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애들은 조금 미친 것처럼 보이고, 나는 그게 살짝 웃기다”
온 마음을 다해 좋아했던 것들이 과거가 되어도
빛바래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아 기다리는 좋아하는 마음에 관하여
《화이트 호스》 《대불호텔의 유령》 강화길 신작
2012년 《경향신문》으로 등단하여 한겨레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백신애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한 《화이트 호스》《대불호텔의 유령》 강화길 작가의 신작 단편소설 《영희와 제임스》가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용희’와 ‘나’는 지방 작은 마을에 사는 소녀들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고향 근처 대학교에 진학하여 공무원이 되거나 지역에 있는 기업에 취직해 평생 그 마을에서 살아가는 그저 그렇고 애매한, 정해진 인생만이 기다리는 듯한 두 소녀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영희’, 두 사람이 좋아하는 인디 밴드이다. ‘영희’는 대단한 스타는 아니었지만, 홍대 라이브 클럽을 가득 메우는 밴드로,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촌구석에서 한없이 진지한 글램록 밴드를 좋아하는 친구를 찾는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기에 용희와 ‘나’는 같은 밴드를 좋아한다는 사실만으로 친구가 된다.
게다가 용희가 ‘영희’의 팬들이 추종하듯 따르는 인기 블로그 〈나의 제임스〉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나’는 누구보다 용희와 가까운 친구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용희처럼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까지 가서 공연을 보고, ‘영희’ 멤버들에게 사인 받을 용기를 낼 수는 없지만, 용희와 함께 ‘영희’를 “언니라 부르고, 그들의 재능을 칭찬하고 감탄하고 사랑하”며 기쁨을 느낀다. 열아홉 살 겨울, 고등학교 졸업을 기다리던 ‘나’는 드디어 용희와 함께 ‘영희’의 연말 공연을 보러 가게 된다. 그리고 그날 밤, 두 사람과 ‘영희’는 조금씩 사라지고 잊혀간다.
“돌이켜보면 그렇다. 그 시절 우리는 어떤 감정에 한번 빠져들면 거기서 잘 벗어나지 못했다. 멈추지 못했다. 방법을 잘 몰라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그 감정에 일부러 오래 젖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냥 그게 좋았으니까.(38쪽)”
온 마음을 다해 좋아했던 것들이 과거가 되고, “이유 없이 서러워지고 삶의 모든 것이 실망스러워지는 순간”, 영원히 나와 함께할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결국 내 손을 떠나버릴 때에도 좋아했던 마음은 빛바래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아 언제든 우리가 뒤돌아보길 기다린다. 조금은 미친 것처럼 보이고 살짝 우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우리’가 함께 좋아하고 ‘우리’가 함께 바라보았기에 충만해지는 마음. 싱겁고 애매하거나 대담하고 열렬한 모든 사랑에 관한 소설《영희와 제임스》의 무대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
위즈덤하우스는 2022년 11월부터 단편소설 연재 프로젝트 ‘위클리 픽션’을 통해 오늘 한국문학의 가장 다양한 모습, 가장 새로운 이야기를 일주일에 한 편씩 소개하고 있다. 구병모 〈파쇄〉, 조예은 〈만조를 기다리며〉, 안담 〈소녀는 따로 자란다〉, 최진영 〈오로라〉 등 1년 동안 50편의 이야기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위픽 시리즈는 이렇게 연재를 마친 소설들을 순차적으로 출간하며, 이때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한데 묶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단 한 편’의 단편만으로 책을 구성하는 이례적인 시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한 편 한 편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픽은 소재나 형식 등 그 어떤 기준과 구분에도 얽매이지 않고 오직 ‘단 한 편의 이야기’라는 완결성에 주목한다. 소설가뿐만 아니라 논픽션 작가, 시인, 청소년문학 작가 등 다양한 작가들의 소설을 통해 장르와 경계를 허물며 이야기의 가능성과 재미를 확장한다.
시즌 1 50편에 이어 시즌 2는 더욱 새로운 작가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시즌 2에는 강화길, 임선우, 단요, 정보라, 김보영, 이미상, 김기태, 김화진, 정이현, 임솔아, 황정은 작가 등이 함께한다. 또한 시즌 2에는 작가 인터뷰를 수록하여 작품 안팎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1년 50가지 이야기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펼쳐 보일 예정이다.
위픽 시리즈 소개
위픽은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입니다.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 작은 조각이 당신의 세계를 넓혀줄 새로운 한 조각이 되기를, 작은 조각 하나하나가 모여 당신의 이야기가 되기를, 당신의 가슴에 깊이 새겨질 한 조각의 문학이 되기를 꿈꿉니다.
한 조각의 문학, 위픽
구병모 《파쇄》
이희주 《마유미》
윤자영 《할매 떡볶이 레시피》
박소연 《북적대지만 은밀하게》
김기창 《크리스마스이브의 방문객》
이종산 《블루마블》
곽재식 《우주 대전의 끝》
김동식 《백 명 버튼》
배예람 《물 밑에 계시리라》
이소호 《나의 미치광이 이웃》
오한기 《나의 즐거운 육아 일기》
조예은 《만조를 기다리며》
도진기 《애니》
박솔뫼 《극동의 여자 친구들》
정혜윤 《마음 편해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워크숍》
황모과 《10초는 영원히》
김희선 《삼척, 불멸》
최정화 《봇로스 리포트》
정해연 《모델》
정이담 《환생꽃》
문지혁 《크리스마스 캐러셀》
김목인 《마르셀 아코디언 클럽》
전건우 《앙심》
최양선 《그림자 나비》
이하진 《확률의 무덤》
은모든 《감미롭고 간절한》
이유리 《잠이 오나요》
심너울 《이런, 우리 엄마가 우주선을 유괴했어요》
최현숙 《창신동 여자》
연여름 《2학기 한정 도서부》
서미애 《나의 여자 친구》
김원영 《우리의 클라이밍》
정지돈 《현대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죽음들》
이서수 《첫사랑이 언니에게 남긴 것》
이경희 《매듭 정리》
송경아 《무지개나래 반려동물 납골당》
현호정 《삼색도》
김현 《고유한 형태》
김이환 《더 나은 인간》
이민진 《무칭》
안담 《소녀는 따로 자란다》
조현아 《밥줄광대놀음》
김효인 《새로고침》
전혜진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르면》
김청귤 《제습기 다이어트》
최의택 《논터널링》
김유담 《스페이스 M》
전삼혜 《나름에게 가는 길》
최진영 《오로라》
이혁진 《단단하고 녹슬지 않는》
강화길 《영희와 제임스》
이문영 《루카스》
현찬양 《인현왕후의 회빙환을 위하여》
차현지 《다다른 날들》
김성중 《두더지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