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2018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국내 첫 단편집
이상하고 아름답고 공포스러운 열 편의 기묘한 이야기
기묘하고 독창적인 토카르추크 월드에서 날아온 초대장!
“우리는 여전히 침팬지이자 고슴도치이고 낙엽송입니다. (……)
우리를 서로 분리시키는 것은 그저 작은 틈새, 존재의 미세한 균열일 뿐입니다.
우누스 문두스(Unus mundus). 세상은 하나이니까요.”
― 올가 토카르추크
■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국내 첫 단편집
세상이 점점 더 기묘해지고 있다!
우리 시대 가장 기발하고 비범한 이야기꾼, 2018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국내 첫 단편집 『기묘한 이야기들』(2018)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올가 토카르추크가 『마지막 이야기들』(2004) 이후 십사 년 만에 내놓은 소설집으로 총 열 편의 중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방랑자들』을 비롯하여 『태고의 시간들』, 『낮의 집, 밤의 집』과 같은 장편 소설에서 짤막한 단편을 나열하는 미시 서사 기법을 도입하며 새로운 시도를 거듭해 온 토카르추크는 이번 소설집에서도 ‘단편 장인’으로서의 면모를 아낌없이 발휘한다. 작가는 스웨덴 침공 시대의 볼히니아, 현대의 폴란드와 네덜란드, 스위스, 중국, 그리고 미래의 가상 공간을 배경으로 현실과 판타지, 익숙함과 기묘함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며 우리를 편안하고 안락한 영역에서 끄집어내어 기이하고 독창적인 세계로 인도한다. 문학평론가 카밀 부이니가 언급했듯이 『기묘한 이야기들』은 각각의 이야기를 따로 음미하기보다는 한 권의 책으로 그 개념을 확장하여 다차원적인 관계성을 염두에 두고 읽을 때 더욱 흥미로운 책이다. 평소 토카르추크가 강조했듯이 “우리의 이야기들은 무한한 방식으로 서로를 불러올 수 있고, 그 속의 주인공들 또한 얼마든지 상호 관계를 맺을 수 있기 때문”(『다정한 서술자』, 361~362쪽)이다. ‘기묘함’을 공통 분모로 각각의 에피소드가 어떻게 은연중에 연관되는지 그 연결 고리를 찾아보는 것은 이 책을 읽으며 얻는 또 다른 묘미가 될 것이다.
제목에서 확연히 드러나듯 이 책의 중심 테마는 ‘기묘함’이다. 토카르추크는 주류에서 벗어나 지금껏 보편적으로 통용되지 못했던 관점을 의식적으로 탐색하는 탈중심적인 자세, 기발하면서도 괴팍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기벽(奇癖)’을 발휘하는 것이 문학의 새로운 소명임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신작을 쓸 때마다 새로운 형식과 문학적 실험을 시도함으로써 ‘토카르추크 자체가 하나의 장르다.’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에게 ‘우리 시대 가장 기발하고 비범한 이야기꾼’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익숙한 형식을 차용하기보다는 끊임없이 새로운 장르를 시도하고 도전을 거듭할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기벽을 소중히 가꾸고 탈중심을 지향하는 작가의 문학관이 있다. 이 소설집에서 기묘함은 우리가 익숙하게 여겨왔던 현실을 해체하고, 그 속에 깃들어 있는 비합리적이고 초현실적인 요소들을 드러내는 도구로 작용한다. 언뜻 보면 현실로부터 동떨어진 듯하지만, 어느 지점에서는 있음 직한 이야기로 다가오면서 우리가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온갖 모순을 성찰하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토카르추크의 손에 이끌려 괴상하고 불가사의한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우리의 인식을 초월하는 미지의 영역이 얼마나 광대한지, 그에 비해 인간의 이해력은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실감하게 된다. 나아가 삶의 부조리를 수긍하게 되고, 논리와 이성 너머의 세계로 시야를 더욱 확장하게 된다.
■ 기묘함의 매혹, 현실과 판타지가 만나는 접점
토카르추크의 기묘함은 대체 현실을 창조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적인 세계를 해석하기 위해 초현실적인 요소가 도입되었을 뿐이다. 그렇기에 토카르추크 월드에서는 현실적인 것과 비현실적인 것, 진짜와 가짜, 정상적인 것과 비정상적인 것들이 천연덕스럽게 공존한다.
