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환경 문제를 새로운 눈으로 마주하게 하는 작가의 환경 그림책 결정판!
게임 '테트리스'와 영화 '매트릭스'가 만나 그림책이 되다
쌓이고, 쌓이고, 또 쌓이는 블록을 지우는 자가 이긴다?
통제가 불가능한 세상, 어떻게 하면 우리 자신을 통제할 수 있을까?
지구에는 여러 생명들이 살아갑니다. 그 가운데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듭니다. 쉽게 자연으로 돌아가는 물건도 있지만, 몇 백 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물건이 많지요. 그 물건들은 쌓이고 쌓여 쓰레기를 이루고, 이 쓰레기는 자연 이곳저곳을 떠돌며 생태계를 파괴합니다. 동물들은 어떨까요? 물건을 만들지 않습니다. 만들지 않으니 버릴 일도 없습니다. 그러니 쓰레기도 쌓이지 않지요.
향이 또 하나의 이상하고 맛있는 그림책을 펴냅니다. 그림책향 시리즈 서른한 번째 그림책인 《테트릭스》는 '테트리스'라는 게임과 '매트릭스'라는 영화에서 제목을 빌려와, 사람이 더는 이 지구의 환경을 통제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다룬, 글 없는 그림책입니다.
이 그림책은 사실 책이 아니라 '테트릭스'라는 새로운 게임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사이버 공간에서 하는 게임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이지요. 게임 방식은 기존 게임인 '테트리스'와 비슷해요. 레벨이 한 단계씩 오를수록 게임은 어렵습니다. 레벨은 모두 4단계로, 단계마다 블록의 종류와 모양이 모두 다릅니다. 1단계의 블록은 자연물 그대로이고, 2단계는 자연물을 기를 수 있는 우리가 나옵니다. 3단계는 자연물과 우리를 조합하여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블록이 나타나고, 마지막 4단계에 이르면, 게임은 시작에 앞서 여러분에게 질문을 하나 던집니다.
게임 '테트리스'와 영화 '매트릭스'가 만나 그림책이 되다
오세나 작가는 먼저 낸 그림책에서 휴지가 쌓여 빙산이 되고, 검정 봉투가 쌓여 토끼가 되는 이야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테트릭스》도 마찬가지로 게임의 블록이 쌓여 무언가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테트리스'라는 꽤 오래된 게임 형식을 빌려왔는데, 이 게임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습니다. 테트리스는 네 칸짜리 블록이 바닥으로 떨어지면 그 블록들을 수평으로 만들어 지워나가는 게임입니다. 블록을 지우지 못하고 화면 위쪽까지 가득 차 블록이 더 들어갈 곳이 없으면 게임은 끝나지요. 80년대에 컴퓨터 게임이 처음 나왔을 때는 쉽고 단순하고 순수한 게임이 많았습니다. 1984년 6월에 처음 나온 테트리스가 그 대표 게임이지요. 오늘날에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요즘 인터넷 게임은 어렵고 복잡하고 잔인한 게임이 많습니다. 컴퓨터그래픽도 마치 실제 세계와 다를 게 하나도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아서 무섭기까지 합니다. 가상 세계는 인공지능(AI)과 더불어 꽤 오래전부터 우리 일상에 스몄습니다. 이제 머지않아 우리를 지배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마치 1999년에 나온 영화 '매트릭스'처럼 말이지요. '매트릭스'는 기계가 사람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세상을 다룬 영화입니다. 영화에서는 ‘매트릭스’라는 가상 세계에 통제를 받는 사람들을 구하려는 중심인물 네오가 눈부신 활약을 펼치지요. 이제 여러분이 우리 그림책 《테트릭스》에서 영화 속 네오가 되어 게임을 깨끗하게 마무리해야 할 차례입니다. 이제 게임을 시작해 볼까요?
쌓이고, 쌓이고, 또 쌓이는 블록을 지워라!
게임은 1단계 ‘가꾸기’부터 시작합니다. 화면 위쪽에서 식물들이 떨어집니다. 식물들은 떨어져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 숲이 됩니다. 뒤이어 동물들도 떨어지네요. 이 동물들을 숲속에서 잘 지내게 하면 1단계 게임은 끝이 납니다.
