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작가의 공동 집필 소설
2005년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 있어 역사의 한 매듭을 짓는 해였다. 우리 편에서 보자면 광복 60주년을 맞는 해였으며, 일본 편에서 보자면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 된 지 60년을 맞는 해였던 것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환갑을 넘기는 셈이다. 그리고 2005년은 ‘한일 우호의 해’로 정해졌고 벽두부터 서로 상반된 얼굴을 지닌 60년을 돌이켜보고 그 의미를 짚어보는 다양한 움직임과 행사들이 있었으며, 한쪽에서는 ‘한일 우호의 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두 나라 사이에 여느 해와 다름없이 여러 문제들이 불거져 나왔다. 그러나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한국의 젊은이들은 일본을 문학, 음악, 애니메이션, 영화 등을 통해 가까운 나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일본의 젊은이들은 한국을 더더욱 역사적인 시각으로 의식하지 않고 최근에는 음악, 드라마, 영화 등에 힘입은 한류 붐에 빠져 있다. 이에 소담출판사에서는 두 나라 사이가 과거의 시간을 뛰어넘어 말 그대로 우호의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문화적 접근으로서 한일 작가의 공동 집필을 계획했다. 이 소설은 서울과 파리에 있는 두 작가가 서로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집필하여 『한겨레신문』에 「먼 하늘 가까운 바다」로 연재되었으며, 이 책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연재 원고를 모아 재작업을 거쳐 단행본으로 선보이게 되었다.
왜 공지영과 츠지 히토나리인가?
공지영은 섬세한 문장으로 어떤 작가보다도 젊은이의 감성에 동요를 일으키고 공감을 얻는 탁월한 작가다. (츠지 히토나리는 파리에 있는 단골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국 유학생이 공지영의 팬이어서 이 제의에 응하게 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츠지 히토나리는 『냉정과 열정사이』로 한국 독자들에게 널리 사랑받은 작가로, 일본에서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하여 작가로서 확고한 위치를 다졌으며 뮤지션, 영화감독, 배우로 활동하고 있어 젊은이들의 취향과 감성을 읽어내는 데 탁월한 작가다.
현재를 살아가는 두 젊은이를 현실적으로 그린 미래 지향적 소설
이 소설의 기획 자체가 두 나라 사이의 과거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미래 지향적이고 말 그대로 우호의 관계를 위한 작은 걸음이 되고자 한 것에서 출발했기에 작품에서 정치적ㆍ역사적 배경은 배제하기로 했다. 물론 과거의 잘못은 분명하게 규명해야 하는 문제이나 이는 정치권과 학자들에게 맡겨야 할 것이다. 따라서 소설에서는 현재를 살아가는 두 나라의 젊은이를 주인공으로 하여 정치적ㆍ역사적 문제가 얽힌 내용보다는 문화와 언어의 차이에서 오는 오해, 성별이 달라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오해 등을 풀어가는 순수한 사랑의 이야기를 택했다. 다만 결말에서는 앞으로 두 나라가 나아가야 할 지향점으로서의 화해와 용서와 포용을 암시하기 위해 해피엔딩으로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