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께 드리는 감사의 노래
트리샤는 책을 너무나 좋아하는 분위기에서 자랐다. 그래서 당연히 자기도 어렵지 않게 책을 읽을 거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그런 기대와 달리 트리샤는 책을 아니, 글자를 읽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노력해 보아도 글자는 머릿속에서 엉기기만 하지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도대체 알 수 없는 글자들만 빼곡이 적힌 책을 보면서 이 아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었을까? 입을 쑥 내밀고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이마를 손으로 받치고는 앞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책을 열심히 보는 것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을 것이다.
얼마나 답답했을까? 글을 읽지 못하는 트리샤는 친구들이 따라다니며 벙어리라고 놀리지 않았다 하더라도 자기가 바보 같았을 것이다.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집안 분위기 때문에 트리샤는 더 힘들었을 게 분명하다. 트리샤에게 책읽기는 식구들 말처럼 꿀처럼 달콤한 지식을 쫒아가는 것이 아니라 한 마디로 고통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이 아이의 아픔을 깊은 애정으로 보살펴 주지 않았다. 그리고 트리샤가 갖고 있는 뛰어난 재능도 알아 주지 않았다.
그래서 트리샤의 생활은 이 아이가 쉬는 시간마다 숨어 있던 “좁고 컴컴하고 숨막히는 공간” 같은 것이었고, 그에 반해 다른 친구들의 생활은 블라인드 너머 “햇살이 환히 비치는 탁 트인 넓은 공간” 같았다.
그러나 어느 날, 그녀의 말처럼 “문을 열고 빛의 세계로 끌고 나와 준” 선생님 한 분이 트리샤 앞에 나타났다. 선생님은 트리샤가 정말 뛰어난 예술가임을 곧 알아보았고, 트리샤가 감추고 싶어하는 진짜 비밀까지 간파한다. 그리고 약속한다.
“넌 읽을 수 있어, 틀림없어.”
5학년이 될 때까지 글을 읽지 못하는 트리샤에게 이 말 한 마디는 어린 소녀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 엄청난 힘이 되었다. 그리고 트리샤에게는 절망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굵은 끈 같은 거였다.
선생님은 트리샤가 스스로 글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그저 거들어 주는 역할만 한다. 읽지 못한다고 채근하지도 않고, 글자를 놀이하듯, 그림을 그리듯 글자를 익힐 수 있게. 마침내 트리샤는 글을 읽게 되었다. 선생님 약속처럼 말이다. 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따뜻한 마음은 트리샤를 그림책 작가로 탄생하게 만든 디딤돌이 되었다.
트리샤의 고통과 선생님의 애정과 따뜻한 정감은 책 전체를 떠받치고 있는 든든한 기둥이며 힘이다. 이런 힘은 읽는 사람에게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작가의 자전적인 그림책 《고맙습니다, 선생님》은 패트리샤 폴라코가 개인적으로 선생님에게 바치는 감사의 노래요,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학생들의 삶을 변하게 하는 폴커 선생님 같은 모든 선생님들에게 바치는 찬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