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월화-수목 미니시리즈와 주말드라마의 편성표를 외우며 한국드라마를 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많은 사람들, 특히 여성들이 ‘한드’를 보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말합니다. 장르 불문 ‘기승전-연애’ 구조, 구원을 기다리는 캔디형 여주인공, 사랑과 폭력을 구분 못하는 남주인공, 비이성의 적대를 반복하는 여성 캐릭터들, 사랑의 완성은 결혼, 여성의 희생과 복종을 강요하는 시월드, 인내•효도•출산으로 완성되는 정상 가정 등 ‘한드’를 ‘한드답게’ 만드는 설정들에 더 이상 설레지 않고, 어쩌다 설레더라도 찜찜함이 남기에 더 이상 ‘한드’를 예전처럼 볼 수 없다고 말이죠.
하지만 페미니즘 리부트 시대, 한드도 조금씩 더디지만 변화하고 있습니다.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의 능력 있고 일 잘하는 여성들인 타미와 현, 가경은 최고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합니다. ‘동백꽃 필 무렵’의 동백이와 향미, 그리고 옹산의 여성들은 서로를 지키며 연대해 여성들을 위협하던 지질한 여성 혐오 범죄자를 처단합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제희는 그동안 드라마와 언론이 강요하던 ‘피해자다움’을 보란 듯 내던지고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렇듯 한드에도 조금씩 다른 여성 서사와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페미니스트입니다만, 한드를 봅니다’는 이런 변화를 주목하고 이 변화가 왜 중요한지, 앞으로 한드가 무엇을 더 고민해야 할지 이야기한 책입니다. ‘탐탐’의 멤버인 권순택, 김세옥이 끊임없이 대화하며 글을 썼고, 전•현직 미디어 전문 매체의 기자들과 대중문화 전문 기자, 미디어 연구자, 미디어 인권•법 제도 개선 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한국드라마가 그동안 소외시키고 왜곡시켰던 여성들의 삶을 제대로 담아내는 길에 ‘탐탐’의 대화가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