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천년 전 거란민족은 그들 고유의 문자를 창제하였다
거란민족이 문자를 창제한 것은 요 왕조(907~1125년) 창건 직후인 10세기 초반이다. 그들은 먼저 “거란대자”라는 것을 만들었는데, 창제 과정에 중국으로부터 귀화한 한인들이 많은 역할을 하였기에 한자의 자 형과 유사한 사례가 많이 나타난다. 아울러 뜻글자도 많아서 알타이어계 언어인 거란어를 제대로 표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리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 “거란소자”라는 새로운 문자를 만들었는데, 이 문자는 다소 복잡하기는 하지만 한글처럼 알파벳을 조합하여 글자를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거란문자 유물은 대부분 묘지명, 구리거울 등 금석문이다.
2022년은 거란문자가 다시 햇볕을 보게 된 지 정확히 100년이 되는 해이다. 이 문자는 1125년에 요나라가 멸망한 이후에는 금나라에 습용되어 여진문자와 함께 사용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는 서서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갔고, 급기야 명ㆍ청 시대에 들어서는 거란문자의 실체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되었다. 요나라가 자기들의 고유문자로 된 서책이나 문서를 적극적으로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수 백년이 지난 1922년에 외국인 선교사 한 명이 요 황릉에서 낯선 문자들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세계의 역사ㆍ고고학자들의 시선은 동아시아로 집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