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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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사람 시인선 김호균 - 『물 밖에서 물을 가지고 놀았다』 출간 바닥에 무릎을 대고 세상에 귀를 기울이는 시집 걷는사람 시인선의 29번째 작품으로 김호균 시인의 『물 밖에서 물을 가지고 놀았다』가 출간되었다. 1994년 「세숫대야論」으로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후 세상 아래에 자리한 것들에 구명하며 시작(詩作)활동을 지속해 온 시인이 26년 만에 펴내는 첫 시집이다. 오래 묵힌 작품인 만큼 한 편 한 편이 가지는 발화는 무거운 힘을 지니고 있다. “물 밖에서 물을 가지고 놀았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표제작 「소금쟁이」를 살펴보자. 김형중 문학평론가는 “세상과는 아주 떨어지지 않으면서도/세상을 사뿐사뿐 가지고 노는” 힘을 가진 소금쟁이를 “현실에 완전히 빠져들지도 않고 그렇다고 영영 초월하지도 않은 채로, ‘지금 여기’와 ‘너머’ 사이 어디쯤의 비식별역을 보고 있는 (혹은 보려는)” 김호균 시인의 모습에 대입한다. “살아남은 놈은 몇 안 되고/나머지는 세상 곳곳에/먼지처럼 가라앉는”(「송홧가루」) 세계에서 “전어가 돌아오는 가을/사람들은 다 상처투성이”(「전어」)로 남는다. “불안투성이일 수밖에 없는 생의 전투”(「짱뚱어 1」)를 겪으며 “발 딛고 사는 지금 이 순간을 두드”(「말」)리는 이유는 “이 세상 등 돌릴 수 없었기 때문”(「메타세쿼이아」)이다. “세상을 알려면 세상에 무릎을 대야 하고,/거기서 한 발 더 넘어서려면/네 무릎의 옹이가 한 겹 더/네 안쪽을 향해 굽이쳐야 한다는 것을/그래야 너의 성난 뿔이/들이받을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을”(「염소의 힘」) 되뇌며 “항상 최후처럼 주저앉고/최초처럼 일어선다”(「노점상 사내」). 김형중 문학평론가는 발문을 통해 “김호균이 감추어진 은유들을 자주 발견하게 되는 것은 식물과 동물과 늙은이들, 그리고 무덤에서다. (중략) 이것들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모두 지상에 발붙이고 있거나 뿌리내리고 있거나 묻혀 있거나 곧 묻히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라고 말하며 발밑으로부터 생의 구심력을 찾는 시인을 주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