“문학은 일어난 일과 일어날 수 있는 일 사이의 공간을 창조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탈(脫)진실’의 시대를 살아가며 사람들은 문학이 일궈 낸 이 모호한 공간을 점점 잃어가는 것 같아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 이것이 문학의 본질입니다.” — 올가 토카르추크
『기묘한 이야기들』에서 토카르추크 월드는 기이하고 낯설고 불안정한 요소들이 현실과 충돌하는 경계에 자리 잡고 있다. 각 이야기의 서사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공간에서 시작되지만, 독자를 점차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영역으로 이끈다. 책의 서막을 장식하는 「승객」의 공간적 배경은 비행기 좌석이지만, 외부 세계와 차단된 이곳에서 옆자리 승객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나’는 그의 불안하고 두려운 기억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리고 우리의 눈앞에는 현실과 비현실이 교차하는 낯선 세계가 펼쳐진다. 이처럼 일상 속의 친밀한 대화나 여행, 업무, 방문 등 지극히 평범한 사건들이 서서히 몽환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며 다층적이면서 불가해한, 때로는 공포스러운 상황으로 탈바꿈한다. 이러한 전환은 매우 미묘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서 독자가 그것을 깨닫는 순간, 특별한 긴장이 유발된다. 일상을 감싸고 있던 피상적인 막이 벗겨지면 안온한 현실이 언제라도 낯설고 예측 불가능한 상태로 돌변할 수 있다는 통렬한 깨달음을 안겨 주기 때문이다. 학술대회 참가를 위해 외국에 나갔다가 여권을 분실한 교수가 타인을 도우려다 오히려 범죄자 취급을 당하며 극한 상황에 내몰리는 「실화(實話)」가 그 대표적인 예로, 세상이 우리의 예측과 통제를 벗어났을 때 벌어지는 비극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
■ 인간과 자연, 타자에 대한 연민, 인간을 향한 끊임없는 질문
이 책에서 토카르추크는 개인적, 사회적 소외라는 주제를 반복적으로 다룬다.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자의든 타의든 고립된 상태에 처해 있으며, 그들이 마주하는 기이한 사건들 또한 심리적 강박과 사회와의 단절을 은유적으로 보여 준다. 이러한 소외감은 오늘날 전 세계가 겪고 있는 단절과 불안, 두려움과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토카르추크는 노벨 문학상 수상 기념 기조 강연문에서 “다른 존재, 그들의 연약함과 고유한 특성, 그리고 고통이나 시간의 흐름에 대한 그 존재들의 나약한 본질에 대해 정서적으로 깊은 관심을 표명하는 다정함”(『다정한 서술자』, 364쪽)에 대해 역설했다. 지금껏 작가가 쓴 작품들은 줄곧 중심 또는 주류에서 벗어나 소외된 존재들에게 저마다의 목소리를 부여해 왔고, 『기묘한 이야기들』 역시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깊은 관심을 촉구한다. 그런 의미에서 열 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기묘하면서도 환상적인 요소는 장르적 스타일의 일부일 뿐만 아니라 독자에게 중심에서 밀려난 비주류, 주변부를 떠도는 소외된 존재들에 대한 깊은 연민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기능적인 도구이기도 하다.
인간과 동물, 인간과 자연이 서로 조화롭게 공존하는 사회, 자연의 울타리 속에서 모든 생명체가 동등한 권리를 갖는 에코토피아를 지향해 온 토카르추크는 『기묘한 이야기들』에서도 인간과 자연의 관계, 특히 인간이 자연에 가하는 영향을 진지하게 탐구한다. 「트란스푸기움」은 다른 존재로 변모하길 갈망하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인간이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되돌아보고, 지금껏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며 살아온 방식에 대해 각성을 유도한다.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여전히 침팬지이자 고슴도치이고 낙엽송”이라고 토카르추크는 역설한다. 우리에게는 이 모든 본성이 내재되어 있으므로 언제든지 그 본성을 끄집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트란스푸기움」, 147쪽). 인간 본위의 인위적인 잣대를 과감히 벗어 던지고, 각 생명의 고유한 본성과 존재 방식을 있는 그대로 포용하라는 당부로 읽힌다. 인터뷰에서 토카르추크는 인간과 자연의 합일을 시도한 이 작품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피력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