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지구상의 생물 가운데 다른 어떤 계급class(혹은 강綱)보다 더,
암컷 포유류는 그들의 번식에 대해 비범한 통제권을 소유하고 있다.”
―본문에서
모든 것은 암컷이 결정한다!
진화의 능동적 참여자이자 번식의 주체,
암컷의 눈으로 새롭게 그려내는 포유류의 세계
생후 한 달 된 점박이하이에나(표지사진)와 눈을 맞춰보라. 젖을 더 달라는 듯, 어미 콧잔등에 대고 킁킁대는. 케냐 마사이마라국립보호구 어느 굴에 사는 이 모녀 하이에나는 책에서 남성 편향 및 의인화 편향을 강조한다. 각 장은 암컷 지배적 모계사회를 이루는 하이에나의 이야기로 시작하고, 책은 포유류의 번식을 하나의 응집력 있는 진화적·생태적 맥락 안에 담아낸다.
암컷 하이에나에 관한 많은 탐구는 허리 아래, 마치 수컷의 것처럼 보이는 음핵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를 유사음경(pseudo-penis) 따위의 남성중심적 용어로 묘사하는 게 인간의 관점에서는 흥미롭겠지만, 하이에나의 관점에서 그의 튼튼한 생식기는 자기 종 암컷의 형태를 전형적으로 보여줄 따름이다. 암컷은 소변보기도, 짝짓기도, 1.5킬로그램 무게의 새끼 출산도 이 음핵을 통해서 하며, 발기하는 이 조직은 사회적 과시에도 쓰인다. 이 적응과 그에 따른 어미, 새끼, 다른 개체 간의 사회적 역학관계도 그들에게 이로울 게 분명하다. 그런데, 하이에나는 왜?
암컷 관점―‘수정’이 아니라 ‘수태’다!
난자의 역동성은 80년이 넘도록 제대로 연구되지 않았다. 수태가 일어나는 동안 난자가 활발하게 활동한다는 사실이 1895년에 사진으로 명백히 밝혀졌는데도. 그 결과 번식생물학은 수컷이 암컷을 비옥하게 만든다(fertilize)는, 수컷은 능동적이고 암컷은 수동적임을 암시하는 용어 ‘수정(fertilization)’을 꿋꿋이 써왔다. 글쓴이들은 수정이 아니라 수태(conception)를 쓴다. 덤: 영어 질(vagina)이라는 단어는 ‘칼집’이라는 라틴어에서 나온, 다른 기능 아닌 수컷 생식기와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둔 말이다.
옮긴이와 감수자도 성편향을 피하고 젠더중립적 용어를 사용하고자 애썼다. 원어(영어)와 한자로 쓰는 한국어는 용어의 구체적인 함의가 좀 달라지지만, 수정(受精)은 ‘정자를 받는다’는 뜻이므로 ‘수태(受胎)’로, 남자아이만 품는 ‘자궁(子宮)’은 세포를 품는 ‘포궁(胞宮)’으로, ‘낙태(落胎)’는 ‘임신중절/임신중단(妊娠中?/-中斷)’으로 바꿨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로, 여느 학문이 그렇듯, 수태의 학문 역시 남성 편향이 깔렸다. 글쓴이 두 여성 과학자 버지니아 헤이슨과 테리 오어(그리고 역시 여성인 옮긴이와 감수자)는 이렇게 편향된 용어들부터 지적하며, 포유류의 다양한 번식 전략과 자연선택이 그 다양성에 영향을 끼쳐온 방식을 ‘암컷 관점’으로 살펴본다.
그동안 과학에서 암컷은 대체로 간과되었다. 이를테면 암컷의 호르몬 수준이 변화한다는 이유로 수컷의 생리학(일정한 고테스토스테론)이 정상 기준으로 취급되는 식으로. 그래서 대부분의 생리학적 탐구는 수컷 대상으로 수행돼왔는데, 이것을 뒤집어 암컷 관점을 취하는 이유는 간단하고 명확하다. 짝짓기, 수태, 임신, 수유 등 번식의 주요 측면들을 거의 전적으로 암컷이 통제하기 때문이다.
정자가 난자에 이를 때까지 생식로를 따라 경주한다는 가설은 남성중심적 연구에서 비롯된 해묵은 편향이다. 말도 안 되는 그 가설은 이미 1957년에 생리학자 칼 하트먼이 그게 아니라고 지적했는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그리 안다. 하지만 정말로, 정자는 혼자선 아무것도 못 한다. 암컷의 오르가슴적 수축이 정자를 끌어당겨주거나 막고, 포궁이나 난관의 분비물이 생화학적 변화를 일으켜서, 알맞은 정자를 골라, 수태를 허락한다.
