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강해져라! 내가 보지 못하는 순간에도 네가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달이 거꾸로 서는 날이 되면 찾아든다. 언제나 낯선 세상의 그림자와 함께. 이 세상의 경계 너머 있는 듯한, 세상의 허허로운 바람과 차가운 눈보라같이. 삼켜진 달의 전사, 그리고 이제 한줌만 남은 왕의 기사, 풍요와 영광을 잃고 퇴색한 왕국을 지켜온 기사, 클로드 버젤이다. 달이 거꾸로 서는 날이 되면 그 남자가 찾아왔다. 남자는 언제나 낯선 그림자와 함께 왔다. 그 그림자는 이 세상의 경계 넘어 있는 듯한, 산자의 것은 아무것도 담지 않은 허허로운 바람과 차가운 눈보라 같은 것이었다. 달이 이지러지기 시작하면 세베르닌은 언제나 그 남자를 기다렸다. 열두 여신이 인간 중에서 택한 사도들이 지켰던 성스러운 나라, 그러나 지금은 그 사도들의 시체조차 바스러진 초라한 왕국의 왕위를 물려받게 된 세베 르닌이었다. 왕위는 갑자기 주어졌다. 선왕이 오랜 병중이던 때 두 형과 세 누나가 죽었고, 막내누나의 죽음과 함께 선왕은 숨을 거두었다. 태어나서 여태까지 단 한 번도 바라보거나 주어질 거라 생각해 본 적 없었던 왕좌는 매해 가까워져 갔고, 열두 살 생일이 되기도 전에 그의 발 앞에 툭 떨어졌다. 혹독한 바람이 불던 그날 세베르닌은 유모의 품에서 끌려나와 숨이 넘어가는 아버지 앞에서 의식을 치르게 되었다. 선왕의 이마에 얹혀 있던 왕관이 어린 세베르닌의 머리 위로 왔다. 전날까지만 해도 막내누나가 가지기로 되어 있던 왕관이다. 그러나 급작스런 사고가 누이를 덮쳤고, 세베르닌은 누이가 죽은 지 이틀 만에 왕위 계승자가 되어 다음날 왕이 되었다. 대관식이 끝나고 어린 세베르닌은 의식의 마지막을 치르기 위해 지하 성전의 제단에 앉아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무엇이 일어나는지도 몰랐다. 아직도 그날 밤에 대해 기억하는 거라고는 무시무시한 추위와 삼킨 듯한 적막뿐이었다. 밤이 이슥해지며 까맣게 익어가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모두 침묵하고 숨죽이고 있었다. 바람조차 없어 횃불은 위로 꼿꼿이 타올랐다. 세베르닌은 밤송이처럼 웅크리고 있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그러다 깨어났을 때, 눈앞의 횃불 너머에 검은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남자는 그냥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오랜 시간 존재해 온 듯, 시계가 자정을 치는 것이 당연하듯 그는 당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누구세요?" 세베르닌이 묻자 남자가 다가왔다. 그는 세베르닌이 아는 그 어떤 남자보다 키가 컸다. 어린 세베르닌은 목을 뒤로 힘껏 젖히고 그를 올려다보아야 했다. 남자는 무릎을 꿇고 세베르닌의 작은 손을 당겨 입을 맞추었다. 상냥한 사자처럼, 그의 하나하나가 그렇게 경이로웠다. - 본문 중에서“강해져라! 내가 보지 못하는 순간에도 네가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달이 거꾸로 서는 날이 되면 찾아든다. 언제나 낯선 세상의 그림자와 함께. 이 세상의 경계 너머 있는 듯한, 세상의 허허로운 바람과 차가운 눈보라같이. 삼켜진 달의 전사, 그리고 이제 한줌만 남은 왕의 기사, 풍요와 영광을 잃고 퇴색한 왕국을 지켜온 기사, 클로드 버젤이다. 달이 거꾸로 서는 날이 되면 그 남자가 찾아왔다. 남자는 언제나 낯선 그림자와 함께 왔다. 그 그림자는 이 세상의 경계 넘어 있는 듯한, 산자의 것은 아무것도 담지 않은 허허로운 바람과 차가운 눈보라 같은 것이었다. 달이 이지러지기 시작하면 세베르닌은 언제나 그 남자를 기다렸다. 열두 여신이 인간 중에서 택한 사도들이 지켰던 성스러운 나라, 그러나 지금은 그 사도들의 시체조차 바스러진 초라한 왕국의 왕위를 물려받게 된 세베 르닌이었다. 왕위는 갑자기 주어졌다. 선왕이 오랜 병중이던 때 두 형과 세 누나가 죽었고, 막내누나의 죽음과 함께 선왕은 숨을 거두었다. 태어나서 여태까지 단 한 번도 바라보거나 주어질 거라 생각해 본 적 없었던 왕좌는 매해 가까워져 갔고, 열두 살 생일이 되기도 전에 그의 발 앞에 툭 떨어졌다. 혹독한 바람이 불던 그날 세베르닌은 유모의 품에서 끌려나와 숨이 넘어가는 아버지 앞에서 의식을 치르게 되었다. 선왕의 이마에 얹혀 있던 왕관이 어린 세베르닌의 머리 위로 왔다. 전날까지만 해도 막내누나가 가지기로 되어 있던 왕관이다. 