2단계는 ‘기르기’입니다. 화면 위쪽에서 블록이 내려옵니다. 블록들이 쌓여갑니다. 이렇게 쌓이는 블록을 지워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블록이 더욱 더 쌓입니다. 게다가 숲에 떨어진 블록 안에는 우리 안의 동물들이 가득 담겼습니다. 이대로 게임이 끝나나 싶을 때쯤 새로운 블록이 내려옵니다. 바로 흙 블록이지요. 그리고 굴삭기 블록도 따라 내려옵니다. 이제 됐어요. 흙으로 덮기만 하면 됩니다. 드디어 게임을 끝낼 수 있을 듯합니다.
3단계는 ‘짓기’입니다. 깨끗해진 땅에 식물 블록이 내려옵니다. 농사에 필요한 농기구 블록도 내려옵니다. 이어서 집, 송전탑, 기중기, 빌딩 블록들이 쏟아져 내려옵니다. 부지런히 지우지 않으면 금세 화면을 가득 채울 것만 같습니다. 아, 아쉽습니다. 끝내 블록이 화면 가득 차 버렸습니다. 그런데 게임이 조금 이상합니다. 끝나야 할 게임은 오히려 ‘완벽하다’는 말과 함께 다이아몬드 다섯 개를 보너스로 줍니다. 2단계에서도 조금 이상하다 싶었는데, 3단계에 이르니 조금 으스스합니다. 이제 게임은 질문 하나 던지며 여러분에게 선택을 요구합니다.
“게임을 계속하시겠습니까?”
통제가 불가능한 세상, 어떻게 하면 우리 자신을 통제할 수 있을까?
영화 '매트릭스'에서는 가상 세계의 지배를 받는 인간을 구하려는 모피어스라는 사람이 네오에게 알약 두 개를 건넵니다. 그러고는 파란 약을 먹으면 이전의 현실로 되돌아가고, 빨간 약을 먹으면 세계의 진실을 알 수 있다고 말합니다. 네오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네오는 진실을 알 수 있는 빨간 약을 먹습니다. 그러자 그동안 눈으로는 볼 수 없었던 세계가 나타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거대한 기계 속에 누워 기계가 만든 가상현실을 실제라고 믿으며 살아가지만 현실에서는 기계의 에너지원으로 살아갑니다. 마침내 네오는 이런 현실을 지배하는 자들과 싸우기를 선택합니다.
우리가 사는 현실은 어떨까요? 동물들과 달리 인간은 수없이 많은 물건을 만들어 쌓고, 쌓고, 또 쌓아 둡니다. 멀쩡한 옷도 조금만 낡으면 버리고 새것으로 사 입고, 멀쩡한 집도 다 뜯어 고칩니다. 끊임없이 아파트와 높은 빌딩을 짓습니다. 이 과정에서 버려진 쓰레기들은 모두 어디로 갈까요? 주위를 둘러봐도 쓰레기는 온데간데없고 너무나 깨끗한데 말이지요.
바로 이때 우리도 네오처럼 빨간 약을 먹어야 합니다. 그래야 세계의 진실을 알 수 있지요. 당장 내가 볼 수 없다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건 아닙니다. 지금도 세계는 환경 문제로 골머리를 앓습니다. 사람이 만든 병 때문에 동물들이 죽어갑니다. 지구의 온도는 하루가 다르게 올라 북극과 남극의 얼음이 녹고 바닷물이 불어나 육지가 사라집니다. 이런 현상은 소행성이 지구에 떨어지는 일처럼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쉽게 문제를 알아차릴 수 없습니다.
우리 그림책 《테트릭스》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깨닫게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그림책 《테트릭스》는 자연에 가깝게 만들었습니다. 비닐 코팅을 하지 않아 책을 함부로 다루면 쉽게 망가집니다. 본드도 환경에 덜 해로운 것으로 조심스럽게 발라서 자주 펼쳐보면 뜯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주 펼쳐볼수록 오래된 멋이 살아납니다. 낡았다고 버리는 책이 아니라, 낡아서 더 빛이 나는 책이기를 바라는 마음을 그림책 《테트릭스》에 담았습니다.
이 책을 여러분께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