념과 추론, 그리고 유물론자들의 개념과 추론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유물론자 중에도 자신의 두뇌 작용에 절대적이면서 소박한 신앙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에 그리 성실하지도 않고 과학의 무대 뒤편에서 대중의 개입을 방해하려는 사람도 많다. 그 무대의 배경이 종이상자나 천에 그려진 장식품에 불과하다는 것이 밝혀지는 것을 꺼리는 것이다.
그들은 애매하고 모순된 것의 해명을 피하려 한다. 아니, 본인조차도 그것의 애매함과 모순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실험실의 연구자가 아니라 철학적 마음을 가진 과학자야말로 해석에 대한 곤란, 혹은 이론상의 차이와 연관성을 지적해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런 사람들은 많지 않고 그들의 말은 교양 있는 대중들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라도 현대의 과학적, 철학적인 사고방식을 얼마간 이해하고 그 활용방법을 익혀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성의는 있지만 잘못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유물론적인 과학자의 추론에 현혹되거나 마음이 동요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독자 여러분이 『인간의 운명』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 해도 이 엄청난 난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연구의 도구인 ‘인간의 사고’ 그 자체에 단점이 항상 함께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물리학자가 어떤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계측을 하거나 천문학자가 별의 위치를 조사하는 경우, 그들은 도구의 정밀함과 관찰 도중에 발생하는 평균오차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들은 그것을 중시하고 있으며 오차 계산은 모든 과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의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은 ‘인간’이다. 여기서 이용되는 기구는 뇌이다. 따라서 문제의 해결에 접근하기 전에 기구의 한계를 깨달을 필요가 있다. 이 기구에 대한 음미는 유물론자들의 과학적, 종교적인 추론의 중대한 약점을 명확하게 밝혀줄 것이다. 그리고 이 약점은 우리의 지식 상태에서 본다면 유물론자의 논거에서 모든 과학적 가치를 빼앗는 것만큼 심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