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를 팬으로 만든 컬트 브랜드의 전략!
* 한물 간 브랜드 ‘리바이스’는 어떻게 유럽시장을 평정할 수 있었나?
* 펩시와 코카콜라라는 두 공룡이 지배하는 음료수 시장을 단숨에 제압한 ‘비타민워터’는 무슨 마법을 부렸나?
* 지상파 전국방송들의 독무대에 투신해 스포츠방송의 으뜸이 된 ‘ESPN’은 대체 어떻게 성공신화를 일군 걸까?
* 커피 시장에 혁명을 일으킨 스타벅스는 왜 그저 그런 브랜드로 전락했는가?
비즈니스를 지배한 오래된 통념은, 낮은 원가에 우수한 기능을 가진 ‘더 좋은 쥐덫’을 만들면 더 많은 소비자의 지갑이 열릴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 ‘더 나은 쥐덫’ 이론으로는 평범한 기능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탁월한 제품이 시장에서 고배를 마시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혁신에 관한 통념을 깨고 성공의 신화를 써온 이들 브랜드의 비밀은 바로 ‘문화혁신’에 있다. 이제까지 문화혁신은 직관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는 횡재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저자들은 문화혁신을 통한 컬트 브랜드의 창조를 실행 가능한 6단계의 기본 전략 원칙으로 정립해냈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브랜드의 열렬한 추종자로 만드는 기업이 있다. 그 브랜드의 제품을 소비하는 것만으로 다른 사람보다 더 우월함을 느끼게 만드는 그런 기업 말이다.
흔히 스타벅스의 성공 원인을 ‘고급커피의 대중화’, ‘문화적인 만남의 장소’와 같은 코드로 분석하지만 저자들의 분석은 다르다. 비슷한 시기에 스타벅스처럼 저렴한 가격에 고급 커피와 사교공간을 제공하던 커피전문점이 무수히 많았지만 스타벅스처럼 성공한 곳은 없었다. 저자들은 스타벅스가 성공한 것은 고급스럽고 비싸지만 대중화하기 어려운 커피 문화를 대중이 수용할 수 있는 형태로 번안해서 제공하는 문화의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에서 찾는다. 또한 스타벅스의 추락 역시 같은 관점에서 본다. 기업영농에 대한 광범위한 반대를 바탕으로 부상한 유기농 열풍, 슬로푸드운동 등의 흐름을 탄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 입지를 넓힐 기회가 있었으나 반대로 기존 패스트푸드 시장에 진출하면서 싸구려 대중제품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대형 소비재 기업 대부분이 기존 비즈니스를 관리하는 데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정작 중요한 문화혁신을 위한 역량은 크게 부족하다. 대기업이 ‘더 나은 쥐덫’ 모델에 사로잡혀 있는 동안 신생 벤처 기업들이 사회 변화에 관심을 쏟고, 거기서 생기는 변화의 틈을 파고들어 혁신적 문화로 브랜드를 구축한다. 이에 성공한 기업들은 변화의 작은 틈을 엄청난 기회로 결국 시장을 지배하는 떠오르는 신성이 되고, 소비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다. 그 핵심 슬로건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모두가 좋아할 빤한 제품이 아니라, 소수가 확실히 좋아할 이념을 창조하라’.
시장 조사 대신 히피의 문화를 체험하고
극렬사회운동가들의 선언문을 탐독하라
공학도들과 경영전문가들은 오래 전부터 시장혁신을 신봉해왔다. 기능을 강조하는 이러한 관점은 분명 가치가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도 경영학자와 공학도들의 혁신관에 동의할까? 재미있게도 그렇지가 않다. 시장혁신 노력의 궁극적인 ‘심판자’인 소비자들은 제품 디자인 측면에서 볼 때 상당히 평범해 보이는 무언가를 오히려 혁신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어떤 의미일까. 새로운 대박 사업이 반드시 가치제안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새로운 기능과 성질을 담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주류의 접근법에 가려 지금까지도 전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혁신에 관한 매우 독특한 관점이 있다. 평범한 제품을 가지고도 더 좋은 ‘이념’을 정립해서 시장을 흔든 사례가 무수히 많다. 혁신적인 이념을 도입하고 발전시켜 얻을 수 있는 시장지배력은 비즈니스에만 적용되는 원칙이 아니다. 비즈니스 바깥세상도 이 원칙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특히 정치인, 예술가, 사회운동가 같은 이들에게 ‘혁신적인 이념’이야말로 활동의 중심이었다.
