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스>는 삽화 문학의 진화에 있어 거대한 도약이다.”
- 스탠 리
“로스의 슈퍼 히어로들은 단순히 초인적 능력을 가진 것만이 아니다. 그들은 실제로 살아 움직이고 숨 쉬는 것 같아 보인다. 그의 스파이더맨은 위험이 근처에 있을 때 찌릿함을 느낀다. 그의 휴먼 토치는 말 그대로 몸에 불이 붙은 사람이다.”
- USA 투데이
마블 역사상 최고의 명작 <마블스>!
일반 시민의 눈으로 본 슈퍼 히어로의 본모습
마블 코믹스의 태동 당시, 여타 만화 출판사와 마블을 구분 지었던 것은 다름 아닌 현실성이었다. 실제 세계, 더 구체적으로는 뉴욕시에 모든 캐릭터를 존재시킴으로써 마블의 슈퍼 히어로들을 우리가 사는 실제 세상에 머물게끔 한 것이다. 마블 히어로 영화들이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이유도 현실과의 어우러짐이 큰 부분을 차지하리라 짐작할 수 있다. (지금은 거장의 반열에 오른) 커트 뷰식과 알렉스 로스가 탄생시킨 <마블스>는 마블 유니버스 특유의 현실성이 극대화된 작품으로 첫손에 꼽힌다.
<마블스>의 화자는 사진 기자 필 셸던. 1939년, 전쟁을 취재하기 위해 유럽으로 떠나길 희망하던 그는 슈퍼 히어로 휴먼 토치와 네이머의 충격적인 등장 이후 마음을 바꾼다. 필 셸던이 이들에게 붙인 이름은 경이로운 존재라는 뜻의 ‘마블스.’ 1939년은 실제 마블 코믹스가 ‘타임리 코믹스’로 출간을 시작한 해인데, 이때 처음 선보인 캐릭터가 바로 휴먼 토치와 네이머이다. <마블스>는 이처럼 실제 마블 슈퍼 히어로의 역사와 발을 맞추며 그 안에서, (쟉품 속) 뉴욕시에서 실제 살고 있는 평범한 이들이 느꼈을 법한 감상을 생생히 전한다.
독자로서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것과 달리 작품 속 일반 시민들에게 슈퍼 히어로의 존재는 쉽게 납득하기 힘든 사실이다. 불타는 인간 휴먼 토치를 보며 충격에 빠졌던 이들은 이내 특수 효과나 속임수일 거라며 자신의 경험을 부정한다. 사람들은 어벤저스와 판타스틱 포의 활약에 환호하다가도 왜 더 일찍 출동하지 않았느냐며 금세 그들을 헐뜯는다. 마블스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바라본 필 셸던은 대중의 이러한 태세 변환에 염증을 느낀다. 하지만 미지의 존재 앞에서 무력함을 느끼는 이들을, 원래는 선수였으나 한순간 구경꾼으로 전락해 버린 이들을 누가 비난할 수 있단 말인가. 슈퍼 히어로라는 존재의 근원적 의의에 대해 <마블스>는 누구도 조명하지 않았던 각도에서 질문을 던진다.
<마블스>는 총 네 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휴먼 토치와 네이머의 등장’, ‘엑스맨(뮤턴트)을 둘러싼 갈등’, ‘갤럭투스의 지구 침공’, 그리고 ‘그웬 스테이시의 죽음’. 이 네 가지는 마블 코믹스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스토리라인으로, <마블스>에는 한 권 책을 통해 마블의 골든 에이지와 실버 에이지, 브론즈 에이지를 총망라할 수 있다는 특별함이 존재한다.
알렉스 로스의 그림은 <마블스>의 특별함을 극한의 경지로 끌어올린다. 수채화와 유화를 이용하여 마치 영화 스틸 사진 같은 사실적 묘사를 구현하는 알렉스 로스의 스타일은 <마블스>를 통해 꽃을 피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마블스>의 각 이슈 표지와 여러 장면들은 지금까지도 마블 유니버스를 상징하는 그림으로 남아 있다. 또한 그가 권말 부록을 통해 가감 없이 공개한 <마블스>의 작업 과정은 그래픽 노블 아티스트를 꿈꾸는 이들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