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 먹으면

장진영 · 소설
12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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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곤희 마음만 먹으면 새끼돼지 에세이 한들 해설 위험한 소설 _인아영

출판사 제공 책 소개

무표정한 얼굴 안에서 조금씩 조용히 소용돌이치는 세계 “유리잔에 투명하게 담겨 있는 물, 그게 곤희의 첫인상이었다. 기쁨도 슬픔도 없이 투명하게 담겨 있는 물.” 스멀거리는 균열의 기미 장진영 작가의 등단작이자, 소설집의 처음을 여는 <곤희>는 시종일관 둔중한 마찰음이 배면에 울리며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움찔움찔하게 하는 소설이다. 노골적인 갈등이나 요란한 다툼이 벌어지지는 않지만 오히려 전면화되지는 않는 긴장감이 저릿저릿 꿈틀거리며 독자를 매혹시킨다. 이야기는 젊은 판사인 ‘나’가 부장의 시험에 들며 열아홉 살 소녀인 곤희를 며칠간 맡게 되면서 전개된다. 선의에 가득 차 연민하며 다가오는 사람들이 실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잘 알고 있다는 듯, 그리고 그것을 기꺼이 제공하겠다는 듯, 곤희는 보육원에서 자란 소녀 역할을 완벽하게 연출한다. <새끼돼지> 역시 스멀거리는 균열의 기미가 가득하다. 남편과 딸 수빈과 살고 있는 ‘나’가 사촌조카인 하엘을 맡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인 이 소설은 가족의 따뜻한 환대 이면에 어떤 위계와 권력 역학이 작동하고 있는지 서늘하게 보여준다. 한 편의 걸출한 연극처럼 소설은 위트 있고 리듬감 있게 진행된다. “하엘 오빠는 돼지새끼예요.” 수빈이 울먹거렸다. 나는 하엘은 돼지새끼가 아니며 누구에게도 그런 말을 쓰면 안 된다고 가르쳤다. 수빈은 왜 쓰면 안 되는 말이 세상에 존재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럼 진짜 돼지의 새끼는 무엇으로 불러야 하는지. “새끼돼지.” 나는 말했다. “새끼돼지.” 수빈이 따라 했다. (96쪽) 도드라지는 입체감의 소설 불투명하게 드러나는 위험한 순간들 표제작인 <마음만 먹으면>은 어린 ‘나’와 어른인 ‘나’의 시점이 교차되면서 서사가 진행되는데, 어릴 적 ‘나’는 정신병원에 입원해 그곳에서 다채롭고 엉뚱한 상황들을 마주한다. 그리고 소설은 당시 엄마를 바라보는 어린 ‘나’와 성인이 되어 엄마가 된 ‘나’를 입체적으로 아우른다. 입원 시절, 엄마에 대한 기억은 무겁게 자리 잡는다. 다 먹지도 못할 많은 양의 음식을 펼쳐놓는 엄마. 면회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나’를 데려오라며 로비에 드러누워 악다구니를 쓰는 엄마. 반면 성인이 되어 딸을 키우고 있는 ‘나’는 커나가는 딸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과거로부터 발을 떼어 앞으로 내딛는다. 나는 서두르지 않고 그리로 걸어갔다. 넘어지는 걸 처음 보는 건 아니었다. 넘어질 나이였다. 그럼에도 번번이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내가 아는 한 마음은 단수형이 아니었다. 하나로 온전했던 게 부서진다기보다는 바투 분분했던 게 흩어지는 쪽에 가까웠다. 그 편이 덜 아프다는 건 축복이었다. (72쪽) 장진영의 소설은 팽팽하다. 인물들이 맺고 있는 관계 혹은 어느 장면이라도 늘어져 있는 경우는 없다.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지 않은 양쪽의 존재감이 서로를 강하게 잡아당기고 있고 그렇게 당겨진 팽팽한 표면 위에는 조용한 긴장감이 흐른다. 인물들은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서로를 따뜻하게 어루만지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요란한 다툼이나 노골적인 갈등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다. 살짝 건드려지는 예민한 신경, 폭발하기 직전의 긴장감, 오랫동안 억눌리면서 부풀어진 욕망, 천천히 증폭되는 의심과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지는 않는 거짓말, 그리고 누군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결정적인 한마디. 말하자면, “위험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소설”. _인아영(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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