벤 앤 제리는 베트남 전 이후 반전운동을 토대로 꽃핀 히피문화를 따라 기업의 이념을 정립했다. 자유와 평화, 전근대적인 음식문화에 대한 히피문화를 토대로 브랜딩을 한 벤 앤 제리는 1970년대 자유주의 중산층에 크게 어필하며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스타벅스 역시 전후 새로운 중산층으로 사회적 지위가 격상된 세대의 갈증을 제대로 파고들어 경영계의 역사에 길이 남을 기업의 반열에 올랐었다. 이들에게는 남들과 다르다는 ‘문화적 교양’과 대량생산된 획일적 소비재가 아닌 엄정하고 품격 있는 ‘장인정신’이 배인 문화에 대한 끓어오르는 수요가 깔려 있었다. 똑같은 기술력을 앞세워 고만고만한 성적을 내던 임신진단시약 업계를 평정한 클리어블루는 제3 세대 페미니즘에서 문화적 이념을 빌려온 덕에 여성소비자들의 절대적인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소비자들의 문화적 욕구를 읽기 위해서는 제품의 기술적 특성이나 마케팅 예산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의 삶을 파고들어 사회적 파괴를 야기하는 변화의 싹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저자들인 더글라스 홀트, 더글라스 캐머런, 두 명의 괴짜 컨설턴트는 업계의 통념을 거스르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문화전략을 기업의 혁신 이념으로 만들기 위해 이들은 히피나 극렬사회운동가들의 선언문, 행동, 운동 방향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소비자들의 니즈를 기업의 통념에 맞추려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에서 기업이 나아갈 바를 확인하라.”
브랜드 성공사례 분석, No.
사회.문화.정치 담론 분석!
벤 앤 제리는 버몬트 주 벌링턴에 버려진 주유소를 개조하여 작은 아이스크림 가게를 시작한 지 채 10년도 되지 않아 미국의 2대 슈퍼프리미엄 급 아이스크림 브랜드로 발돋움했다. 2000년 3억 2천 600만 달러에 벤 앤 제리를 인수한 유니레버는 현재 벤 앤 제리를 자사의 주요 브랜드 중 하나로 홍보하며 이 아이스크림 브랜드를 전 세계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시켰다. 벤 앤 제리의 성공이 더욱 놀라운 것은 소위 원조제품original product 하나 없이 이런 위업을 달성했다는 점이다.
벤 앤 제리의 성공은 모두 문화혁신 덕분이었다. 레이거니즘 출현에 대한 완벽한 이념적 대조로 도발적인 문화표현을 개발한 것이 성공의 일등공신이었다는 말이다. 벤 앤 제리는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미국 사회를 급진적으로 ‘개조’하고 과거로 회귀시키려 노력하는 것에 대한 반발로 생겨난 이념적 기회를 잡았다.
2007년 5월 25일 코카콜라 컴퍼니가 글라소를 41억 달러에 인수했다. 설립자인 다리우스 비코프가 자기 집 부엌에서 제조한 소프트 음료를 판매하는 11년 역사의 회사를 인수한 것치고는 놀랄 만큼 큰 액수였다. 코카콜라가 이토록 큰돈을 지불하고 손에 넣은 브랜드가 바로 알록달록 무지개색의 비탄산과일맛 음료인 비타민워터였다. 비타민워터는 2000년에 발생하기 시작하여 2006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했던 강력한 ‘사회적 파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바로 미국인의 건강에 대한 생각이다. 미국인들이 건강에 대해 가지고 있던 ‘비타민’과 ‘생수’ 신화를 절묘히 결합해 그 어떤 기업도 성공시키지 못했던 일을 단숨에 해치워버렸다.
이 책은 소비자 문화이론(Consumer Cultural Theory, CCT)이라고 하는 ‘학문적인’ 성격이 매우 강한 마케팅의 한 분야에서 파생한 하나의 응용학술이론이다. 아직까지는 학계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CCT는 최근 몇 년간 마케팅과 소비와 관련하여 가장 흥미롭고 가장 정교한 일부 아이디어를 세상에 소개하고 있다.
업계의 통념을 깨부수고, 문화전략 모델을 수립하여, 기업의 문화혁신 이념을 만드는 데 저자들은 딱딱하고 원론적인 마케팅 이론을 들먹이지 않는다. 이들은 철저하게 소비자의 삶으로 들어가 그들이 원하는 바를 디테일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