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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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일하고 있나요? 저자가 만난 여성 중 다수가 성차별을 상당히 첨예하게 인식하고 있었고, 페미니스트로서의 실천을 고민하기도 했다. 어떤 이들은 “지나치게 노력”하고 완전히 소진된 채 아무 불만도 남기지 않고 떠나버렸다. 누군가는 회사가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희망이 안 보인다”고 하지만, 또다시 “포기도 안 된다”고 말한다. 구조가 부조리하더라도 자신이 더 잘해서 인정받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체제 안에서 성공하고 싶어요. 여자들이 더 그 강박이 있어요.” “이 시기를 보내며 여성들은 성 불평등한 사회에 사는 여자와 남자 모습의 차이를 이해한다.” ‘이 시기’란 취업준비생 시절이다. 준비된 우수한 여성들이 “학창 시절 많이 놀았지만 군대 갔다 와서 정신 차렸다”는 남성 지원자의 한마디에 취업 시장에서 밀려나며 좌절감을 토로하는 시기다. 이 벽을 넘어서 직장에 들어가면 ‘본게임’이다. 차별의 존재를 믿지 않던 여성들도 직장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벽에 부딪히면서 자신이 여성이라는 사실이 지닌 사회적 함의를 ‘이해한다’. “아무도 반박 못 할 만큼 잘 해내면 되지요.” 차별을 익히 인지하는 여성들도 일터에서 기꺼이 경쟁한다. 동의하지 않더라도 직장 내 남성연대의 규칙을 숙지하고 인정을 갈구한다. 이 과정에서 그 질서에 동화되기도, 박차고 나오기도 한다. 가치관과 직장 문화의 불화를 겪으며 ‘버티는’ 보다 많은 이는 우울과 불안에 빠진다. 이들은 ‘여성이라는 불리함’을 경험하면서 자신과의 싸움에 골몰한다. 차별을 넘어설 만큼 더 노력해 완벽해지겠다고 결심하기도 한다. 어쨌든 능력이 있다면 보상을 얻으리라고 세상이 가르치지 않았던가? “왜 잘렸는지, 왜 내가 밀려났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나 수많은 여성의 경험이 그 가르침을 배반한다. 분투하던 여성들은 막다른 길에 내몰리고 있다. 자기 일을 얼마나 사랑했든 회사에서 얼마나 성과를 냈든, ‘여성’이라는 변별 기호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 기호의 작동은 도무지 논리적이지 않았다. 많은 여성이 자신이 왜 이런 취급을 받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여성들은 다양한 지점에서 여러 방식으로 끌어내려졌다. ‘때를 기다리는’ 여성들 그럼에도 왜 또다시 투쟁보다 노력을 택할까. 우리는 구조적 차별을 타격하기는 어렵기에 더 열심히 하거나 자책하는 편이 쉽다고 느낀다. 때문에 세상을 문제 삼는 대신 자신을 문제 삼는다. 그렇게 성취와 좌절을 반복하는 동안 여성들은 차별적 문화에 동화되거나, 침묵하거나, 사라지거나, 홀로 남는다. 불평등한 일터 관행을 거침없이 지적할 만큼 알고 있는 많은 여성이 정작 일터에서는 이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침묵 속에 고립된 파편들은 연결될 수 있을까? 미래로 가려는 이들을 위한 지도 저자는 오랫동안 다양한 세대 여성과 남성의 일 경험을 듣고 동시대 일터가 나아질 수 있는지 질문했다. 그리고 각 세대 여성들이 각자의 싸움을 떠안고 파편화되는 대신 어떤 변화를 만들 수 있을지 골몰했다. 이 책은 페미니스트 문화인류학자가 여성과 일터에 관해 오랜 시간 묻고 탐구해 그려낸 동시대의 지도다. 이 지도는 현대의 일터에서 여성들이 처한 구조적 곤경과 감정 상태, 서로의 위치를 알려준다. 각자의 일터에서 겪는 위태로움이 우리를 침묵시킬 때, 이 지도를 함께 펼쳐본다면 침묵은 깨지고 수많은 이야기가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공통의 곤경을 나누며 고립에서 벗어나고 함께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열심히 할수록 흩어지는, 홀로 지쳐 단념하는, 익숙한 불평등에 눈감는 현실이 아닌 다른 미래를 지도는 가리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