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무죄!
미국 연방 대법원이 동성 결혼을 금지하는 연방법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후, 세계 곳곳에는 축제가 이어졌다. 이는 비단 동성애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성적 소수자들에 대한 시선이 관대해졌음과 그들을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 인정한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사람들의 성적 소수자들에 관한 관심은 여느 때보다 고조된 상태이다. 자, 그렇다면 낯선 무성애에 대한 관심도 높을까?
책의 저자는 세계 최초로 전 세계의 약 1%의 사람들이 무성애자라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이 언론 매체에 공개된 후, 무성애는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특히 CNN은 인터넷을 통해 성 정체성과 관련한 여론 조사를 하는 등 무성애에 큰 관심을 보였다. 약 11만 명이 설문 조사에 참여하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성 정체성을 묻는 설문 조사에서 무려 6%의 사람들이 자신을 ‘무성애자’라고 대답했다. 물론 이 결과를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렵다. 다만, 무성애가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닌 우리 주위에 실제로 존재하는 성애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 준다.
<무성애를 말하다>는 무성애를 역사적, 생물학적, 사회적 측면에서 고찰할 뿐만 아니라, 무성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정체성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를 제공해 새로운 성애를 이해하는 훌륭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섹스보다 달콤한 케이크 한 조각이 더 좋다!
시대가 바뀌면서 굳이 사랑을 하지 않아도 즐겁고 행복한 인생을 보내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사회는 여전히 사랑을 강요한다.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성 충동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인 것처럼 보인다. 그 안에서 성 충동을 갖지 않는 무성애자는 동떨어진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무성애자가 성을 혐오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연애를 하고, 섹스를 한다. 다만, 무성애의 상징 중 하나인 케이크가 나타내듯이 그들은 섹스를 하는 것보다 달콤한 케이크를 먹는 것처럼 자신만의 시간과 여유를 즐기는 것을 더 좋아할 뿐이다. 이는 금욕을 지향하는 이성애자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무성애자는 자신의 성욕을 억지로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성적 매력을 쉽게 느끼지 못하고, 성에 관심이 없는 것일 뿐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도 골드미스와 같이 자신의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사랑과 욕망이 넘쳐나는 사회에 나타난 돌연변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이 현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확장할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와 섹스를 해야만 정상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무성애자는 존중받고 인정받아야 하는 존재임이 틀림없다. 무성애를 정확히 바라보는 순간 다른 성애에 대한 이해와 배려의 폭이 넓어지고, 자신의 진정한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