글쓴이들은 먼저 ‘암컷 관점’이 무엇이고 왜 이런 관점을 취하는지를, 포유류의 다양성과 번식 관련 진화를 짚고 나서, 첫 번째 대단원에서 개체 암컷 내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그의 유전학, 해부학, 생리학의 순서로 스케치한다. 두 번째 대단원에서는 암컷의 번식주기(난자발생, 배란, 교미, 수태, 착상, 출산, 젖분비, 젖떼기)를 거치며 암컷이 수컷 및 자식과 갖는 긴밀한 상호작용까지를 함께 살펴본다. 세 번째 대단원에서는 암컷의 번식 생활을 나머지 세계, 곧 비생물적 환경과 동종/이종의 생물적 환경이 공존하는 맥락 안으로 집어넣는다. 그러면 다다르게 될 인간적 관심사가 마지막 두 장이다.
젖 먹이는 동물, 포유류에게 젖이란 무엇인가?
젖과 젖분비는 포유류의 정수다. 젖을 생산하는 샘을 가리키는 라틴어 mam을 근거로 ‘포유류(mammal)’를 처음 명명한 칼 린네(1758)는 암컷에만 있는 특성에 특권을 부여함으로써, 수컷을 만물의 척도로 봤던 전통을 깨뜨렸다. 젖과 젖분비를 통해 암컷의 해부학과 더불어 수유의 생리학적 요소 및 그에 연관된 어미-자식 상호작용을 두루두루 탐사할 수 있다. 한편, 포유류를 가리키는 독일어 명칭 S?ugetier는 동사 saugen, 곧 빨다에서 유래하고, 그래서 상호작용 중 신생아 쪽을 강조한다. 어미 관점과 새끼 관점 둘 다에서, 척추동물 가운데 젖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포유류는 주목할 가치가 있다.
2억 년 전쯤에 처음으로 갓난아기에게 젖을 먹이기 시작했을 때, 암컷은 새끼가 스스로 먹이를 구해야만 하는 시기를 미뤄주었다. 새끼는 여러모로 덕을 봤지만, 암컷 관점에서 젖분비는 배아를 싣고 다니기라는 신체적 부담을, 새끼를 포궁 밖에서 먹이고 돌보기라는 대사적 부담으로 바꿔치기할 뿐이다. 신생아는 공짜 점심을 얻어먹을 테지만, 그 값은 어미가 치르고 있다.
어미는 비용을 어떻게 지불할까? 생물학자들은 흔히 젖분비기 동안 어미가 추가로 섭취하는 먹이 또는 에너지 비율을 측정해 이 비용을 추산한다. 사람은 26퍼센트, 말사슴은 무려 260퍼센트의 에너지가 더 든다. 여기서는 암컷이 젖분비 중에 그들이 먹는 먹이에 완전히 의존한다고 가정하는데, 이는 젖 먹이는 동안 굶는 곰이나 고래에게는 비용이 한푼도 들지 않는다는 모순으로 이어진다.
새끼에게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젖을 물려본 어머니라면 누구나 알듯이, 젖먹이의 이빨은 아주 아프다. 어차피 먹이를 씹을 필요가 없는 새끼는 그래서 치아의 발달을 지연시키는 쪽으로 진화했고, 결과적으로 두 벌의 이빨, 즉 어금니 없는 한 벌의 유치와 이후 어금니를 갖추며 교체되는 영구치를 갖게 되었다. 그럼 젖떼기 이후에는? 포유류는 위턱과 아래턱이 정확히 맞물리는 이빨로 먹이를 씹는다. 그런데 이빨은 둘레가 자라지 않기 때문에 새끼의 턱은 거의 성체의 크기여야만 먹이를 먹을 수 있다. 이는 어린 동물이 왜 비례로 보아 머리가 성체보다 큰가를 설명한다.
젖은 무엇으로 이루어질까? 젖은 젖분비기 동안에, 심지어는 단 한 번 젖을 빠는 동안에도, 성분이 달라진다. 유대류 캥거루에서는 새끼의 털과 발톱이 발달해야 할 때, 시스테인과 같이 황을 함유하는 아미노산이 풍부한 젖이 나온다. 진수류 회색곰 젖에 함유된 당의 비율은 어미가 새끼와 함께 동굴에 틀어박혀 굶주릴 때는 1~3퍼센트인데, 동면 후 어미가 먹이를 찾아다닐 수 있을 때는 0.5퍼센트로 떨어진다.
얼마나 오래 먹일까? 두건물범은 녹고 있는 유빙 위에서 새끼를 낳고 고작 4일에 걸쳐 초고지방젖 30킬로그램을 쏟아붓고는 떠나버린다. 반대편 극단에서, 침팬지는 900일 넘게, 오랑우탄은 6년 반 동안 젖을 먹인다.
새끼는 먹은 젖으로 뭘 할까? 남극물개와 아남극물개는 똑같은 서식지에 사는 근연종인데도 서로 다른 쪽으로 젖을 쓴다. 4개월령에 독립적으로 먹이를 찾아야 하는 남극물개는 헤엄과 잠수 학습을 위한 성장 및 신경 발달에 젖을 써먹는 반면, 10개월 동안 젖을 받는, 하지만 2~4주에 한 번씩 3~4일 동안만 받아먹을 수 있는 아남극물개는 장기간의 굶주림을 견딜 수 있도록 젖을 지방조직으로 돌린다.
근본적으로, 젖의 기원은 무엇일까? 가설: 우선 어미는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