그러나 급작스런 사고가 누이를 덮쳤고, 세베르닌은 누이가 죽은 지 이틀 만에 왕위 계승자가 되어 다음날 왕이 되었다. 대관식이 끝나고 어린 세베르닌은 의식의 마지막을 치르기 위해 지하 성전의 제단에 앉아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무엇이 일어나는지도 몰랐다. 아직도 그날 밤에 대해 기억하는 거라고는 무시무시한 추위와 삼킨 듯한 적막뿐이었다. 밤이 이슥해지며 까맣게 익어가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모두 침묵하고 숨죽이고 있었다. 바람조차 없어 횃불은 위로 꼿꼿이 타올랐다. 세베르닌은 밤송이처럼 웅크리고 있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그러다 깨어났을 때, 눈앞의 횃불 너머에 검은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남자는 그냥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오랜 시간 존재해 온 듯, 시계가 자정을 치는 것이 당연하듯 그는 당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누구세요?” 세베르닌이 묻자 남자가 다가왔다. 그는 세베르닌이 아는 그 어떤 남자보다 키가 컸다. 어린 세베르닌은 목을 뒤로 힘껏 젖히고 그를 올려다보아야 했다. 남자는 무릎을 꿇고 세베르닌의 작은 손을 당겨 입을 맞추었다. 상냥한 사자처럼, 그의 하나하나가 그렇게 경이로웠다. - 본문 중에서"강해져라! 내가 보지 못하는 순간에도 네가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달이 거꾸로 서는 날이 되면 찾아든다. 언제나 낯선 세상의 그림자와 함께. 이 세상의 경계 너머 있는 듯한, 세상의 허허로운 바람과 차가운 눈보라같이. 삼켜진 달의 전사, 그리고 이제 한줌만 남은 왕의 기사, 풍요와 영광을 잃고 퇴색한 왕국을 지켜온 기사, 클로드 버젤이다. 달이 거꾸로 서는 날이 되면 그 남자가 찾아왔다. 남자는 언제나 낯선 그림자와 함께 왔다. 그 그림자는 이 세상의 경계 넘어 있는 듯한, 산자의 것은 아무것도 담지 않은 허허로운 바람과 차가운 눈보라 같은 것이었다. 달이 이지러지기 시작하면 세베르닌은 언제나 그 남자를 기다렸다. 열두 여신이 인간 중에서 택한 사도들이 지켰던 성스러운 나라, 그러나 지금은 그 사도들의 시체조차 바스러진 초라한 왕국의 왕위를 물려받게 된 세베 르닌이었다. 왕위는 갑자기 주어졌다. 선왕이 오랜 병중이던 때 두 형과 세 누나가 죽었고, 막내누나의 죽음과 함께 선왕은 숨을 거두었다. 태어나서 여태까지 단 한 번도 바라보거나 주어질 거라 생각해 본 적 없었던 왕좌는 매해 가까워져 갔고, 열두 살 생일이 되기도 전에 그의 발 앞에 툭 떨어졌다. 혹독한 바람이 불던 그날 세베르닌은 유모의 품에서 끌려나와 숨이 넘어가는 아버지 앞에서 의식을 치르게 되었다. 선왕의 이마에 얹혀 있던 왕관이 어린 세베르닌의 머리 위로 왔다. 전날까지만 해도 막내누나가 가지기로 되어 있던 왕관이다. 그러나 급작스런 사고가 누이를 덮쳤고, 세베르닌은 누이가 죽은 지 이틀 만에 왕위 계승자가 되어 다음날 왕이 되었다. 대관식이 끝나고 어린 세베르닌은 의식의 마지막을 치르기 위해 지하 성전의 제단에 앉아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무엇이 일어나는지도 몰랐다. 아직도 그날 밤에 대해 기억하는 거라고는 무시무시한 추위와 삼킨 듯한 적막뿐이었다. 밤이 이슥해지며 까맣게 익어가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모두 침묵하고 숨죽이고 있었다. 바람조차 없어 횃불은 위로 꼿꼿이 타올랐다. 세베르닌은 밤송이처럼 웅크리고 있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그러다 깨어났을 때, 눈앞의 횃불 너머에 검은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남자는 그냥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오랜 시간 존재해 온 듯, 시계가 자정을 치는 것이 당연하듯 그는 당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누구세요?" 세베르닌이 묻자 남자가 다가왔다. 그는 세베르닌이 아는 그 어떤 남자보다 키가 컸다. 어린 세베르닌은 목을 뒤로 힘껏 젖히고 그를 올려다보아야 했다. 남자는 무릎을 꿇고 세베르닌의 작은 손을 당겨 입을 맞추었다. 상냥한 사자처럼, 그의 하나하나가 그렇게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