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논쟁적인 인물 정몽규!
우리는 ‘정몽규라는 축구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정몽규 그가 걸어온 30년의 축구 여정을 되짚으며 처음 밝히는 속내를 들어본다
대한축구협회장 정몽규. 그는 2024년 현재, 아니 어쩌면 지난 10여 년간 한국 축구계에서 가장 많은 비판과 비난을 받아온 인물일지 모른다. 반반으로 나뉘어 가장 치열하게 맞붙는 정치권의 인물들도 확고한 ‘내 편’이 있다. 국민 혹은 시민의 절반으로부터는 모멸에 가까운 반의, 적의를 받을지라도, 또 다른 절반으로부터는 뜨거운 사랑과 열렬한 지지를 얻는다. 이렇듯 호감을 표하는 사람이 있다면, 비호감을 드러내는 이도 있는 것이 인간사, 세상사의 흔한 모습이고, 사실 대부분은 호불호를 떠나, 그저 철저한 무관심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바로 정몽규가 그런 인물이다.
그러나 정몽규라는 사람을 비난하는 이들 중에서 정작 그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 역설적이면서도 흥미롭다. 너도 나도 정몽규를 향해 돌을 던지지만, 정작 그가 왜 그것을 감수해야 하는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굉장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를 비판하는 댓글을 다는 것이 마치 인터넷 세상의 놀이나 유행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왜 그런 것일까? 왜 그렇게 된 것일까? 많은 부분이 크고 작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는 왜 오해의 간극을 메우려 애쓰지 않았던 것일까?
어쩌면 이 책 『축구의 시대』가 그동안 그를 둘러싼 오해와 논란에 대해 답하는 최초의 ‘오피셜 코멘트(Official Comment)’일 수도 있겠다. 물론 이 책은 이런저런 물음에 답변하기 위해 쓰인 책이 아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 정몽규라는 사람이 차갑고 날카로운 시선 속에서도 우직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왔던 것처럼, 이 책 역시 제법 차가운 온도와 건조한 습도에서 담백하게 써내려간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저 축구인으로 살아온 30년의 삶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해보겠다는 마음이 커다랗게 자라났기에 작년 여름부터 1년이라는 시간을 집필 작업에 몰두한 것이다.
간단히 표현하자면, 『축구의 시대』는 대중과의 오해를 좁히기 위한 책이라기보다 자신이 해왔던 일들과 걸어왔던 행보에 대해 스스로 되짚어 공유하는 책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거의 모든 것들이 축구와 한국 축구를 매개로 한다. 정몽규라는 기업인이 30년간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생각하고 고민했던, 도전하고 시도했던 일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안에는 성공도, 실패도 있다. 완벽에 가까웠던 결과도 있고, 판단 착오에 가까웠던 일도 있다. 하지만 그는 그러한 일들에 대해 부풀리거나 축소하지 않는다. 잘된 것은 잘된 대로, 잘못된 것은 잘못된 대로 의미를 찾아 매듭짓는다. 그것이 자신은 물론 앞으로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애쓸 이들에게 좋은 표식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그러한 표식들이 가득 들어 있다.
역사를 기록하여 전달하는 사관(史官)의 마음으로 썼다
정몽규 자신의 축구 인생은 물론 한국 축구의 역사를 함께 정리한 대서사시
『축구의 시대』를 집필한 저자 정몽규는 사적인 책이지만 공적인 기록을 남긴다는 사관(史官)의 마음으로, 최대한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글을 썼다고 소회를 밝혔다. 60년이 넘는 인생 속에서 수많은 점과 선과 면을 이룬 축구와의 인연을 이야기했으며, 지난 14년 동안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와 대한축구협회 회장으로서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겪은 주요한 일들에 대해 그만의 프리즘을 통해 보고 느낀 것들을 정리했다. 그가 직접 구단주를 맡아 팀 운영에 참여했던 울산, 전북, 부산, 세 구단에 대해 애정을 드러내는 에피소드도 많다.
그는 책을 통해 밝힌 일들의 정황이나 전말 그리고 그로 인한 자신의 생각이나 소회가 다른 관계자들의 경험이나 인식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너른 이해를 구하기도 한다. 하나의 일을 두고 상호간의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각자의 관점 또는 해석이 다른 것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으며, 혹은 저자인 자신의 지적 한계나 정보의 오류에서 기인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서로가 갖고 있는 다른 견해에 대해서는 언제든 다시 대화를 통해 의견을 나눌 기회가 있기를 소망한다.
책은 크게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정몽규의 어제: 구단주-K리그 총재 시절을 말하다’는 축구와의 첫 인연, 구단주를 지내는 부산 아이파크, K리그를 뒤흔들었던 승부조작 사태, 한국프로축구 승강제 도입, 저연령 선수 의무출전 제도 도입, 그리고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나서게 된 배경을 다룬다. 2부 ‘정몽규의 오늘: 대한축구협회 회장 시절을 말하다’는 대한축구협회장으로서의 삶, 국가대표 선수와 감독에 대한 자신의 견해, 월드컵을 매개로 한 추억, U-20 월드컵 개최, FIFA 및 AFC 선거의 막전막후, 중동 축구의 비즈니스적 도약, 축구협회를 둘러싼 논란, 축구에서 비롯된 이런저런 생각들을 전한다. 3부 ‘정몽규의 비전: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를 말하다’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한 비전 해트트릭 2033, 디비전 시스템 구축, 심판 개혁 및 운영 일원화, 8인제 축구 도입, 축구종합센터 건립, 축구협회 먹거리 키우기, 여자 축구 발전을 위한 제언을 논한다.
3부, 22장, 576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책이 정몽규라는 축구인의 30년 행보에서부터 한국 축구의 과거, 현재, 미래를 빼곡히 다루고 있다. 저자 정몽규는 책의 마지막 대목에서 ‘거인의 어깨 위에 서면 세상이 더 잘 보인다’는 말을 곱씹는다. 그리고 자신이 거인은 아니지만, 작은 사람의 어깨 위라도 누군가에게 내어준다면 조그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음을 이야기한다. 축구계를 위해 남기는 기록이며 공유하는 자료이기에 사심을 담지 않으려고 노력했으며, 이 책을 통해 축구를, 한국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크고 작은 인사이트를 얻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책을 썼다고 진심을 전한다. 한국 축구를 사랑하기에, 그 마음으로 이 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정몽규, 그의 진심 가득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적어도 그가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해왔는지, 우리가 그를 얼마나 오해하고 있었는지 그 정도는 쉬이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