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 대문호 찰스 디킨스의 자기 구원과 구도의 여정 귀도 레니가 그린 ‘베아트리체 디 첸치’의 초상화를 본 후 프랑스의 작가 스탕달은 알 수 없는 무력감에 빠졌다고 한다. 디킨스에게 이탈리아는 그런 곳이었다. 웅장한 건물들과 아름다운 풍경에 두근두근 가슴이 뛰면서도 묘한 무력감이나 나른함에 빠져드는 곳. 한편 화려함과 대비되는 그곳 주민들의 비참한 일상은 디킨스의 가슴에서 삶과 죽음의 허무를 불러낸다. 하지만 그는 감옥 안으로 비치는 한 줄기 빛을 보며 타락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자랑스러운 기쁨으로 가득 차고,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그곳에서 뜨거운 희망을 발견한다. 1844년 가족과 함께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난 디킨스는 리옹과 아비뇽을 지나 이탈리아의 주요 도시들을 둘러본 뒤 로마를 거쳐 피렌체에서 여행을 마무리 짓는다. * 날카로운 통찰과 철학적 고찰이 담긴 여행에세이의 명작 책의 서문에서 디킨스는 이탈리아의 역사나 그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다룬 책들은 많이 출간되었기 때문에 그런 언급을 피하겠다고 약속한다. 건축물들의 역사나 관련 정보들에 대한 궁금증도 다른 책을 통해 해소할 것을 권한다. 이미 많은 책에서 언급한 내용을 앵무새처럼 되뇔 필요는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대신 디킨스는 이탈리아 주변 풍경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에 끊임없이 감탄하고 과거의 영광이 사라진 쓰러져가는 건축물들과 폐허들을 보며 삶의 참된 의미를 되새긴다. 그리고 그는 옛 영광의 추한 진실을 대하듯 이탈리아 사람들의 현재 모습을 보며 자신의 삶을 성찰한다. 이탈리아 거리를 누비는 거지들과 부랑자들에게 깊은 관심을 보이고, 종교 다툼으로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을 떠올리며 안타까워하고, 어린아이들의 묘지들을 보며 쓸쓸히 고개를 돌린다. 작가의 소설들이 그렇듯 그는 참혹한 살인과 권력자들이 휘두른 무자비한 폭력에 여전히 분노하고, 여행지의 겉모습에 치중하기보다 그 이면에 깃든 고통을 어루만지는 대문호로서의 면모도 잊지 않는다. * 극적인 상황 묘사와 탁월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 디킨스의 팬이라면 이미 짐작했겠지만 날카로운 통찰력과 섬세한 표현들도 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 오히려 소설의 그것보다 훨씬 속도감 있고 생생한 표현들로 가득하다. 아비뇽에서 만난 도깨비 노파, 끔찍한 그림 속 장면에 견줄 만한 거지들과 부랑자들의 모습, 살인을 저지른 어느 청년의 처형 장면, 귀신이나 도깨비가 나올 것 같은 수많은 여관들의 수상한 분위기와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 그리고 유령이 나올듯한 어느 저택의 풍경들은 독자들에게 그 장면을 직접 보는 듯한 생생함을 전할 것이다.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디킨스는 수많은 꿈을 꾸었다고 말한다. 폐허들을 보며 꿈을 꾸는 듯한 몽롱함에 빠진 자신의 상태를 그렇게 표현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는 이탈리아 곳곳을 찾을 때마다, 그리고 폐허를 대할 때마다 그 장소에서 벌어졌던 전쟁과 폭동과 당시 주민들의 일상을 그림을 그리듯 생생하게 떠올린다. 특히 ‘이탈리아의 꿈’에서는 그의 상상력이 최고조에 달한다. ‘이탈리아의 꿈’은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 관한 글이다. 당연히 베네치아를 여행하며 글을 썼어야 마땅하지만 디킨스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무슨 이유에선지 그는 이 여행에서 베네치아를 방문하지 않는다. 아마도 이전에 다른 경로를 통해 그곳을 여행했을 거라 짐작할 뿐이다. 그렇게 그는 작가로서 상상력의 영역을 확대시키며 물의 도시 베네치아를 꿈속에서 여행하는 독특한 챕터를 추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