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펠리는 쓸쓸하다

유년시절부터 크레용을 섞은 무지개 껌과 떡을 판매하며 비즈니스 능력 키워온 린다 김의 성공스토리. 다른 아이에게는 단순한 '소꼽놀이'도 그녀가 하면 뛰어난 사업 수완이 되었다. 돈, 인맥, 시장 사정 등을 활용해 '꼬마사업가'의 자질을 스스로 개발했던 것이다. 또래 아이들보다 조숙했던 그녀에게는 첫사랑도 빨리 찾아왔다. 여고 2학년 때, 대한민국 굴지의 재벌 2세와의 첫사랑에 빠진 것. 스스로 '황태자'와의 사랑이라고 표현할 만큼 엄청난 상대였지만 그녀는 콧대 한번 숙이지 않고 당당하게 사랑하고 이별했다. 그 후 '김아라'라는 필명으로 가수활동을 시작했으나 '황태자'의 제동으로 연예활동은 계속할 수 없었다. 사방이 꽉 막힌 절벽으로 보이자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첫사랑과 만난 뒤, 그녀는 곧장 미국으로 향했다. 낯선 미국에서의 고생은 이만 저만이 아니였지만, 그녀의 사업 수완은 여전했다. 리쿼 스토어 여섯 곳을 관리하는 눈코뜰새 없는 나날 속에서 결혼도 하고 또 아이도 낳았다. 그 뒤에는 국제무기거래업계에 뛰어들어 세계적인 무기중개상 아드난 카쇼기로부터 로비스트 교육을 받기도 했다. 바야흐로 '로비스트' 린다 김의 경력이 시작된 것이다. 유럽과 중동국가 간의 무기거래를 성사시키며 명성을 높인 그녀는 1995년 백두사업에 뛰어들게 된다. '부적절한 관계'라는 장은 백두사업과 관련된 당시 정황을 자세하게 전달하고 있다. 구치소에 수감되고 풀려나기까지의 과정이 빠르게 전개된다. 책은 그녀의 삶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준다. 백두사업으로 불유쾌한 일을 겪기도 했지만 그런 것쯤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지난 날의 삶과 고투를 담았다. * 코코펠리(Kokopelli)는 곱사등이 봇짐장수, 정처없이 마을과 마을을 떠도는 방랑객을 말한다. 북미 인디언들의 종교 의식, 전설, 도자기, 벽화 속에서 피리불며 춤추는 곱사등이의 모습으로 빈번히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