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방식
미국의 소설가 시그리드 누네즈의 2011년 책으로,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지성 수전 손택에 관한 회고이다. 누네즈는 이 책에서 자기 삶에 지표가 되어주었던 한 비범한 인간의 삶의 방식들을 아플만큼 솔직하게 그려낸다. 이 책은 지금은 사라진 사람과 시대에 대한 존경과 감사, 그리움과 슬픔의 기록이다.
누네즈는 25살이던 1976년에 43살의 손택과 인연을 맺는다. 컬럼비아 대학에서 MFA를 마치고 막 작가가 되려던 참이었다. 논쟁적 에세이, 눈부신 지성, 최첨단 스타일로 유명해져 이미 전설적 존재였던 손택은 누네즈를 아들이자 작가인 데이비드 리프에게 소개했고 두 사람은 사귀기 시작한다. 누네즈는 곧 리프와 손택이 사는 아파트에 들어가 함께 살게 된다.
나중에 각광받는 작가가 되는 누네즈에게 손택이 미친 영향은 지대했다. 누네즈는 "작가라는 소명에 대해 진지하고 최고로 고양된 생각을 지녔던 사람"이 본보기가 되어주었던 것에 감사한다. 그들이 함께 산 기간은 2년 남짓이었지만, 손택이 남긴 가르침은 평생 누네즈를 떠나지 않았다. 이 책에서 누네즈는 여전히 울림이 있는 손택의 목소리들을 들려준다. 손택이 책을 내거나 강연을 하거나 혹은 그냥 어떤 장소에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조성되었던 격앙된 기류를 날카롭게 포착해서 보여준다.
손택이 죽고 여섯 해 이상 지난 다음에 출간된 이 책은 화려한 지식인의 삶을 살았던 거대한 인물에 대한 놀라울 정도로 진실한 초상이다.
작가로 산다는 것
이 책은 많은 부분에서 작가로서 손택의 삶을 조명한다. 누네즈가 회상하는 것처럼, 손택에게는 작가라는 일보다 "더 고귀한 추구, 더 위대한 모험, 더 보람 있는 도전은 있을 수 없었다." 이미 전설이 된 마흔 중반의 작가였지만, 손택은 늘 무엇이든 배우려고 애썼고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20쪽짜리 글을 쓰기 위해 책장 한 칸을 다 채울 만큼 많은 책을 읽고, 몇 달을 들여 글을 쓰고 또 고쳐 쓰고, 타자 용지 한 묶음을 다 털어 쓰고야 비로소 완성했다고 하는 것. 진지한 작가에게는 이게 보통이었다."
손택은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즐겼다. 온갖 공연과 행사에 참여했고, 틈만 나면 영화관에 가는 영화광이기도 했다. 한편으로 손택은 '진지한 작가는 동시에 왕성한 독자일 수 있다'고 믿었고, 하루에 한 권 이상의 책을 읽었다. 각성제를 먹고 밤새도록 글을 썼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원고를 회람해서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글을 다듬었다. 이 모든 것이 손택에게는 작가의 삶이었다.
"타고난 멘토"로서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일을 도덕적 의무이자 끝없는 기쁨의 원천으로 보았던 손택이었기에, 자신이 생각하는 작가의 삶을 누네즈에게도 가르쳤다. 누네즈는 물론 손택 같은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손택이 권하는 책은 무엇이든 읽었다. 손택이 하는 방식대로 책을 정리하고, 기사를 스크랩하고, 책에 연필로 밑줄을 쳤다. 그러나 손택이 원하는 '작가의 삶'을 살 수는 없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손택의 삶이었으니까. 누네즈는 자기 나름의 방식을 발견해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 손택과 결별해야만 했다.
이 책에서 누네즈는 손택이 자신에게 가르쳤던 작가의 삶을 소개한다. 누네즈가 평생 소중히 간직했던 조언들이다. 작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교훈을 얻을 것이다.
여성 예술가의 길
이 책이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듯이, 손택은 또한 여느 여성 작가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함으로써 누네즈를 비롯한 당대의 여성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손택은 아내였고, 어머니였고, 여자였지만, 동시에 성별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았다. 남성 예술가가 할 수 있는 성취라면 무엇이든 여성 예술가도 할 수 있다고 믿었고, 실제로 그렇게 살았다.
누네즈가 회상하는 것처럼, 손택의 삶은 감탄을 자아냈지만 매력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손택은 누구보다 진지하고 치열하게 살았지만, 그에 부합하는 존경은 받지 못한다. 사람들은 대놓고는 아니더라도 평범하지 않는 손택의 삶을 비웃을 때가 많았다.
손택은 삶의 최선전에서 여성 예술가가 한계 너머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그것은 감히 흉내내기 어려운 삶이었다. 전쟁처럼 보이는 삶이었다. 그러나 손택이 개척한 영역 안에서 누네즈는 편안함을 느꼈다. 어디로 가든 손택이 등불이 되어줄 것이었기 때문에, 길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없이 자신의 길을 추구해도 된다는 확신을 얻었던 것이다.
삶은 실망스럽지만,
누네즈는 화려한 지식인의 삶 이면에서 손택의 삶이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음을 통렬히 증언한다. 이처럼 위대한 인물도 스스로의 성취가 너무나 보잘것없어서 괴로워한다. 지속되지 못하는 친밀한 관계들로 인해 아픔을 겪는다. 인정과 존경 대신 온갖 악의적 소문과 억측에 시달린다. 스포트라이트 밖에서, 손택의 삶은 고통스럽고 실망스러워 보인다.
이 책의 많은 에피소드에서 손택은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고통에 무감각한 것처럼 보인다. 대수롭지 않고 무덤덤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의 고통뿐만 아니라 타인의 고통도 비슷한 태도로 대한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독설을 퍼붓고 상처 주는 것을 즐기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누네즈가 보기에 손택은 삶이 고통스럽고 실망스럽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것이 당연하다고, 그래야만 한다고도 믿었던 것 같다. 고통은 손택을 절망시키지 못했다. 손택에게는 추구해야 할 사명이 있었으니까.
누네즈가 손택에게 배운 최고는 아마도 바로 이것이다. 삶은 실망스럽지만, 추구할 만한 가치들이 있다면 "희망이 있다는 것." 이 책에서 누네즈는 자신이 희망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왔던 손택의 가르침을 들려준다. 결코 쓰러뜨려지지 않을 것 같았던 이 비범한 인물의 삶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분명 희망의 근거가 되어줄 것이라고 굳게 믿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